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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분석] 한전채 발행 한도 사실상 상향…업계 "자본잠식 우려" vs 한전 "아직 괜찮다"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2.11.23 16:00

- 22일 산자위 소위서 발행 한도 5배 상향 개정안 통과



- 업계 "전기요금 정상화 없이 채권 한도 늘리면 결국 부도.다른 기업들, 국민도 피해"



- 한전 "정부, 아직 한전 채권시장 괜찮다고 판단, 상황 나아지면 다시 하향할 것"

요금

[에너지경제신문 전지성 기자] 한국전력공사 채권 발행 한도 상향이 사실상 확정된 가운데 업계의 의견이 갈리고 있다. 정부는 "시장충격을 완화하고 전기 소비자 부담을 경감하는 차원에서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다만 업계에서는 안 그래도 한전채권 발행 급증으로 다른 기업들의 자금조달에 차질이 발생하고 있는 상황에서 채권시장 경색은 물론 한전의 자본잠식 우려까지 나온다.

도시가스 가격은 올 들어 38.5%가 올랐고, 전기요금은 10월 인상분을 포함하면 거의 20%가 오른 것으로 추정된다. 그럼에도 한전의 적자 해소에는 큰 도움이 되지 않았다. 한전은 3분기까지 23조원의 영업 손실을 기록하면서 현금 유입이 사실상 끊겼다. 10월까지 23조원에 달하는 채권을 발행했지만 여전히 최소 10조원 이상의 발행이 필요한 상황이다.

결국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는 지난 22일 법안소위에서 한전 채권 발행 한도를 5배 상향하는 한국전력공사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현행 제도상 한국전력이 발행하는 채권인 한전채 발행 한도는 자본금과 적립금을 더한 금액의 2배로 제한된다. 법안이 최종 통과되면 이 한도가 5배까지 늘어난다. 현재 영업 적자인 한전은 대규모 당기순손실이 적립금에 반영되면 현행법상 회사채를 더는 발행할 수 없게 된다. 국제 연료비 급등으로 전력구입비가 계속 오르고 있는 만큼 한전이 채권을 추가로 발행하지 못해 전력시장이 마비되는 상황을 방지하자는 취지의 법안이다. 채권 발행이 안되면 전력을 제때 구매하지 못하는 것은 물론 기존 채무 상환 지연, 전력 인프라 운영 중단 등 사태로 이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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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에서는 근본적인 전기요금 인상 없이 한전에만 채권발행을 몰아주는 방식은 임시방편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력도매가격(SMP)상한제 등 오히려 기업들을 옥죄고 한전의 빛을 늘리는 방향의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는 것이다.

국회 산자위 소속 양이원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공공기관의 무분별한 사채 발행을 방지하기 위해 한도를 법률에 규정하고 있는데, 개정안처럼 행정부(산업부)에 ‘한도를 초과하는 재량권’을 주는 것은 법률 취지에 반하고 입법 사례도 없다"며 "전기요금 정상화 대책이 수반되지 않으면 한전채 발행한도를 아무리 늘려줘도 결국 자본잠식과 부도 피할 수 없다"고 분석했다.

이어 "부도를 면한다 하더라도 자금시장 악영향으로 다수의 기업들이 큰 피해를 볼 수밖에 없고, 결국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갈 것"이라며 "산업부는 불편할 진실을 알리고 요금정상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 정부가 지급을 보증하는 신용등급 AAA의 한전이 6%에 육박하는 금리를 내세우면서 다른 기업들까지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시중에 흘러야 할 돈이 모두 한전 적자 메우는 데 쓰인 셈이다.

산업부는 지난 정부의 탈원전 정책과 요금인상 억제로 인한 결과라고 반박한다. 산업부 관계자는 "지난 정부는 인상요인에 있음에도 5년 내내 전기요금을 올리지 않았다. 그동안 한전은 손실액을 부채로 메워 왔다"며 "한전이 부실기업화 되는데 지난 정부의 역할을 무시할 수 없다. 현정부는 전정부로부터 원치 않는 부담을 넘겨받았다"고 말했다. 지난 5년 사이 한전 부채는 37조원이 증가했고, 본격적인 에너지가격 상승 시작된 2022년에는 반년 사이에만 20조원의 부채가 증가했다. 한전의 올해 6월말 부채총액은 165.8조원이다.

한전은 최소 가구 당 월 8만원 정도 요금을 올려야 하지만 안되면 채권발행 확대라도 허용해줘야 한다는 주장이다. 한전 관계자는 "정부 측에서 아직 한전의 재무상황과 채권시장이 괜찮다고 판단해 허용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급격한 요금 인상이 현실적으로 어려우니 당장은 채권발행 밖에 방법이 없다. 상황이 나아지면 당연히 다시 하향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이어 "국가 전기공급을 책임지고 있는 한전은 일반회사와 다르다"며 "정상적인 상황에서 기업이 막대한 이윤을 내거나 또는 부도가 난다고 정부가 개입하지 않지만 전쟁으로 인한 현재의 상황은 특별하다. 전력시장 유지를 위한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jjs@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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