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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회사 중 1등 회사 몇 개냐"...일침 날린 함영주 하나금융 회장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3.01.05 17:08

연초부터 하나證 등 계열사 CEO 대대적 교체

"과거 성과 안주, 조직의 가장 큰 위기"

함 회장 취임 2년차, M&A 등 과감한 경영행보 예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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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영주 하나금융그룹 회장.


[에너지경제신문=나유라 기자]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회장이 2023년 보험, 카드, 자산운용 등 비은행 부문을 중심으로 과감한 인수합병(M&A)을 예고했다. 이미 함 회장은 연초부터 주요 계열사 최고경영자(CEO)를 큰 폭으로 교체하며 조직에 긴장감을 불어넣은 가운데 하나금융의 가장 취약한 부문인 비은행부문을 어떠한 방식으로 강화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 하나금융 비은행부문 기여도 29%대로 ‘뚝’


5일 금융권에 따르면 하나금융은 올해 4대 금융지주 가운데 M&A가 가장 절실한 회사라는 평가가 나온다. 수년 간 꾸준한 M&A를 통해 비은행부문에 대한 굵직한 작업을 마무리한 신한금융, KB금융과 달리 하나금융은 하나증권 외에는 눈에 띄는 비은행 계열사가 없기 때문이다. 우리금융은 2019년에 지주사를 출범해 타 지주사보다 출발선상이 늦었고, 출범 직후부터 증권, 벤처캐피탈(VC) 등에 강한 인수 의지를 보이고 있어 하나금융과는 상황이 다소 다르다.

하나금융은 작년 3분기 연결기준 비은행부문 기여도 29.1%로 2021년 연간 기여도인 35.7%보다 오히려 뒷걸음질쳤다. 신한금융의 비은행부문 기여도는 작년 3분기 기준 43%였고, KB금융은 전체 수수료이익 가운데 비은행부문이 67.4%를 차지했다.


◇ 연초부터 계열사 CEO 대대적 교체...올해 과감한 경영행보 예고

특히나 업계에서는 함영주 회장이 취임 2년차에 접어든 올해가 하나금융이 대대적으로 M&A를 추진하기에 적기라는 의견도 나온다. 통상 금융지주 CEO 취임 첫해는 내실다지기와 조직안정화 등에 주력하고, 임기 2년차부터 그간 다져온 경영철학들을 과감하게 발휘하는 것이 일반적이기 때문이다.

함 회장이 올해 하나은행을 비롯해 하나증권, 하나생명, 하나카드, 하나대체투자자산운용 등 연말 임기 만료를 앞둔 계열사 CEO 인사를 대거 교체한 것도 금융시장 불확실성보다 현재의 성과에 안주하는 것이 ‘조직의 가장 큰 위기’라는 특유의 경영철학이 작용했다는 후문이다. 여기에 함 회장이 1980년 서울은행에 입행해 40년 넘게 하나금융에서 몸담은 인물이라는 점도 올해 하나금융 변화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는 요인이다.

조직에 대한 이해도가 높고 내부적으로 안정적인 리더십을 구축함과 동시에 미래 비전도 뚜렷하다는 게 함 회장 선임 당시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의 판단이었던 점을 고려할 때 올해는 함 회장 만에 ‘색깔내기’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실제 함 회장은 연초 신년사에서 "하나금융 내 14개 자회사 가운데 해당 업종에서 최고의 자리에 있는 회사가 몇 개나 되냐"라고 반문하며 비은행 부문 M&A를 포함해 모빌리티, 헬스케어 등 비금융 부문에 대한 적극적인 제휴, 투자를 단행하겠다고 예고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하나금융은 증권 외에 비은행부문에서 존재감이 크지 않기 때문에 올해 매물로 나온 비은행 계열사들의 인수 후보군에 유력하게 거론될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 적정 매각가에 우량회사 인수...재무적 불확실성 최소화 관건

하나금융

▲하나금융지주.


하나금융이 그간 롯데카드에 꾸준한 인수 의지를 보인 것도 비은행 부문에 대한 갈증이 바탕이 됐다. 하나금융은 하나카드의 점유율 개선을 위해 2019년 롯데카드 인수전에 뛰어들었지만, MBK파트너스-우리은행 컨소시엄에 밀려 고배를 마셨다.

하나금융은 작년에도 롯데카드 인수전에 참여했지만, 아직까지 인수 완주에 대한 소식은 들리지 않고 있다. 게다가 최근에는 카드사들이 금리 상승으로 자금조달에 난항을 겪고 있어 MBK 측에서 제시하는 롯데카드 매각가 3조원은 과도하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업계 관계자는 "2019년 롯데카드가 시장에 매물로 나올 당시 하나금융의 인수 의지가 워낙 강했기 때문에 하나금융 직원들마저 롯데카드가 자회사로 편입될 것으로 믿고 있었다"며 "작년에도 하나금융이 롯데카드 인수 의향이 있음을 피력한 걸로 알고 있는데, 현재는 어느 단계까지 진행됐는지 알려지지 않고 있다"고 했다.

다만 올해 금융환경이 녹록치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점은 하나금융을 비롯한 금융지주사 M&A에 제약 요인으로 거론된다. 또 다른 관계자는 "해외와 달리 우리나라는 신용카드 발급이 용이하고, 거래 규모도 크기 때문에 (하나금융이 카드사를 인수하면) 안정적인 수익원을 창출하는 것은 물론 이미 카드업계 상위권에 위치한 회사보다 빠르게 양적 성장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짚었다. 이어 이 관계자는 "결국 하나금융을 비롯한 금융지주사들은 올해와 같은 각종 경영 불확실성에서도 우량 회사를 얼마나 합리적인 가격에 인수해 지주사 본연의 재무적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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