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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확대 정책 ‘구멍 숭숭’···"정부 전략 재점검 필요"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2.10.20 15:29

도로공사 인프라 확대 미흡

‘기계식 주차장 이용 불가’ 촌극도



한전 충전소 실효성 부족해 적자

"전략 세심하게 수정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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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사진. 볼보 전기차를 충전하는 모습.


[에너지경제신문 여헌우 기자] 정부의 전기자동차 보급 확대 전략을 수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정재계 안팎에서 커지고 있다. 단순히 보급량을 늘리고 충전 인프라를 확장하는 것보다 보조금 지급 기준을 세분화하고 충전소의 질을 높이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는 지적이다.

2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보조금 총량은 늘리되 1대당 지급하는 액수를 줄이는 방향으로 전기차 확대 정책을 펼치고 있다. 국내 전기차 누적 등록 대수는 올해 7월 기준 30만대를 넘어섰다. 2025년까지 보급량을 113만대로 늘린다는 게 정부의 목표다.

문제는 곳곳에서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다. 전기차 구매를 재테크 수단으로 삼는 이들이 생겨난 게 대표적이다. 보조금을 통해 차를 싸게 산 뒤 이를 되파는 식이다. 친환경 이동수단인 전기차가 부자들의 ‘세컨드 카’로 전락했다는 비판 역시 꾸준히 제기된다.

인프라 확장 관련 잡음도 새나온다. 단순히 충전소를 늘리는 ‘숫자’에 집착한 탓이다. 국회 산업통상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양금희 국민의힘 의원은 한국전력공사 충전소 4609개소 중 이용률이 10% 미만에 그친 곳이 전체의 40%(1852개소) 수준이라고 최근 지적했다. 정확한 수요 예측 없이 진행된 사업에 대해 충전소 부지 선정부터 실제 사용까지 문제가 없는지 재확인해야 한다는 게 양 의원의 의견이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홍기원 의원은 국내 전기차 10대 중 9대는 기계식 주차장을 이용하지 못한다는 점을 짚었다. 주차장법에서 중형 기계식 주차장을 이용할 수 있는 차량 무게를 1850kg 이하로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국내 전기차의 89.8%(약 29만4872대)는 무게가 1850kg을 넘겼다.

국토교통위원회심상정 의원은 2019년부터 올해 8월까지 전기차의 고속도로 이용량은 3배 늘었지만 고속도로 휴게소 내 충전시설은 2배 수준 확대되는 데 그쳤다고 일침했다.

전문가들은 최근 글로벌 경기와 자동차 산업 분위기 등을 고려해 전기차 관련 정책을 수정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전기차 가격이 올라갈 수밖에 없다는 점 △중국, 미국, 유럽 등 주요국들이 전기차 1대에 지급하는 보조금을 늘리거나 줄이지 않기로 결정하고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해야 한다는 뜻이다.

이항구 한국자동차연구원 연구위원은 "중국, 미국 등도 우리처럼 전기차 1대에 지급하는 보조금을 낮추려 계획했지만 (시행을) 1년 2년씩 유예하고 있다"며 "유럽 주요국은 코로나19 당시 확 늘렸던 보조금을 줄이기는 했지만 이전과는 동일한 수준을 유지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연구위원은 "전기차 단가가 올라가며 빈부격차가 커지는 것도 문제"라며 "미국의 경우 ‘인플레이션 감축법’을 통해 소득 수준에 따라 보조금 지급액을 차별화하는 근거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업황이 빠르게 변하는 만큼 상황을 잘 살펴 (전기차 정책 관련 정책을) 유연하게 손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시장에서는 충전 인프라 확장의 키를 민간에 넘기는 방안을 고민할 시점이라는 말이 나온다. 충전 사업이 중소기업 적합 업종이라는 인식을 버리고 대기업의 진출을 적극 장려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전기차 충전 사업을 중소기업이 담당하는 것은 한계가 분명하다. 해외에서도 지멘스 등 대기업이 관련 역량을 키우며 민간 주도로 시장을 키우고 있다"며 "대기업들의 투자를 확실하게 유치하되 향후 과도한 독점은 막는 수준에서 정부가 마중물 역할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필수 한국전기자동차협회 회장은 "2025년까지 정부가 계획한 전기차 보급 정책은 기술 발전으로 (전기차 가격이) 내연기관차와 비슷해지는 것을 염두에 두고 설계한 것"이라며 "상황이 달라졌다면 이를 반영해 정책 방향을 제때 바꿔줘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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