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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철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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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E칼럼] 전력생태계 위기 초래할 SMP상한제 재고해야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2.11.21 13:12

박진표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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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표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


올해 한국전력공사의 적자가 30조 원을 초과할 것이라는 전망이 차츰 가시화되고 있는 가운데, 전력당국이 내달부터 긴급정산상한가격제(SMP 상한제)를 도입, 시행하기 위한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다. 전력당국과 일부 전문가들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촉발된 글로벌 에너지 위기 상황에서 전기요금 급등으로부터 전기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해 한시적으로 SMP 상한제를 시행하는 것은 불가피하다는 논리를 전개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논리는 SMP 상한제가 간과하고 있는 다양한 요인들을 고려할 때 설득력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

우선, SMP 상한제는 우리나라 전력시장이 ‘변동비 반영시장(CBP; cost-based pool)’이라는 규제시장임을 충분히 고려하지 못하고 있다. 양방향 가격입찰시장에서는, 발전사업자들과 판매사업자들이 각자 임의로 제시한 호가를 바탕으로 전력거래가격이 정해진다. 그에 따라 사업자들이 글로벌 에너지 위기에서 야기된 대규모 수급불안 기회를 이용하여 막대한 횡재이익을 얻기 위한 가격책략을 사용할 유인이 있으며, 이는 전력거래가격의 과도한 급등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

반면 CBP 시장에서는, 전력거래소 비용평가위원회가 한 달 전에 각 발전기의 변동비를 정하고 이를 바탕으로 전력거래 입찰을 진행하기 때문에, 횡재이익을 얻기 위해 전력거래가격을 급등시키는 가격책략이 애당초 실행될 수 없다.

게다가, 원전·석탄발전 등 기저발전기는 정산조정계수에 의한 총괄원가 규제를 적용받기 때문에 횡재이익을 얻을 여지는 전혀 없으며, 따라서 이에 대해 SMP 상한제를 적용할 여지 역시 없다.

결국, SMP 상한제가 그 의도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저원가 LNG 발전기가 누리는 초과이윤을 억제하는 것에 더하여, 그 밖의 대다수 LNG 발전사들에 대한 보상을 억제할 수밖에 없다. 전력당국이 최근 용량요금을 인하시키는 조치를 취하는 한편, 긴급정산상한가격을 초과하는 발전기의 변동비 전부가 아니라 (무부하비용 등이 반영되지 않아 과소평가된) 연료비만 보상하려는 것은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된다.

물론 이는 (차액계약 등 전력거래가격 헤지수단이 마련되어 있지 못한 상황에서) 대다수 LNG 발전사들의 부당한 대규모 손실로 귀결될 것이며, 재무적 한계상황에 놓인 발전사들은 신용도 하락으로 연료 조달을 위한 자금 마련에 어려움을 겪거나 더 많은 금융비용을 지불할 수밖에 없게 되고, 자칫 도산 위기에 직면하게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렇듯 SMP 상한제가 초래할 ‘발전기를 돌리면 돌릴수록 손해’ 상황은 헌법상 과잉금지원칙에 위반할 뿐만 아니라 재산권 제한에 따른 ‘정당한 보상’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는 점에서 위헌 소지가 낮지 않다.

무엇보다도 우려스러운 점은 LNG 직수입 발전사들이 LNG를 보다 낮은 가격으로 도입하려는 유인이 완전히 사라질 것이라는 점이다. 발전사 경영진의 배임 문제를 고려할 때, 발전기를 돌려 손해를 입느니 차라리 비싼 연료를 도입해 급전지시를 받지 않는 방식으로 전력시장을 보이콧하려 할 가능성은 그저 기우가 아닐 것이다.

값싼 LNG 물량을 확보하더라도, 국내에서 발전용 연료로 쓰기보다는 고가를 제시하는 유럽 수요자에게 되파는 것이 이익일 것이다. 이는 결국 가스도매사업자인 가스공사의 LNG 도입 부담을 증가시키는 한편, 전력시장의 전력구매비용 총액을 더 높이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것이다.

한편, 전력당국이 100kW 미만 소규모 태양광발전기에 대해 SMP 상한제의 예외를 인정하는 것은 헌법상 평등원칙을 고려할 때 이해하기 어렵다. 또한, 전력당국은 SMP 상한제를 한시적으로 시행하겠다고 공언하고 있다고 하지만, 글로벌 에너지 위기의 장기화 가능성을 고려할 때 그리 신뢰하기는 어렵다.

이렇듯, SMP 상한제의 의도는, ‘물가안정’이라는 다분히 정치적인 고려에서 비롯된 전기요금 인상 제약이 초래한 한전의 대규모 손실을 일부나마 발전사들에게 강제적으로 떠안기려는 것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SMP 상한제는 별다른 효과를 거두지 못한 채 오히려 전력시장의 정상적 작동을 왜곡시킬 뿐인 하책에 불과하다.

전력시장 자체에 대한 발전사업자들의 일말의 신뢰마저 무너뜨림으로써 전력생태계 전체를 총체적 위기로 내모는 SMP 상한제 도입은 재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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