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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 아이폰 ‘배터리 성능 저하’ 소송서 소비자 1심 패소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3.02.02 16:36

법원 “애플, 국내 소비자에 배상 책임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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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이 신형 스마트폰 판매를 촉진하기 위해 구형 아이폰에 고의적으로 배터리 성능을 낮추는 업데이트를 적용하면서도 소비자에게 이를 알리지 않았다는 의혹에 대한 국내 1심 판결이 4년만에 나왔다.

[에너지경제신문 이진솔 기자] 애플이 신형 스마트폰 판매를 촉진하기 위해 구형 아이폰에 고의적으로 배터리 성능을 낮추는 업데이트를 적용하면서도 소비자에게 이를 알리지 않았다는 의혹에 대한 국내 1심 판결이 4년만에 나왔다. 법원은 애플이 국내 소비자에게 손해를 배상할 책임은 없다는 판단을 내렸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1부(김지숙 부장판사)는 2일 소비자 9800여명이 애플코리아 등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병합된 사건들까지 더하면 총 원고는 6만2000여명에 달한다.

사건은 지난 2018년 3월 일부 아이폰 구매자가 "업데이트 이후 스마트폰 성능이 저하되는 손상을 입었다며 손해배상액으로 1인당 20만원을 애플코리아에 청구하며 시작됐다. 총 배상액은 127억5340만원에 이른다.

소비자 측 대리인 법무법인 한누리 관계자는 "애플은 성능저하 업데이트가 배터리 기능이 저하됐을 때 기가 갑자기 꺼지지 않게 하려는 차원에서 이뤄졌다고 변명했지만 고객에게 2016년부터 적용된 이러한 업데이트에 따른 부작용에 대해 전혀 알리지 않았고 고객에게 선택권도 부여하지 않았다"며 "한누리는 이러한 애플측 행위가 불법행위 내지 채무불이행에 해당한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소송을 제기한 것"이라고 했다.

이에 따라 소비자 측은 소장을 통해 "애플이 문제가 된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설치하면 일정 환경 아래 성능저하가 일어난다는 점을 알면서도 배터리 결함 은폐와 고객 이탈 방지, 후속제품 판매 촉진을 위해 문제가 있는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진행하고 소비자에게 이러한 사정을 숨겼다"며 "이러한 사정을 모르는 소비자는 업데이트를 설치해 갖고 있는 아이폰 성능이 저하되는 손상을 입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에서 원고인 소비자 측 주장들은 사실상 모두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재판부는 "(아이폰의) 성능조절 기능이 반드시 사용자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거나 불편을 초래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어 "사용자로서는 전원이 예기치 않게 꺼지는 것보다 최고 성능이 일부 제한되더라도 전원이 꺼지지 않는 게 더 유용할 수 있다"며 "피고(애플)는 이 기능의 단점보다는 이로써 얻게 되는 긍정적인 효과가 더 크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재판에서 소비자들은 고성능을 기대하고 아이폰을 샀는데 기능이 제한된다면 무용지물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재판부는 "성능조절 기능이 없었다면 아이폰의 전원 자체가 꺼질 수 있는 상황에 처할 수 있어 (마찬가지로) 고성능 애플리케이션을 구동할 수 없게 되는 것"이라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신제품 구매 유도’ 의혹도 사실이 아니라고 봤다. 애플이 후속 제품에도 성능조절 기능을 탑재한 점, 문제가 된 운영체제 업데이트에는 리튬이온 배터리의 불편한 점을 보완할 다른 개선 사항도 포함된 점을 근거로 들었다.

소비자들은 애플이 고지 의무를 다하지 않은 점도 문제라고 주장했지만 이 역시 인정되지 않았다. 해당 업데이트를 소비자에게 ‘유해한 것’으로 단정할 수 없어 구체적인 내용을 알리지 않았다고 해서 배상 책임을 물을 수는 없다는 이유였다.

일부 원고의 경우 해당 업데이트를 설치한 사실 자체가 증명되지 않은 점, 업데이트 설치로 인한 성능 저하를 객관적으로 증명하기 어려운 점 등도 패소 이유가 됐다.

소비자 측 대리인 법무법인 한누리는 "증거개시(디스커버리) 제도의 부재 등으로 집단적 소비자 피해 구제에 큰 한계가 있다는 게 드러난 것"이라며 "항소 여부 등 후속 대책을 결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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