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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전체회의가 끝난 뒤 김한정 민주당 간사 등 야당의원들에게 예산안 통과 감사 인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
[에너지경제신문 전지성 기자] 탈원전 폐기를 내세운 윤석열 정부의 첫 예산 중 에너지분야에서 오히려 지난 정부의 ‘탈원전·재생에너지 확대’ 기조가 유지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까지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 예산은 늘어나는 반면 소형모듈원전(SMR) 등 원자력발전 관련 예산은 삭감되는 게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소야대 국회에서 내년도 예산안 심의 과정에서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영향이 크게 작용한 때문으로 풀이된다.
22일 국회 산업통상중소벤처기업위원회(위원장 윤관석) 소속 국민의힘 의원 관계자는 "산자위 예산소위는 물론 예결위에서도 다수당인 민주당 주도로 원전 관련 예산은 대폭 줄이고, 반면 삭감됐던 재생에너지 예산은 대폭 늘리는 쪽으로 논의되고 있다"며 "사실상 산업부 예산이 문재인 정부의 에너지전환 기조로 돌아가고 있다. 이대로면 정권교체와 새정부 에너지 정책이 무의미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제출한 2023년 에너지 관련 예산안은 윤석열 정부의 에너지 정책 방향을 반영해 혁신형 소형모듈원전(i-SMR) 기술 개발 예산 31억1000만원 등 주요 정책 예산을 지난해보다 대폭 늘렸다.
실제 지난주 산자위 예산소위에서 민주당 의원들은 SMR 일제히 예산의 전액 삭감을 주장했다. 경제성, 핵 폐기물 처리 문제, SMR 실용화 전 신재생에너지로의 대체 가능성을 이유로 들었다.
송기헌 민주당 의원은 "2040년은 되어야 실용화되지 않겠나"라며 "그때가 되면 SMR이 개발된다고 해도 별로 효용성이 없을 것 같다"고 했다.
같은 당 홍성국 의원도 "우리가 태양광이나 풍력이 많아지게 되면 SMR이 필요 없어질 수도 있다"고 했다.
산업부가 지난 8월 발표한 ‘2023년 예산안’을 보면 문재인 정부 때 추진했던 주요 사업 예산이 큰 폭으로 삭감됐다. 반면 원전 등 윤석열 정부가 중점을 두고 추진하는 사업 예산은 큰 폭으로 늘었다.
‘2023년 예산안’에 따르면 내년도 예산에서 신재생에너지 사업은 대폭 삭감됐다. 지난해 신재생에너지 금융지원 사업(6590억원)과 보급지원 사업(3214억원) 예산은 합쳐 9804억원이 편성됐다. 그러나 올해 예산안에서는 6643억원으로 줄었다.
반면 윤석열 정부 주요 국정 과제인 원전산업 육성을 위해 관련 예산은 4839원에서 5738억원으로 증가했다. 정부는 원전 수출활동을 지원하고, 신한울 3·4호기의 건설 재개를 위한 인력양성 등에 투입될 예정이다. 내년 연구개발(R&D) 예산 증가율도 예년에 비해 크게 둔화됐지만, SMR 등 원전 기술력 증진에도 7000억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다만 민주당에서는 재생에너지 예산 확대를 강하게 주장하고 있어 이 예산안이 그대로 통과될 가능성은 낮은 상황이다.
정범진 경희대 교수는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는 보조금 없이 경쟁력이 없다는 게 지난 정권 내내 입증됐다. 기술개발을 통한 경쟁력 확보 위주로 정책을 펴야 하지만 보급률을 중심으로 정책을 펼치다 보니 값싼 중국산 태양광 패널이 대량 유입돼 국내 회사는 폐업을 했다"며 "또 전력기금이 태양광 패널 보급에 사용된 결과 오히려 기술개발 투자는 줄어들었다"고 지적했다.
정범진 교수는 이어 "보조금이 없으면 사업을 할 수 없는 이들은 정책에 민감할 수밖에 없고 야당, 산업부, NGO(비정부기구), 환경운동가, 언론을 동원해 예산을 확보하려 할 것"이라며 "한전 적자 심화와 에너지안보 위기 상황에서 보조금 위주의 재생에너지 예산을 늘리는 것은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산자중기위는 지난 16일 예산안 의결을 진행했으며 예결산특별위원회는 지난 17일부터 639조 원 규모의 윤석열 정부 첫 예산안의 세부 사항 심의에 본격 돌입했다. 상임위원회 곳곳에서 여야의 치열한 예산 전쟁이 벌어지고 있는 까닭에 예산안이 기한 내 통과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국회 예결위는 예산소위 심의를 거쳐 오는 30일 전체회의에서 예산안을 의결한 뒤 법정 기한인 다음달 2일 본회의를 통과시킨다는 계획이다.
jjs@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