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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시 수낵 영국 총리(사진=AFP/연합) |
연합뉴스에 따르면 수낵 총리는 26일(현지시간) 첫 내각회의를 주재한 직후 성명을 내고 10월 31일로 예정됐던 중기 재정전망 발표를 11월 17일로 미룬다고 밝혔다.
수낵 총리는 내각회의에서 장관들에게 "올바른 결정이 중요하고 내각과 그런 결정을 확인하려면 시간이 필요하다"며 "지속가능한 기반 위에 공공 재정을 투입하고 중기적으로 부채를 줄여나갈 방법을 명시하겠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조처는 제러미 헌트 영국 재무장관이 경제정책을 더욱 가다듬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고 영국 재무부 소식통은 말했다.
헌트 장관은 이달 15일 현지 언론 인터뷰에서 "세금은 사람들이 바라는 만큼 빨리 내려가지 않을 것이고 일부는 인상될 것"이라면서 고소득자 과세 강화 가능성 등을 시사했다. 영국 정부 부처들에도 예산 삭감 방안을 찾으라는 지시가 전달됐다. 하지만, 시장이 예상보다 빠르게 안정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텔레그래프는 "국가재정 상황이 극적으로 개선되자 수낵 총리가 증세와 공공지출 대폭 삭감 등을 재고하고 있다"면서 "영국 정부 내에선 공공재정과 관련해 사소한 변경으로 충분할 수 있다는 믿음이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재정 상황이 개선되면서 더 완만한 조처를 내놓거나 일부 정책의 경우 아예 없던 일로 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이 가능해진 셈이다.
실제로 영국 국채금리는 이전 수준을 거의 회복했다. 유럽 각국이 천연가스 비축 목표치 달성에 근접한 영향으로 국제 에너지 가격이 급락한 상황도 긍정적인 요소로 꼽힌다.
수낵 총리의 ‘속도조절’은 이러한 동향을 중기 재정전망 보고서에 반영하려는 목적도 있어 보인다. 더 안정적인 그림을 제시함으로써 영국 경제에 대한 시장의 우려를 불식할 수 있어서다.
실제, 영국 싱크탱크 레절루션재단은 중기 재정전망 발표 시점을 보름여 간 미룬 이번 조처로 국채금리 하락에 따른 이자비용 감소 등 동향이 반영되면 정부 재정지출 규모가 이전보다 100억∼150억 파운드(약 16조 4000억∼24조7000억원)가량 적게 추산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는 영국의 연간 국방예산과 맞먹는 금액이다.
그런데도 350억 파운드(약 57조 6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는 영국 정부의 재정부족분을 모두 만회하는 데는 역부족이어서, 총리실은 국민연금 인상이나 소득세율 하향 등 수낵 총리의 공약 이행과 관련해 확실한 답변을 하지 않고 있다고 텔레그래프는 전했다.
다만, 금융시장이 안정되더라도 수낵 총리에게는 여전히 넘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다고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진단했다. 증시에선 자금이탈이 이어지고 있고, 불황에도 물가가 오르는 스태그플레이션 위험 때문에 증세나 정부지출 삭감과 관련해 과감한 정책을 내놓기도 쉽지 상황이라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