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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사 CEO "위기를 기회로"...불황 속 탈출구 찾는다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3.01.03 16:51

올해 실적 부진 예감...리스크관리, 신성장동력 확보 주문



미래에셋 "디지털자산 등 확장"...한투 "글로벌 사업이 핵심"



KB "톱 금융투자플랫폼 지위 강화"...신한"WM 강화가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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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최현만 미래에셋증권 회장, 정일문 한국투자증권 사장, 박정림 KB증권 사장, 김성현 KB증권 사장, 김상태 신한투자증권 사장


[에너지경제신문=성우창 기자] 올해도 고금리 및 경기 둔화 우려로 증권사들의 경영 환경이 녹록치 않을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주요 증권사 최고경영자(CEO)들이 신년사를 통해 디지털자산, 자산관리(WM), 해외시장 등 주요 부문에서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하겠다고 공언했다.

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올해 증권사 대표이사들의 주요 신년사 주제는 ‘위기를 기회로’였다. 금리 인상 및 경기 둔화 우려로 지난해에 이은 실적 부진이 예상되며, 그에 따른 선제적 리스크 관리는 물론 ‘고객 중심’ 관점의 새로운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 가운데서도 몇몇 주요 증권사 대표가 밝힌 신년사에 올해 사업 방향성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 조금이나마 들어가 있어 업계 관계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 미래에셋 "디지털자산 등 신 사업으로 업무 확장"...한투 "중장기 글로벌 사업 확장이 핵심"


자기자본 규모 1위 미래에셋증권은 가상화폐 등 디지털 자산에 대한 관심을 열어두고 있는 모습이다. 최현만 회장은 신년사에 직접 "디지털자산이나 환경·사회·지배구조(ESG)와 같이 새로 부상하고 있는 비즈니스로 업무를 확장해 본인만의 전문성과 경쟁력을 높여가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며 "회사는 앞으로도 임직원의 직무 능력 향상과 전문성 제고를 위해 교육과 연수 활동 등을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구체적인 방향성은 정해지지 않았지만, 현재 금투업계에서 뜨거운 감자 중 하나인 디지털 자산 관련 사업을 온전히 배척하지는 않는다는 신호로 해석될 수 있다. 당초 미래에셋증권은 디지털 자산 관련 수탁 사업을 추진했다가 가상자산 시장 악화로 잠시 중지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금융당국이 이달 증권형토큰(STO) 관련 가이드라인을 공개하기로 했고, 이에 대형 증권사들이 조각투자 플랫폼에 투자하거나 자체 플랫폼 설립을 준비하는 등 신사업 준비에 여념이 없는 만큼 미래에셋 역시 이를 의식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정일문 한국투자증권 사장은 사업 다각화의 일환으로 ‘글로벌 역량 강화’에 더욱 신경 쓰는 모습이다. 그는 신년사에서 "시장 환경에 흔들림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수익원을 지속적으로 다각화해야 한다"며 "중장기적으로 글로벌 사업의 확장이야말로 사업 다각화의 핵심이란 점을 명심하고 모든 사업 부문에서 해외 신 수익원 창출에 만전을 기해주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경쟁사들과 마찬가지로 한국투자증권 역시 최근 수년간 공격적인 해외 진출을 시도해왔는데, 지난해에는 글로벌 증시 악화에 따른 영향으로 3분기 기준 누적 해외법인 순익이 50억원에 그쳤다. 이는 전년(약 150억원) 대비 3분의 2가량이 줄어든 수치다. ‘라이벌’ 미래에셋증권이 압도적 역량으로 글로벌 투자은행(IB)으로서 이름을 높이고 있는 만큼 더욱 글로벌 역량을 키워야 한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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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 증권가.


◇ KB "톱 금융투자플랫폼 지위 강화"...신한"WM 강화가 미래"


박정림·김성현 KB증권 사장은 올해 경영 목표를 ‘안정적 수익력 강화 및 금융투자플랫폼 중심 비즈니스 역량 확대’로 설정하며 WM, 세일즈앤트레이딩(S&T), 글로벌 사업 등 전 부문의 수익성 확대를 상세히 주문했다. 특히 작년 IB 4개 부문(DCM·ECM·M&A·인수금융) 모두 업계 톱을 차지한 만큼, 이를 유지하기 위한 적극적인 영업 추진을 당부했다.

특히 디지털 플랫폼 역량 강화를 주문한 대목이 눈에 띈다. 두 사장은 "넘버원 금융투자 플랫폼으로서의 지위 공고화 및 전사적 디지털 역량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고 신년사에서 밝혔다. 지난 2021~2022년 경쟁사들이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을 대대적으로 개편·혁신한 가운데, KB증권의 MTS ‘M-able(마블)’의 월간활성이용자수(MAU)는 증권·투자업종 앱 가운데 톱을 차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개인 투자자들이 계속해서 MTS로 유입되고 있고, 주식뿐 아니라 채권 등 투자 대상이 다각화되는 시점에서 박·김 사장의 이같은 당부는 ‘최고의 금융투자 플랫폼’으로서의 지위를 견고히 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KB증권은 이를 위해 최근 플랫폼 관련 조직을 확대 개편하기도 했다.

올해부터 단독 대표가 된 김상태 신한투자증권 사장은 보통 ‘IB 전문가’로 통하지만, 올해 신년사에서는 ‘자산관리 역량 강화’를 강조한 점이 흥미롭다. 김 사장은 신년사에서 "고객중심으로 WM 비즈니스 체질을 개선할 수 있느냐에 신한투자증권의 미래가 달렸다"고 말했다.

앞서 신한투자증권은 조직개편에서 리테일, WM, 퇴직연금 사업 그룹을 통합해 1000명이 넘는 규모의 ‘개인고객그룹’으로 확대 개편한 바 있다. 김 사장은 이 압도적 인적 자원을 통해 연금 및 노후설계·세무·가업승계·부동산 등 개인 고객이 원하는 모든 금융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모델포트폴리오 중심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또 고액 개인 자산가는 법인 고객 유입으로도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종합 금융 솔루션 제공을 통한 개인형 투자금융(PIB) 비즈니스 체계를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지난해부터 밀어붙여 온 ‘법인 생태계 구축’과도 밀접한 관계가 있는 대목으로, 결국 WM 비즈니스 강화를 통해 IB 사업 부문에 선순환 시너지를 일으키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금투업계 한 관계자는 "대표들의 신년사는 중요하며 그해 사업 방향성을 어느 정도 제시하는 것은 맞지만, 시기상 구체적인 신년 사업 계획이 내부적으로 확립되기 전이므로 신년사만 가지고 속단해서는 안 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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