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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철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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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E칼럼] 전력거래가격 상한제 흔들림없이 시행해야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2.11.09 09:46

노동석 서울대학교 원자력정책센터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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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석 서울대학교 원자력정책센터 연구위원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이 끝날 조짐이 보이지 않는다. 전쟁으로 촉발된 에너지 공급망 위기도 장기화되고 있다. ‘러시아산 에너지를 수입하지 않겠다’며 큰 소리 치던 서유럽 국가들은 에너지난으로 고통 받고 있다. 특히 지난 9월 말 노르트스트림 천연가스 파이프라인이 발트해 아래에서 폭파되는 사건이 발생한 후 가스관을 통한 러시아 천연가스 공급은 완전히 중단되었다. 이제는 전쟁이 끝나도 에너지 가격이 단기간에 낮아지기 어려운 상황이 되고 말았다.

영국의 전기·가스위원회는 내년 에너지 요금이 올해의 3배가 될 것이라고 예고했고, 독일에서는 정부의 대책마련을 촉구하는 시위와 겨울철 난방연료로 장작과 석탄 사재기가 시작된 지 오래다. "값싸고 오래 타는 석탄을 난방연료로 사용하는 게 나을 것 같다. 건강에 좋진 않겠지만 추운 것보다는 낫다." 독일 시민의 인터뷰 내용이다.

에너지 위기는 우리에게도 밀려 왔다. 도시가스 가격은 올 들어 38.5%가 올랐고, 전기요금은 10월 인상분을 포함하면 거의 23%가 오른 것으로 추정된다. 그럼에도 한전의 예상적자 해소에는 큰 도움이 되지 않아 보인다.

예상적자 해소를 위해서는 가구 당 월 8만원 정도 요금을 올려야 한다는 게 한전 주장이다. 그도 그럴 것이 1~8월 정산단가(구입가격) 143.6원에 한전비용(송배전 및 판매비용 대략 20원/kWh 추정)을 합한 단가가 164원 수준인데 판매단가는 116원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1kWh 팔면 50원 정도 손해 보는 장사다. 그러고도 시장한계가격(SMP)은 당분간 더 오를 전망이다. 일반회사라면 부채가 감당할 수 없는 수준으로 불어나 당장 문을 닫아야 할 상황이다. 하지만 전기공급을 책임지고 있는 한전은 망해서도 안되고, 망할 수도 없는 기업이다.

일부라도 적자를 덜어내자는 것이 SMP 상한제다. 세계 각국은 이미 SMP 상한제와 유사한 횡재세(windfall tax)를 부과하고 있다. 유럽연합(EU)는 9월 30일 에너지이사회 긴급회의를 열고 12월부터 화석에너지 기업에 횡재세를 부과하는 데 합의했다. EU 법안 초안에 따르면 가스 외에 태양광·풍력·원자력·석탄을 활용하는 발전사들이 벌어들이는 초과이익의 일부가 횡재세로 회수된다. 물론 한시적으로 적용된다.

이 조치로 마련되는 1400억 유로(약 197조원)는 소비자 부담 완화에 활용된다. 발전사 수익은 MWh 당 180유로(kWh 당 250원) 이하로 제한된다. 미국도 횡재세 법안을 발의한 상태다. 중간선거를 앞둔 바이든 대통령도 "지난해 엑손모빌은 하느님보다 더 많은 돈을 벌었다"며 횡재세 필요성을 강조했다.

산업부는 ‘전력시장 긴급정산 상한가격제도’와 ‘고정가격계약의 전력거래가격 정산방식 개선’을 발표하고 SMP 상한제의 12월 시행을 예고했다. ‘전기사업법 제4조(전기사용자의 보호)와 전기사업법 제33조(전력거래의 가격 및 정산) 2항의 ’전기사용자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는 전력거래가격의 상한을 정하여 고시할 수 있다’가 법적 근거다. SMP 상한은 약 160원으로 하고 발전사업자 연료비가 상한을 초과하는 경우 실제 연료비는 별도로 보상하겠다는 것과, 고정가격계약을 체결한 신재생의 경우 SMP가 고정가격보다 높을 때 고정가격을 상한으로 하겠다는 것이 주요내용이다.

정부는 "시장충격을 완화하고 전기 소비자 부담을 경감하는 차원에서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법적근거와 명분이 확실한데도 정부는 즉각적인 시행을 망설이고 있다. 탈원전 때와 비교되는 장면이다.

물론 업계는 반발한다. "정부의 지나친 시장 개입이다", "손실이 날 때는 정부가 도와주지도 않다가 큰 수익이 날 때 세금만 걷어가겠다는 건가"라는 주장이 주류다. 일부 전문가들도 여기에 동조한다. 툭하면 목소리를 높이는 많은 전문가들과 시민단체들은 SMP 상한제에 꿀 먹은 벙어리다. SMP 상한제에 침묵하는 것은 동의한다는 뜻인가. 그보다는 이쪽(민자발전·태양광사업자) 저쪽(산업부·소비자) 사이에서 눈치보기를 하는 것 같다.

정상적인 상황에서 기업이 막대한 이윤을 내거나 또는 부도가 난다고 정부가 개입하지 않는다. 하지만 전쟁으로 인한 현재의 상황은 특별하다. 미국의 횡재세 부과는 1차,2차 세계대전과 올해까지 세 차례나 된다. 정부의 SMP 상한제는 필요한 조치다.

소비자 보호와 기업의 자유로운 경제활동, 독자들은 어느 편에 설 것인지 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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