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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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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스타트업의 도약 30] LBS테크 “장애인 불편없는 도시생활 돕는다”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3.03.19 15:28

무장애 스마트시티 플랫폼 개발, 경로안내 네비·음성결제 서비스
저수익사업 편견 뚫고 투자 안받고 수익실현…마곡·세종·대전 도입
"정보접근 제한으로 사업 애로, 지자체 도시데이터 개방 허용" 강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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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시완 엘비에스테크 대표. 사진=엘비에스테크

20세기 글로벌경제를 제조와 금융 중심의 ‘골리앗기업’이 이끌었다면, 21세기 경제는 혁신창업기업 스타트업(start-up) ‘다윗기업’이 주도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실제로 최근 20여년 간 글로벌 경제와 시장의 변화의 주인공은 정보통신기술(ICT) 기반의 스타트업이었다. 애플, 구글, 페이스북, 테슬라, 알리바바, 틱톡은 물론 국내의 네이버, 카카오, 넥슨, 쿠팡 등도 시작은 개인창업에서 출발했다. 이들 스타트업들이 역외와 역내 경제에서 새로운 부가가치, 새로운 직종(일자리) 창출을 선도하고 있다.

한낱 ‘목동’에서 당당한 ‘장군’로 성장한 ‘스타’ 스타트업을 꿈꾸며 벤치마킹하는 국내외 창업 열기가 어느 때보다 뜨겁다. 그러나 성공의 열매를 맛보기 위한 과정은 매우 험난하다. 스타트업(창업)은 했지만 점프업(성장)하기까지 성공보다 좌절이 더 많은 ‘정글 게임’에서 살아남기 위해 오늘도 부단히 돌팔매질을 연마하는 ‘다윗 후예’ 스타트업들을 소개한다. <편집자 주>



K-스타트업 미니컷
[에너지경제신문 김유승 기자] 장애인 관련 사업을 시작해 제품 테스트 단계에 접어들면 장애인들은 "또야? 나, 너희 같은 사람 많이 봤어"라며 사용을 거부한다고 한다. 수익성 문제로 중간에 그만 두는 사례를 많이 봤기 때문이다.

이같은 나쁜 선례로 장애인을 위한 편의제품 개발이 쉽지 않은 풍토에서도 꾸준히 사업을 펼쳐나가며 확신을 심어주는 창업기업이 있다. 바로 장애인 무장애(배리어 프리·barrier free) 스마트시티 플랫폼을 구축해 나가는 ‘엘비에스테크(LBS테크)’이다. 도시에서 장애인의 접근성을 높이는 플랫폼을 개발·운영하는 스타트업이다.

‘발전된 미래 도시를 스마트시티라고 부르지만, 우리에게는 지금 도시도 접근하기 힘들다’는 시각·지체장애인들의 이동권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이동 경로를 음성으로 안내해 주는 네비게이션, 카페에서 음료값을 결제할 경우 제공하는 음성결제 서비스가 핵심사업이다.

카페 결제 서비스의 경우, 언뜻 그다지 어렵지 않게 보일 수 있지만, 실제 구현을 위해서는 전용 POS(판매 전용 소프트웨어)와 실외 점자블록 및 음성 유도기 등 다양한 시설 설치가 필요했다고 회사는 설명한다.

엘비에스테크 이시완 대표는 "사업을 처음 시작했을 때 고령자, 외국인 등 모든 사회적 약자가 쓸 수 있는 어플리케이션(앱)을 목표로 했으나, 현실적으로 이런 시도는 어느 한 사람도 제대로 쓸 수 없는 결과물을 낸다는 걸 알게 돼 시각장애인을 위한 서비스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엘비에스테크의 앱 제품 ‘지아이플러스(G-EYE PLUS)’는 현재 사업을 일부 확장해 지체장애인을 위한 휠체어 이동 관련 정보까지 제공하고 있다. 건물을 촬영하면 진입 가능 여부와 어느 문을 통해 진입할 수 있는 지 경로를 안내해 주는 서비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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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비에스테크에서 보행 데이터 수집에 이용하는 휠체어 기기다. 사진=엘비에스테크

플랫폼 구축에 반드시 필요한 공간 데이터는 보행로 촬영을 통해 얻고 있다. 휠체어에 카메라를 부착하거나 직접 들고 촬영해 영상을 수집한 뒤 인공지능(AI)으로 장애물을 자동 분석해 도로 정보를 생성하는 방법으로, 데이터 수집에는 장애인들도 직접 참여한다.

현재 국내에서는 서울 강서구 마곡과 세종시, 대전에서 플랫폼 서비스가 운영 중이다. 무장애 스마트시티 구현을 위해서는 지방자치단체와 협의를 거쳐 사업을 연계해야 하기에 엘비에스테크는 더 많은 지자체가 참여해 주기를 바라고 있다.

엘비에스테크의 독특한 점은 일반적으로 장애인 관련 사업에 투자자들이 고개를 내젓는 것과 달리 이시완 대표는 수익성이 보장된 사업이라고 생각하고 뛰어들었다는 것이다.

실제로 엘비에스테크는 외부 투자 도움 없이 성장해 지난해 기준 20억원의 매출을 올려 장애인 관련 사업으로는 전례가 없는 경우로 주목받고 있다.

이 대표는 "장애인 사업은 장애인을 고객으로 보기보다 도와줘야 할 대상으로 보기에 서비스 완성도가 높지 않다"며 "보다 좋은 서비스를 구축함으로서 사용 범위를 늘려 일반인도 함께 사용할 수 있게 한다면 반드시 수익이 날 거라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현재는 자율주행 자동차·배송로봇 등 공간데이터를 필요로 하는 기업에 정보를 제공하며 수익을 얻고 있다.

일반인 대상의 제품과 서비스가 다양성을 나타내듯 장애인의 경우도 장애 정도와 나이에 따라 앱 사용 방법 습득 속도가 상이하다. 따라서 엘비에스테크는 더 많은 사람들이 사용할 수 있도록 앱을 개편하는 일을 지속해 오고 있다. 일주일에 한 번씩 앱 사용 테스트를 진행해 총 2000여 명의 장애인을 대상으로 사례를 수집했을 정도였다.

또한, 국내에 도로 상태를 측정·기록한 ‘로드(road) 데이터의 기준’이 없다는 점도 사업의 어려움으로 꼽혔다. 미국과 영국은 ‘워크 스코어(work score)’란 개념을 도입해 기준 통일에 나서고 있는 것과 달리 한국은 아직 관련 논의가 도입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사실상 국가에서 보장해야 하는 영역을 사기업에서 개발하고 있기에 정보 접근에 제한이 있다"며 "지자체가 보유한 도시 데이터에 접근이 가능하게 풀어주면 좋겠다"는 바람을 피력했다.

엘비에스테크의 사업은 ESG(환경·사회·지배구조)와 직결된 것인 만큼 해외에서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지난해 베트남에 진출해 현재는 3개 지역과 100개 매장에서 플랫폼 서비스를 제공 중이고, 이어 이달 1일 스페인에서 열린 세계 최대 모바일 전시박람회 MWC에서 글로벌 어워드 수상을 계기로 스페인 시각장애협회와 아랍에미리트(UAE) 정부로부터 협업 제안을 받았다. 엘비에스테크는 스페인·UAE 사업에 긍정적인 결과를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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