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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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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듈러건축, 해외 수출한다더니 국내선 폐기?…엇박자 타는 정부정책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2.11.24 15:45

서울 중랑 신내4 북부간선도로 입체화 사업 설계안 변경 검토



모듈러건축업계, 서울시 세계 주거트렌드인 모듈러 발전 역행 지적



SH, ‘서울형 고품질 임대주택 공급방안’ 정책 부합 고민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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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중랑구 북부간선도로 위에 조성될 신내 콤팩트시티 상상도. SH공사


[에너지경제신문 김준현 기자] 사우디아라비아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 방한 후 공장에서 짓고 현장에서 조립하는 탈현장공법(OSC) 방식인 모듈러건축에 대한 관심이 뜨거워지고 있다. 그러나 정부 기조와 달리 정작 지자체와 관련 산하기관은 기존 모듈러건축 설계안을 폐기하는 엇박자 행보를 보이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특히 삼성물산 등이 사우디아라비아 네옴시티에 들어갈 모듈러건축 수주 협약을 맺는 등 해외로 모듈러산업을 확장하고 있고, 정부 역시 지난 23일 모듈러건축 활성화를 위한 협의체까지 출범한 상황에서 전해진 소식인 만큼 관련업계 안타까움을 자아내고 있다는 전언이다.

24일 에너지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SH서울주택공사(이하 SH공사)는 중랑구 신내동 북부간선도로 일부를 인공대지로 덮어 그 위에 주택을 짓는 콤팩트시티에 대한 설계 변경계획수립을 검토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인공대지에 공공임대주택을 짓는 대신 상부는 복개 후 공원만 조성하겠다는 방침이다. 대신 남측 토지를 활용한 주택건립 방안을 고려 중이고, SH공사는 서울시와 이를 협의 중에 있다고 밝혔다.

앞서 서울시와 SH공사는 북부간선도로 위 축구장 4배 크기의 대규모 인공대지를 조성해 주거 및 공원 등이 어우러진 신내콤팩트시티를 조성하겠다고 발표했다. 여기에는 1인세대·신혼부부를 위한 990가구 공공임대주택과 문화체육시설, 청년 창업공간 등이 들어설 계획이었다.

특히 공공 주택을 모듈러주택으로 지을 예정이었다. 990가구 중 693가구는 전용면적 20㎡(약 6평) 원룸형 구조, 나머지는 전용 42~53㎡으로 설계했다. 다만 설계 검증 과정에서 인공대지가 건물 하중을 견디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와 기존 설계안 변경이 예상됐다. 참고로 SH공사는 인공대지와 아파트는 별도 구조물로 완전 분리돼 안전성에는 문제가 없다는 것을 강조한 바 있다.

이로 인해 총공사비는 2019년 계획발표 당시 예상한 사업비 약 4200억원보다 더 늘어날 수 있다는 전망이다. 착공이 늦어지니 입주시기도 지연된다. 본래 계획이었던 2024년 하반기에서 2026년 준공 목표로 올해 1월 주택건설사업계획 승인을 받았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모듈러건축업계에선 이를 두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업계에 따르면 모듈러건축이 세계적 건축 트렌드인데다가 네옴시티 수주 가능성 덕에 인지도가 올라간 시점인데 오세훈 서울시장이 모듈러건축 자체에 큰 관심이 없어 보인다는 지적이다.

지난 22일 논현동 건설회관에서 열린 스마트모듈러 행사에 참여한 A건축사사무소 대표는 "네옴시티 모듈러건축 수주 MOU 소식을 듣고 생각보다 많은 이들이 모듈러건축에 관심을 보였다"며 현 건축 트렌드의 방향이 모듈러건축임을 에둘러 말했다.

다만 현재는 법령에 갇혀 제대로 된 고층 모듈러건축물이 나오지 못하고 있고, 사업성도 없으니 민간에서 투자하기 꺼려하는 게 현실이다. 공공발주에서라도 지속 발전가능성을 키워나가야 하는데 서울시 등이 거꾸로 정책을 펼치니 업계 입장에선 답답한 마음이다. 특히 GH경기주택도시공사가 모듈러건축 트렌드를 이어나가는 것과도 대조적인 행보다.

주택건설사업자 한 관계자는 "인필과 적층방식의 모듈러 구조에 접합부 방식을 긍정적으로 보진 않지만 사우디아라비아 주택부 측에선 우리는 쓰지 않는 모듈러주택을 ‘더 라인’에 쓴다고 하면 어떤 반응을 보일지 모르겠다"며 "최근에 정부가 모듈러 홍보를 열심히 하고 있는데 서울시 방안은 산업발전에 찬물을 끼얹는 건 아닌가 싶다"고 전했다.

SH공사 관계자는 "SH는 ‘서울형 고품질 임대주택 공급 혁신방안 정책’ 방향과 부합되도록 임대주택 평형 확대 및 고품질 주거공간 제공 등 세부검토를 서울시와 협의를 거쳐 계획을 변경할 예정이다"며 "본 지구 내 변경설계안은 미확정 상태이며 설계안 또한 아직은 도출되지 않았다"고 답했다.

한편 별개로 SH공사는 이번 설계변경안 논란이 있는 중랑구로 사옥이전을 추진 중에 있다. 다만 지방공기업 평가원 타당성 검토 결과 사업성이 미흡할 수 있다는 의견이 있고, 사옥이전 재원부분 이슈도 있어 추진이 지지부진하다.

SH공사 관계자는 "중랑구 사옥이전 관련 사업성과 재원 문제 해결을 위해 고밀도 복합개발 용역 발주를 진행 중이다"고 밝혔다. kjh123@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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