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05월 17일(금)
에너지경제 포토

전지성

jjs@ekn.kr

전지성기자 기사모음




한전, 전기요금 인상 속도조절 방침에 채권발행 확대로 버티나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3.02.20 15:07

- 24일 작년 실적 발표 예정…적자 규모 30조 이상 추정되는데 요금 인상 여전히 난망



- 지난해 말 자금경색으로 발전사에 대금지급 못할 뻔, 채권발행한도 확대로 위기 넘겨



- 한전, 올해 기준연료비 51원 인상 요청했지만 13.1원에 그쳐

clip20230220104510

▲윤석열 대통령이 15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제13차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에너지경제신문 전지성 기자] 한국전력공사가 역대급 적자의 경영난 돌파구로 채권발행 확대를 추진할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가 전기·가스 요금 인상의 속도 조절을 공식화하면서 전기요금 인상의 시기와 폭이 재검토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정부는 당초 한전으로부터 올해 전기요금 인상 적정액 킬로와트시(kWh)당 51.6원을 보고받고 이 가운데 약 4분의 1인 13.1원을 지난달부터 올린 뒤 나머지는 분기별로 단계 인상키로 했다. 이에 업계에선 나머지 4분의 3을 2분기부터 4분기까지 단계적으로 균등 인상할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정부의 전기요금 속도조절 방침에 이같은 기대가 사실상 물 건너간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결국 한전은 채권발행 확대 등을 포함한 비상 경영전략에 돌입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인 것으로 분석됐다.

한전은 오는 24일 지난해 연간 실적을 발표할 예정이다. 업계에서는 30조원 이상 영업손실을 전망하고 있다. 지난해 3분기까지 21조 8000억원의 적자를 기록하면서 23조원에 달하는 채권을 발행한데 이어 지난해 연말에도 8조 7700억원의 기업어음과 단기사채를 발행했다. 지난해 3분기까지 누적 부채는 177조 7840억원으로 부채비율은 354%가 넘는다.

한전 관계자는 "도매가와 소매가 차이를 고려하면 전기요금을 킬로와트시(kWh)당 100원을 올려도 적자해소는 불가능하다"며 "지난해 말에 올해 기준연료비를 최소 51.6원은 올려야 한다고 정부에 요청했지만 13.1원 인상에 그쳤다. 채권발행 한도가 늘어나 당분간은 버틸 수 있다. 전기요금은 결국 정부가 결정하는 만큼 에너지절약 캠페인과 재무구조 개선 활동에 최선을 다할 뿐"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통과된 한전법 개정안은 한국전력의 회사채(한전채) 발행 한도(자본금+적립금)를 기존 2배에서 5배까지 올려주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추가로 긴급한 경우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의 승인을 받아 최대 6배까지 발행 한도를 늘릴 수 있다. 이 경우 산업부 장관은 국회 소관 상임위에 즉시 보고해야 한다.

당시 야당인 더불어민주당 요구에 따라 한전채 발행 한도를 2027년 12월 31일까지만 유지하는 5년 일몰 내용도 추가됐다. 아울러 한전의 자구 노력이 전제돼야 한다는 지적에 따라 ‘산업부 장관과 공사는 금융시장 및 국가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하여 공사의 사채 발행 최소화 및 재무 개선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조항도 포함됐다.

clip20230220110423

▲자료=전자공시시스템.


전력업계와 전문가들은 민생 보호 취지는 공감하지만 한전의 재무건전성은 물론 공급자들의 어려움이 가중되는 상황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교수는 "한전과 가스공사의 채권한도 상향은 5년 일몰 기한을 둔 만큼 근본적인 적자구조 해소 위해서는 결국 전기요금 현실화가 필수"라며 "지난해 3분기에도 채권발행 한도를 초과해 연말에 발전사에 대금지급을 못할 뻔 했지만 채권발행한도 확대로 가까스로 위기를 넘겼다. 계속 이런 방식으로 운영하는 건 정상적인 시장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액화천연가스(LNG)가격 고공행진도 2∼3년은 더 이어질 전망인데다 전력도매가격(SMP)상한제를 계속할 경우 일부 민간발전사는 손해 보는 대신 발전을 포기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정부의 요금 개입에 대해서는 정부와 여당 내부에서도 의견이 분분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이같은 기조는 문재인 정부의 공공요금 동결 정책을 포퓰리즘이라고 비판하던 기존 입장과 상반된다"며 "공공요금 인상을 억누르면 한국전력이나 가스공사 등의 부채를 다시 키우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앞서 공공요금을 올린 후 정부가 재정 지원에 나서는데 대해 앞서 부정적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추 부총리는 최근 편집인협회 월례포럼 초청 행사에서 "가스요금을 올리고 재정으로 지원하는 건 조삼모사"라면서 "시간을 두고 다년간 서서히 요금을 조정함으로써 국민이 감내할 수 있는 진폭과 시기의 조합, 가스공사 적자를 서서히 개선해나가는 조합으로 가야 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정부 관계자는 이에 대해 "민생 안정을 위해 최소한의 개입에 나선 것으로, 자유롭고 효율적인 시장 메커니즘에 대한 기본 원칙은 한 번도 변한 적이 없다"면서 "지난 12월말부터 1월말까지 진행된 부처 업무보고에서 윤 대통령은 자유와 시장에 대한 신념을 수차례 피력했다"고 설명했다.

jjs@ekn.kr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