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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훈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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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인사이트]한국판 인도-태평양 전략과 중국 변수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3.03.14 08:39

이강국 전 중국 시안주재 총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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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국 전 중국 駐시안 총영사


 지난해 12월28일 대통령실이 인도·태평양 전략(인태전략) 최종보고서를 발표한 데 이어 외교부가 인태전략 설명회를 개최했다. 3대 비전으로 ‘자유·평화·번영’을, 3대 협력 원칙으로 ‘포용·신뢰·호혜’를 제시했다. 지역적 범위는 미국,일본,중국 등 북태평양과 동남아·아세안,인도 등 남아시아, 오세아니아, 인도양 연안 아프리카, 유럽·중남미 등으로 상당히 넓다. 중점 추진 과제는 ‘규범과 규칙에 기반한 질서 구축’ 등 아홉 가지이다. 인태전략 발표는 윤석열 정부가 새로운 외교 지향점으로 제시한 ‘자유, 평화, 번영에 기여하는 글로벌 중추국가(GPS· Global Pivotal State)’의 비전을 구체화하기 위한 포괄적 지역전략의 밑그림을 완성했다는 의미를 가진다.

미국, 일본, 캐나다 등은 중국을 ‘질서 파괴자’로 정의하는 등 강한 언어를 사용했지만 한국은 중국을 ‘주요 협력 국가’로 표현해 포용을 택함으로써 차별성을 보였다. 한국의 인태전략 발표 직후 왕원빈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중국은 각국이 단결·협력해 지역 평화와 안정, 발전 및 번영을 촉진하기 위해 함께 노력하기를 주장하며, 배타적인 소그룹에 반대하는 것이 지역 국가의 공동이익에 부합한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도 중국과 더불어 중한 관계의 건강하고 안정적 발전을 이끌고 지역의 평화 안정과 발전 번영을 촉진하기 위해 적극 공헌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한국의 인태전략에 견제와 기대의 메시지를 함께 밝힌 것으로 분석된다. 중국 입장이 이렇게 나온 데는 윤석열 정부가 ‘상호존중의 한중관계’ 정립의 기조하에 당당한 자세를 취하고 국익관점에서 결정하고, 한편으로 중국 변수를 세심하게 고려하면서 외교정책을 추진해 온 것이 주효한 것으로 판단된다.

첫째, 한국은 미국이 주도하는 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IPEF)에 창설국으로 참여했다. IPEF에 대해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중국을 고립시키려는 목적으로 인도-태평양 지역의 분열을 조장하고 있다"고 비판했지만, 중국과 한국이 영구적인 이웃이자 분리할 수 없는 파트너라고 전제하고, 양국 수교 30주년을 계기로 협력을 더욱 발전시켜야 한다고 말하면서 톤을 낮췄다. 둘째, 한국은 일본, 호주, 뉴질랜드와 함께 지난해 6월29~30일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정상회의에 파트너국으로 초청돼 사상 처음으로 NATO 정상회의에 참석했다.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한국과 일본은 아시아의 중요 국가이자 중국과 상호 중요한 협력 동반자로서 광범위한 공동이익을 보유하고 있다"라며 "관련 각 측이 양자 관계를 발전시키고 아시아의 평화롭고 안정적인 발전을 수호하는 데 공동으로 노력하길 희망한다"고 밝혔다. 셋째, 한국 정부는 ‘칩4 동맹’ 참여 문제에 신속한 결정을 했다.지난해 8월11일 한중 외교장관회담에서 박진 장관은 중국측에 ‘칩4’ 예비회담에 참석하기로 결정했다고 통보하면서, 중국이 우려하는 입장을 잘 알고 있다며 한국이 ‘칩4’에 들어가는 것은 중국 입장에서 봤을 때 반드시 나쁜 것은 아니라는 견해를 표명했다.

도전 요인들이 산재한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인태전략이 대한민국이 지향하는 가치와 국익을 확보하고 대외정책의 지평을 확대하는 이정표가 되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난관이 많다. 특히 날로 격화되고 있는 미중 패권경쟁 상황에서 인태전략이 효과적으로 추진되기 위해서는 중국 변수를 어떻게 극복하느냐가 관건이다. 아직까지 중국은 한국의 인태전략에 부정적인 입장을 명시적으로 표명하지는 않았으나 내심은 다를 수 있다. 사드보복을 한 바 있고 중국내 코로나19 급증 상황에서 한국이 불가피하게 중국발 입국에 제한을 가한 데 대해 ‘비자보복’ 조치를 취한 데서 알 수 있듯이 언제라도 인태전략에 대해 어깃장을 놓을 수 있다. 정부는 중국 변수를 면밀하게 살피고 상황 발생시 기민하게 대응하면서 인태전략을 추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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