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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존재감 키우는 TSMC...일본과 ‘반도체 파운드리 동맹’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2.12.18 12:28

대만 TSMC, 일본 지원 등에 업고 현지 생산공장 확대



일본 정부 투자액 절반 부담…국내 ‘K칩스법’ 강화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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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SMC와 소니가 일본 구마모토현에 건설 중인 공장 전경.


[에너지경제신문 이진솔 기자] 세계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세계 1위인 대만 TSMC가 일본 반도체 기업과 결속을 강화하고 있다. 소재와 장비 부문에 경쟁력이 높은 일본 반도체 기업을 재건하려는 일본 정부와 글로벌 생산 및 연구·개발(R&D) 거점을 다변화하려는 TSMC 목적이 맞아떨어진 결과다. TSMC가 글로벌 시장에서 존재감을 키우면서 경쟁을 펼치는 삼성전자와 격차가 쉽사리 줄지 않고 있다.

18일 외신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허우융칭 TSMC 부사장은 지난 8일 일본 TV도쿄 뉴스 프로그램인 ‘월드 비즈니스 새틀라이트’에 출연해 일본에 추가적인 공장 건설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TSMC는 현재 규슈 구마모토현에 반도체 공장을 건설하고 있는데 완공되기도 전에 새로운 공장 추가 설립 계획을 내비쳤다. 다음달 TSMC는 공식적으로 "어떠한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지만, 현재 구체적인 계획은 없다"고 전했다.

현재 건설 중인 구마모토 공장에는 TSMC과 일본 소니가 공동 출자를 통해 약 1조엔(약 9조5900억원)을 투입한다. 일본 자동차 기업인 도요타 산하 자동차 부품 기업인 덴소도 400억엔(약 3800억원) 가량을 투자했다. 반도체 양산 시점은 2024년 12월이다. 소니는 스마트폰용 카메라 부품인 이미지 센서 공급을 안정화하기 위해, TSMC는 수요처에 적기에 제품을 조달하기 위해 합작 투자에 합의했다. 덴소는 자율주행을 비롯한 첨단 기능 구현에 필요한 차량용 반도체 공급처 확보를 위해 투자 계획에 참여한 것으로 분석된다.

일본 정부는 구마모토 공장 건설에 최대 4760억엔(약 4조5600억원)을 지원한다. 사실상 절반에 가까운 비용을 부담하는 수준이다.

TSMC 고위 관계자가 일본에 제2공장 설립 가능성에 대해 언급한 점은 일본과 TSMC간 반도체 공급망을 위한 전략적 협업 관계가 깊어지고 있다는 분석을 뒷받침한다.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해 4분기 매출 기준 세계 파운드리 시장에서 TSMC 점유율은 56.1%로 절반을 넘는다. TSMC를 우군으로 두면 첨단 반도체 공급망에서 우위에 설 수 있다. 일본 정부가 자국 내 첨단 반도체 산업 부흥을 위해 TSMC 공장 유치에 힘을 쏟은 이유다.

TSMC가 지난 6월 이바라키현에 개소한 반도체 R&D센터에도 일본 정부가 사업비 절반에 해당하는 190억엔(약 1800억원)을 지원했다. 웨이저자 TSMC 최고경영자(CEO)는 개소식에서 "일본과 대만은 세계 반도체 공급망에서 중요한 연결고리가 있다"며 "시설에서 협력 관계가 더 많은 혁신으로 이어질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반면 TSMC와 파운드리 경쟁을 벌이는 삼성전자 점유율은 올해 3분기 15.5%로 정체 상태다.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 불황이 확대되면서 올해 4분기에는 반도체 매출 순위 선두 자리도 TSMC에 내줄 가능성이 높다. 올해 4분기 TSMC 매출 전망치는 26조원 수준으로 20조원 규모인 삼성전자보다 크다.

삼성전자를 비롯한 국내 반도체 업계는 파격적인 정부 지원이 시급한 시점이라고 입을 모은다. 최근에는 반도체 시설투자와 R&D에 세액공제를 해주는 ‘반도체특별법(K칩스법)’은 지난 15일 국회 상임위원회를 통과했으나 투자 세액공제율 확대에 대해 ‘대기업 특혜’라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지원 규모가 줄어 반쪽짜리 법안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일본이 TSMC와 함께 미국 주도 반도체 공급망에 협력하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며 "국내 반도체 기업을 지원하고, TSMC뿐만 아니라 경쟁력 있는 반도체 기업을 국내에 유치하기 위해서는 파격적인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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