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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테슬라 전기차와 ‘왕관의 무게’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3.01.29 10:09

산업부 여헌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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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부 여헌우 기자.

테슬라가 또 도마 위에 올랐다. 재고가 쌓였다는 이유로 차량 가격을 한순간 수천만원씩 인하한 탓이다. 기존 구매자들은 분노했다. 코로나19 시기 수차례 예고 없이 판매가를 올려온 터라 파장이 더 크다. ‘고무줄 가격’ 정책은 자동차 제작사가 고객 신뢰를 잃는 지름길이다.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의 기행은 이미 도를 넘어선지 오래다. 트위터 인수 이후 특히 심해졌다. 주식을 처분하지 않겠다는 말로 여러 차례 시장을 교란한 것은 애교 수준이다. 그의 거짓말에 익숙해졌기 때문이다. 머스크는 테슬라를 경영한 이후 약속을 한 차례도 지킨 적이 없다. 차량 출시나 신기술 도입에 대한 일정, 제원 등 모든 분야에서 그랬다.

테슬라가 전기차 시장 리더라는 점은 부인하기 힘들다. 폭스바겐 ‘디젤게이트’ 이후 자동차 산업의 최대 화두는 ‘테슬라 따라잡기’였다. 수십차례 파산 위기를 넘겨온 일개 스타트업이 100년 넘게 자리를 잡은 산업의 비전을 완전히 바꾸는 데 일조했다. 모델 3, 모델 Y 등 차량 상품성도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렇다고 테슬라가 전기차 ‘왕좌’를 차지한 것은 아니다. 시장 자체가 태동기 수준인데다 기존 완성차 업체의 추격이 워낙 거세다. 무엇보다 테슬라는 왕관을 쓸 자격 자체가 없다. 두 가지 핵심 알맹이가 빠졌기 때문이다. 자동차 회사가 최우선 가치로 여겨야 하는 ‘안전’과 소비재 기업이 가장 소중하게 생각해야 하는 ‘소통’이다.

테슬라는 초창기부터 꾸준히 안전 논란에 휩싸여왔다. 화재가 난 자동차 문이 열리지 않거나 자율주행 보조시스템 완성도가 떨어지는 등 종류도 다양하다. 테슬라의 운전자 보조 기술이 세계 최고 수준인 것은 맞다. 다만 전문가들은 기존 완성차 업체들은 안전에 대한 경각심 탓에 선뜻 적용하지 못하는 기술을 테슬라가 선제적으로 적용한 영향이 크다고 입을 모은다. 오토파일럿 관련 사망사고가 유난히 많이 발생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B2C 기업이 고객 목소리를 듣지 않는다는 점도 문제다. ‘고무줄 가격 정책’이나 화재 사고 등 각종 이슈에 대한 소통이 부족했다.

왕관을 쓰려는 자는 그 무게를 견뎌야 하는 법이다. 꿈과 희망만으로 테슬라 차량과 주식을 사던 시대는 저물어가고 있다. 테슬라가 세상을 바꾼 혁신 기업으로 기억되려면 보다 책임감 있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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