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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 34주년] 하반기 집값 혼조세…‘내 집 마련’ 시기는 아직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3.05.26 08:26

전문가들이 말하는 2023 하반기 부동산 시장 전망



1차 하락기 마무리…관망세 이어질 것



대외변수 외에도 기준금리 인상 등으로 가격 하락 계속될 것



경착륙 우려는 낮아진 상황…양극화 심화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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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경제신문 김다니엘 기자] 올해 들어 정부가 전방위적 규제 완화를 시행하면서 침체기를 겪던 부동산 시장에서 반등세가 곳곳에서 목격되고 있다. 특히 서울과 수도권에서 부동산시장이 꿈틀거리고 있다. 이를 반증하듯 지난 18일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에 따르면 5월 셋째 주(15일 기준) 전국 아파트값은 -0.05%로 둔화됐으며 서울 아파트값은 -0.01%로 지난해 6월 첫째 주(6일 기준) -0.01%를 기록한 이후 최저 낙폭을 기록했다. 강남4구뿐만 아니라 용산구(+0.05%)·노원구(+0.07%)·동작구(+0.06%)도 상승폭이 커졌고, 인천(+0.03%)·반도체 특수가 있는 용인(+0.12%)·화성(+0.18%)·오산(+0.09%)·평택(+0.03%) 등도 급매물이 사라지면서 상승 대열에 동참했다.

반면 일부 지역에서는 전세사기 및 ‘역전세난’(전세 시세가 계약 당시보다 하락하는 상황) 사태가 심화되면서 하락 거래가 잇따르고 있다. 전세가격 급락은 매맷가에도 파급력이 크기 때문이다. 이에 에너지경제신문은 26일 김인만 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 소장, 김효선 NH농협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 서진형 공정주택포럼 공동대표(경인여대 MD상품기획비즈니스학과 교수),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이름 가나다순) 등 총 5명의 부동산 전문가들에게 2023년 현재까지의 부동산 시장 진단 및 향후 전망에 대해 물었다.


◇ 현재 부동산 시장 상황 진단


최근 부동산 시장에서는 규제 완화 영향으로 일부 지역에서 상승 거래가 일어나기도 하며 지난해 악재의 여파로 하락 거래가 발생하는 등 혼조세가 이어지고 있다. 이에 전문가들은 현재 부동산 시장에 대해 다양한 평가 및 예상을 내놨다.

김인만 소장은 "가파른 기준금리 인상으로 촉발된 2022년 하반기 매매, 전세 하락은 일단락된 것으로 보여진다. 1차 하락은 사실상 마무리 단계이며 이제 매도자, 매수자 간 팽팽한 줄다리기가 이어질 것"이라고 현재 부동산 시장을 진단했다.

김 소장은 이어 "당분간 조끔 씩 하락폭이 축소할 것이나 크게 상승하기는 어렵고 금리 등 변수에 따라 다시 조정되면서 등락을 거듭하는 보합세 가능성이 높다. 전세가격도 하락폭이 축소되면서 회복하고 있지만 아파트와 빌라, 오피스텔 시장은 좀 다르게 봐야 한다. 전세사기 여파로 빌라, 오피스텔에 대한 신뢰가 무너지면서 계약을 하지 않으려는 수요가 늘어나고 있어 빌라, 오피스텔 중 안전한 매물은 전세가격 회복이 가능하지만 전세가율이 높은 물건은 거래 자체가 어려워 역전세나 깡통전세 우려가 있다"고 덧붙였다.

김효선 위원은 "상반기 주택시장 정상화를 위한 선제적인 관련 정책 완화와 금리 동결 등의 영향으로 주택 거래량이 줄면서 지역별로 다른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불투명했던 금리 상단과 정책 방향성이 명확해지고 지역별 규제의 차이가 없어지면서 입지 우위 지역의 하락 매물로 수요자들의 쏠림 현상이 나타나고 있어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격차가 커지고 있다고 판단된다"라고 평가했다.

서진형 교수는 "현재 부동산 매매시장은 글로벌 경제 위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고금리정책이라는 대외적인 변수와 대출규제,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전세가격 하락 등 대내적인 변수들로 인해 가격 하락이 이어지거나 약보합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서 교수는 이어 "향후 부동산 가격이 하락하더라도 그 하락폭은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일부 지역의 거래량 증가, 가격 상승 현상은 정부의 각종 규제 완화 정책으로 부동산에 대한 일부 수요가 서울지역 또는 서울의 핵심 지역으로 이동하기 때문에 나타난 현상이다. 따라서 서울과 지방간의 양극화, 지역 내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다. 임대차(전·월세) 시장은 전세사기 사건, 고금리 등의 영향으로 전세 시장의 수요가 감소하고 공급량은 증가해 가격의 하락 기조가 나타나고 있으며 전세 기피 현상에 따른 월세 수요의 증가로 인해 월세 상승 기조가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송승현 대표는 "기준금리 인상의 여파가 여전히 남아있고 소득 대비 높은 집값으로 수요자가 이탈한 상황이다. 뜨거웠던 청약 열기는 상당히 식어있고 규제 완화 정책으로 얼어붙은 매수심리는 녹아가고 있다"고 분석했다.

함영진 랩장은 "작년 급격한 기준금리 인상과 연말 레고랜드발 유동성 리스크로 부동산 시장의 냉각과 경착륙 리스크가 높은 상황에서 올해 1분기 부동산 규제 완화(규제 지역 해제, 1·3대책, 공시가격 하락 등), 특례보금자리론 출시 등 신속한 정책 대응이 돋보였다. 최근 인플레이션 둔화와 경기 위축 우려로 기준금리 인상 속도가 저하되면서 주택시장 경착륙 리스크는 많이 낮아진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 규제 완화 및 제도 개선에 대한 평가


정부는 올해 초 1·3대책, 특례보금자리론 등을 실시해 각종 규제를 완화하고 재건축 관련 제도를 개선해 부동산시장 침체 분위기를 반전시키는 단초를 제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로 인해 생겨난 쏠림현상에 우려를 표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연초 둔촌 주공(올림픽파크포레온) 구하기에 나서면서 분양시장의 바로미터가 될 수 있는 간판 재건축 단지의 완판 성공에 힘을 보탰다. 이에 전문가들은 각각의 의견을 표출했다.

김인만 소장은 "경착륙을 막기 위한 정부의 목적은 일단 달성한 것으로 보인다. 만약 정부가 1·3대책을 통해 강남3구(강남·서초·송파구), 용산구를 제외한 나머지 지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서 해제하지 않았다면 수요 심리가 붕괴되면서 부동산 가격이 더 하락할 수도 있었던 상황이었다"고 전망했다.

그는 "현재 부동산 가격 하락이 멈추고 소폭 반등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당분간 추가 규제 완화는 없을 것으로 보이며 아직 국회에서 처리되지 못한 소득세법이나 주택법 개정에 대한 야당의 설득작업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김효선 위원은 "지난해 4분기 주택가격 급락과 거래실종으로 ‘부맥경화’ 현상이 나타나면서 경제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불안감이 커지는 상황이었다. 경착륙을 막기 위한 선제적인 제도 완화는 시의적절했다고 판단된다"면서도 "정부의 규제 완화가 수도권 연착륙은 유도했으나 일부 지방의 부동산 시장 상황은 더욱 악화돼 이러한 부작용을 개선할 수 있는 보완책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제안했다.

서진형 교수는 "전반적인 규제완화정책을 통해 부동산 시장 정상화를 유도한 것은 높이 평가받을 만하다. 이는 부동산 조세감면을 비롯한 대출, 분양 등 모든 분야의 거래제약 요인들을 완화하면서 거래량을 증가시키는 등 부동산 시장 경착륙을 방지하는 데 효과를 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송승현 대표는 "정부의 1·3 부동산 대책 발표 이후 거래량과 집값이 연착륙 기조로 전환되고 있다. 매매수급지수와 거래량 또한 개선되고 있다. 다만 서울을 중심으로 쏠림현상들이 나타나 지역적으로 불균형이 나타나고 있다"고 판단했다.

함영진 랩장은 "지난 1분기 실시된 부동산 규제 완화책들은 지난해 대비 올해 1분기 부동산 거래량이 일부 회복되는 등 부동산 시장 연착륙에 도움이 됐다고 본다. 여기에 더해 규제 완화의 영향으로 서울 등 주요 지역의 가격 하락폭 또한 둔화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 적절한 내 집 마련 시기는?…올해 혹은 내년?


부동산 시장 침체기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집값 바닥론이 등장하면서 수요자들 사이에서는 ‘내 집 마련 시기’를 두고 설왕설래가 이어지고 있다. 이미 지난 2021년 수많은 ‘영끌족’(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받은 사람들)들이 양성됐기 때문에 수요자들은 더욱 신중한 자세를 취하고 있다. 이에 전문가들은 올 하반기 집값에 대한 각자의 전망을 내놨다.

김인만 소장은 "아직 하락장은 끝난 것이 아니다. 아파트값은 향후 3년 정도 등락을 거듭하는 추세가 이어지다 2차 하락기를 지난 후 다시 회복기에 진입하는데 대부분 매수자들이 조급함과 초조함에 기다리지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김 소장은 이어 "자금 조달이 가능하거나 당장 거주할 집이 필요한 수요자들은 급매물 위주로 알아보는 것이 좋을 것이고 자금이 부족하거나 당장 거주 수단이 필요하지 않다면 2~3년 간 지켜보면서 강남3구 및 용산구 규제지역 해제,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완화, 양도세 특례 등 남은 규제완화 카드가 나오는 것을 보고 들어오는 것이 좋다. 이러한 카드들이 나올 때가 바닥 신호"라고 덧붙였다.

김효선 위원은 "여전히 불안한 경제 상황 가운데 부동산 시장만 성장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당장 정책 완화로 실수요자 위주의 거래가 이뤄지고 있지만 투자 수요까지 시장에 진입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하반기에는 상반기 수준의 거래량이 유지되면서 보합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고 예상했다.

서진형 교수는 "대내적인 변수인 글로벌 경제 위기, 미 연준의 고금리정책 등이 지속되고 있어 부동산가격이 하락하거나 약보합 정도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한다. 물론 부동산 가격이 하락하더라도 그 하락폭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예측했다.

송승현 대표는 "하반기 부동산 가격은 하락세를 유지하면서 낙폭이 둔화될 것으로 본다. 하반기부터는 횡보하는 장세로 이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고 말했다.

함영진 랩장은 "지난 1분기는 지난해에 비해 주택 거래가 다소 개선되고 가격 낙폭도 둔화된 상황이며 당분간 이러한 분위기가 지속될 것"이라며 "가격 낙폭은 줄겠지만 평년보다 낮은 거래량은 당분간 유지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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