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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서울에 있는 주요 은행들의 자동현금입출금기(ATM). |
[에너지경제신문 송두리 기자] 지난해 금융당국이 과당 경쟁 자제령을 내린 이후 은행권의 정기 예·적금 금리가 정체를 하고 있다. 기준금리 인상이 지속되고 있는 것과 다른 모습이다. 이 가운데 시중은행들의 대출 금리는 오르고 있어 예대금리차는 더 벌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다. 올해도 금융권이 이자수익을 기반으로 성장을 지속할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9일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1년 기준 정기예금에서 연 5%대의 기본금리를 주는 상품은 케이뱅크의 코드K정기예금이 유일하다. 앞서 시중은행 중 연 5% 이상의 기본금리를 제공하는 곳도 있었으나 지금은 사라졌다.
코드K정기예금에 이어 KDB산업은행의 KDB Hi 정기예금이 연 4.9%의 금리를 적용하고, Sh수협은행의 헤이(Hey)정기예금이 연 4.8%, 산은의 KDBdream 정기예금과 SC제일은행의 e-그림세이브예금이 연 4.7%의 기본금리를 준다. 이어 지방은행, 인터넷전문은행에서 4% 중반의 기본금리를 적용하고 있다. 우대금리를 적용한다고 해도 연 5%의 금리를 주는 곳은 BNK부산은행의 더(The) 특판 정기예금과 코드K 정기예금뿐이다.
지난해 11월 금융당국은 레고랜드발 자금경색 상황이 심해지자 은행권에 자금이 쏠릴 수 있다는 것을 우려하며 과당경쟁을 자제할 것을 주문했다. 이후 실제 은행들은 예·적금 금리 인상을 주저하고 있다. 지난 5일 우리은행이 우리 200일 적금 등 5개 적금 상품의 금리를 최대 0.8%포인트 올렸으나 예금 금리는 인상하지 않았다. 한꺼번에 목돈을 받고 높은 이자를 적용하는 상품은 예금 상품이다.
반면 대출 금리는 계속 오르고 있다. 올해 들어 은행권의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는 연 8%를 넘어섰다. 지난해 30일 기준 최고 금리는 7.72%였는데 곧바로 금리가 최고 연 8%대를 돌파했다.
오는 13일 열리는 한국은행의 금융통화위원회에서는 기준금리 추가 인상이 있을 수 있어 대출금리 인상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에도 기준금리를 올린다면 기준금리는 기존 연 3.25%에서 연 3.5%로 높아진다. 은행들이 수신금리를 높일 지는 미지수다. 당국의 자제령에 은행들은 금리 인상에 눈치를 볼 수 있는 명분이 생겼다.
이같은 상황은 은행권의 예대금리차를 더 벌어지게 할 전망이다. 은행권은 당국의 예대금리차 축소 요구에 따라 지난 8월부터 의무적으로 예대금리차를 공시하고 있는데, 당국 개입으로 혼란스러워지며 예대금리차 공시가 무용지물이 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은행권은 지난해 1∼3분기 40조6000억원의 사상 최대 이자이익을 거뒀다. 은행권은 올해도 최대 실적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되는데 예대금리차 확대에 따라 이자이익 상승에 의한 성장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은행들은 벌어들인 이익을 사회적 지원, 주주환원 등으로 돌려주겠다는 입장이지만, 당장 직원들에게 300∼400% 수준의 성과급을 지급할 것으로 보여 ‘성과급 잔치’라는 비판이라는 나오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들이 예대금리차 축소 움직임을 보이다가 당국의 주문에 수신금리를 높이지 않고 있다"며 "올해 미국의 통화정책방향에 따라 국내도 금리 인상을 지속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은행 입장에서는 비용을 아낄 수 있는 이유가 생긴 것"이라고 말했다.
dsk@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