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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상공회의소 SGI는 14일 ‘벤처기업의 자금조달 여건 점검 및 대응방안’ 보고서를 발표하며 이 같이 밝혔다.
대한상의에 따르면 현재 벤처기업은 정부지원금과 은행대출에 대한 자금 의존도가 높은 상황이다. 2020년 기준 벤처기업의 신규자금 중 64.1%는 정책지원금으로, 28.2%는 은행대출을 통해 조달됐다. 벤처투자 시장의 주요 자금원으로 자리잡고 있는 벤처캐피탈의 투자재원을 살펴보면 작년 기준 벤처투자조합의 출자자 중 정책금융의 비중이 29.5%를 차지하고 있다.
보고서는 이러한 상황에서 정부지원금 축소, 긴축적 통화정책 등으로 벤처기업의 자금난이 심화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내년 정부의 정책자금과 모태펀드 예산이 각각 19.6%와 39.7% 감소하며 자금 지원 규모가 2년 연속 줄어들고 있다. 긴축적 통화정책으로 시중 유동성도 축소되고 있다.
벤처기업은 외부자금에 대한 만성적인 초과수요 상태인 경우가 많아 자금공급이 줄어들면 벤처기업의 자금난은 빠른 속도로 어려워지게 된다. 실제 올해 3분기 벤처캐피탈투자는 경기불확실성과 고금리 등으로 투자심리가 위축되면서 전년 동기 대비 40.1% 빠졌다.
보고서는 이에 따라 벤처기업의 자금난을 완화하기 위해 △정책금융의 경기역행적 운영 △벤처기업에 대한 무담보 대출 공급 확대 △CVC 활성화를 위한 규제 완화 등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또 정책금융을 경기역행적으로 운영해 민간 투자자금의 경기순응적 성향을 보완해야 한다고 짚었다. 경기순응성은 경기둔화 국면에서 유동성이 줄어들고 경기상승 국면에서는 유동성이 늘어나면서 경기변동성을 증폭시키는 것을 의미한다.
김경훈 대한상의 SGI 연구위원은 "은행대출, 벤처캐피탈 등 벤처기업에 대한 민간 투자자금은 경기순응성이 강해 경기둔화 국면에서 벤처기업의 자금난은 더욱 악화되는 것으로 평가돼 왔다"고 설명했다.
향후 경기둔화 국면에서 정책금융 규모를 일정수준으로 안정적으로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정책금융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벤처기업에게 정책금융의 감소는 자금난을 심화시키기 때문이다. 정책금융 규모의 변동성 확대에 시장의 불확실성도 키울 수 있다.
보고서는 경기 여건을 반영해 모태펀드 예산을 늘리거나 한국은행 금융중개지원 대출을 확대하는 등 벤처기업에 대한 정책금융 지원이 강화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모태펀드는 민간자금에 대한 유인효과를 극대화하는 방안으로 설계된 것으로 경기둔화 국면에서는 지원 규모를 늘려 민간 투자자금의 경기순응성을 완화해 벤처투자 시장의 위축을 해소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보고서는 이와 함께 담보물이 부족한 벤처기업에게 무담보 대출 공급을 확대해야 한다고 했다. 현재 국내 시중은행들은 벤처기업에게 담보 대출을 주로 시행하고 있는데, 창업 초기의 담보물이 부족한 벤처기업은 은행 대출을 통한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김 연구위원은 "국내 시중은행들은 담보물 중심으로 기업대출을 시행하고 있고 무담보 대출에는 익숙하지 않은 상황"이라며 "지적재산권을 바탕으로 역량있는 벤처기업에게 무담보 대출을 제공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보고서는 벤처기업의 안정적인 중장기 투자 자금을 조달하는 방안으로 CVC의 투자를 활성화해야 한다고 봤다. CVC는 비금융 법인이 설립한 벤처캐피탈로서 주로 모기업이 사업진출을 계획하는 부문의 벤처기업에게 전략적 투자자 관점에서 장기 투자를 수행한다.
CVC는 단기적인 경기 영향을 덜 받고 장기적인 투자가 가능해 경기둔화 국면에서 벤처투자 시장의 주요 투자 자금원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국내의 경우 지난해 12월 공정거래법 개정을 통해 일반지주회사도 CVC를 설립할 수 있게 됐다. 최근 대기업과 중견기업을 중심으로 본업의 경쟁력 강화, 신성장 동력 확보 등을 위한 목적으로 CVC 설립에 대한 관심이 증대되고 있다.
보고서는 CVC 투자를 활성화하기 위해 규제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현재 펀드 조성 시 외부자금 출자 비중이 40%로 제한됨에 따라 펀드 규모를 확대하는데 제약이 있다. 이를 완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경제 불확실성이 높아진 상황에서는 리스크 분산 차원에서 펀드에 다양한 외부 투자자를 유치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연구위원은 "최근 고금리, 고환율, 고물가 등 경제환경 악화로 벤처기업의 자금조달이 어려운 상황이며 벤처기업이 자금난으로 성장성이 제약되면 국내 경제의 성장 잠재력 둔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며 "정책금융을 확대하고, 다양한 형태의 벤처 투자자금을 활성화해 벤처기업의 자금난을 해소해야 한다"고 했다.
yes@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