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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공시가격을 큰 폭으로 하락시킨 가운데 빌라 임대사업자들은 오히려 이로 인해 피해를 보고 있다고 주장한다. 사진은 기사와 관계없음. 사진=김준현 기자 |
[에너지경제신문 김준현 기자] "공시가 하락으로 빌라 임대사업자들이 힘들어합니다. 빌라 1채 정도면 모를까 빌라 3채를 보유하고 있는 임대사업자는 1억원 넘게 전세금을 오히려 토해내야 하는 상황에 몰렸는데 차라리 경매로 모두 던지고 싶다고 하네요."(화곡동 인근 공인중개업소 A대표)
올해 공동주택 공시가격이 역대 최대로 내려가자 고가 아파트 소유 집주인은 웃었지만 빌라 임대차 시장은 아비규환이 예고되고 있다.
◇ 공시가 급락에 빌라 임대업자 날벼락
30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정부는 최근 전세사기 대책 일환으로 5월부터 주택도시보증공사(HUG) 전세보증금 반환보증보험 가입 기준을 전세가율 100%에서 90%로 낮추기로 했다.
또한 주택가격을 산정하는 기준은 기존 공시가격 150%에서 140%로 하향했다. 보증한도가 126%(전세가율×공시가격)로 축소되는 것이다.
이와 관련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정부가 지난 22일 발표한 공동주택 공시가격 중 수도권 빌라는 전년 대비 평균 약 6% 하락했다. 이렇게 되면 서울 강서구 화곡동이나 인천 주요 빌라단지들은 대부분 현재 시세로는 전세보증보험에 가입할 수 없게 된다는 것이 공인중개업 복수 관계자 중론이다.
특히 세입자는 전세보증보험 가입이 된 물건을 찾기가 힘들어졌고 임대사업자는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몇 천 만원의 전세금을 더 깎아야 하는 사태가 발생하게 된다는 주장이다.
실제 예로 화곡동 임대사업자 B씨는 전세 2억원 가량의 투룸 빌라가 있다. 공시가격이 1억5000만원인 전셋집이 150%에 전세가율 100%일 때는 보증한도가 150%이니 2억2500만원이 되니 보증보험을 들 수 있다.
그러나 올해 공시가는 1억4100만원으로 떨어졌는데 이를 140%에서 90%로 적용할 때는 보증한도가 126%이니 1억7766만원만 보증이 되는 것이다. 그러면 전세가격이 2억원이므로 새로운 기준으로 적용하면 보증보험 한도를 초과하게 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전세가격을 내려야 하나 기존 세입자의 보증금 차익을 감당할 수 없다. 게다가 임차보증금 반환 목적의 주택담보대출 규제로 대출이 어려워 결국 경매로 넘겨야 하나 B씨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이를 두고 대한주택임대인협회는 지난 29일 헌법재판소 앞에서 임차보증금 반환을 목적으로 한 대출 관련 기준을 합리적으로 완화해서 보증금 미반환 리스크를 줄여야 한다고 촉구했다.
임대사업자 관계자는 "전 정부가 다주택자와 주택임대사업자에게 대출규제를 과도하게 해서 보증금 미반환 위험이 가중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윤지해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공시가격은 세금을 정하는 이슈와 관련이 크고 특정 수요층에 맞춰 조정되는 것이 아니다"며 "원인을 공시가격에서 찾는 것보단 전세보증보험 가입요건이나 대출규제 조정을 통해 해결하는 방안이 모색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 경매늘면 HUG보증보험 총액 한도 초과 우려
집주인이 세입자의 전세금을 감당 못하면 경매로 물건을 넘길 수도 있다. 보증보험에 가입한 세입자는 HUG를 통해 대위변제하면 되지만 앞으로 문제가 되는 부분은 HUG의 보증보험 총액 한도다.
주택도시기금법에 따르면 HUG의 보증총액 한도는 자기자본의 60배를 넘지 못한다. 2020년에 47.4배, 2021년 49.2배, 2022년 54.4배로 확정됐다. 올해는 59.2배, 내년에는 66.5배가 예상되고 있다. 이러면 HUG는 더 이상 보증보험 가입을 받을 수 없다.
이는 김학용(안성) 국민의힘 의원이 HUG에서 받은 ‘공사 보증배수 현황 및 추정치’(지난해 9월 말 기준)에서 한도사용액(보증잔액-담보부보증금액)을 전년도 자기자본으로 나눈 보증배수 조사에 따른다.
특히 HUG에서 피해 임차인들에게 대위변제해 준 금액이 지난 2020년에는 4415억원, 2021년에는 5040억원이며 지난해는 2배 가까운 무려 9241억원으로 큰 폭 증가한 상황이기에 임대사업자에 대한 관련 대책 마련이 요구되고 있다.
다만 국토부는 이번 전세보증보험 불가에 대해 전세가율이 90%를 초과하면 보증부 월세, 즉 반전세를 통해 보증에 가입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kjh123@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