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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봉 숭실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
값싸게 전력을 공급하는 원전과 석탄발전소를 지어 놓고도 송전선이 없어서 비싼 가스 발전기를 돌리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강원도에서 수도권으로 넘어오는 송전선을 제때 건설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2011년 9·15 순환정전으로 발전설비가 모자라자 발전사업자들은 동해안으로 눈을 돌렸다. 경기도 영흥과 충남 당진·보령·태안 등에 석탄발전소가 많이 들어서서 더 이상의 발전소 입지를 서해안에서 찾기 쉽지 않았고 송전 제약도 심각해졌기 때문이다. 2017년 준공된 1GW 규모의 GS동해 석탄발전소 2기를 시작으로 이미 1기가 준공되었고 내년에 나머지 1기가 준공될 2GW의 강릉에코파워 그리고 2024년에는 2GW의 삼척블루파워 등이 속속 준공될 예정이다.
원전은 신한울 1호기가 준공되어 연내 가동될 예정이고 내년에는 2호기가 준공된다. 두 기를 합하면 2.8GW에 달한다. 지난해까지 가동 가능한 발전설비는 총 11.5GW였고 2024년까지 준공될 발전설비를 합하면 총 17GW의 엄청난 규모다.
그런데 한전은 올해까지 완공했어야 할 HVDC 500kV 송전망 건설을 시작도 못하고 있다. 완공을 2026년으로 연기했다. 동해안-신가평 HVDC 건설사업은 총 440기의 철탑과 경북·강원·경기도의 10개 시·군을 지나는 230km에 달하는 선로로 구성되어 있다. 지역주민 반대로 한 발짝도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 신한울 1호기 원전과 강릉에코 석탄발전 1호기의 시운전으로 9월부터 동해안 지역에는 2GW의 송전제약이 발생하고 있다. 내년에 준공될 발전설비 6.8GW가 추가로 공급되면, 송전제약으로 기저발전기를 지어 놓고도 돌리지 못하게 되는 일이 발생할 것이다.
이제 송전선 건설만 넋 놓고 기다리고 있을 때가 아니다. 빨라야 지금부터 4년 걸리고 그마저도 제대로 될 수 있을지 불확실하다. 필자는 동해안 주요 도시에 데이터센터를 건설하는 것이 하나의 해결책이라고 생각한다. 코로나 19가 촉발한 비대면 사업환경과 급격히 이루어지는 디지털 전환으로 데이터 트래픽이 최근 2년간 약 2.5배 급증하였다. 빅데이터, 클라우드 및 인공지능 어플리케이션의 증가로 데이터센터는 최근 5년간 약 50% 증가했다.
우리나라에서도 2000년에 53개에 불과했던 데이터센터가 2020년에 156개로 늘어났고 내년까지 205개로 증가할 전망이다. 글로벌 시장을 기준으로 최근 신설된 600여개의 데이터센터 중 10만대 이상의 서버를 갖춘 하이퍼스케일 데이터센터가 약 310개로 데이터센터는 대형화되고 있다. 하이퍼스케일 데이터센터 1개는 약 300MW의 엄청난 전력을 사용한다.
문제는 데이터센터의 위치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데이터센터의 60% 이상이 수도권에 위치해 있으며 그 다음으로 충청권이 14.6%를 차지한다. 데이터센터에서 일하는 젊은 IT산업 종사자들이 수도권으로부터 멀리 떨어진 곳에서는 일하지 않으려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동해안은 젊은 IT산업 종사자들에게도 매력적인 곳이다. 속초, 양양, 강릉, 동해, 삼척 등 동해안은 서핑 해변과 카페가 밀집되어 있어 젊은이들에게 수도권의 새로운 1일 관광지로 뜨고 있다. 자동차로 2시간대에 주파할 수 있으며 강릉까지 2시간이 채 안 걸리는 KTX는 2026년에는 속초까지 완공된다. 게다가 전기까지 풍부하다. 데이터센터 입지 조건으로 안성맞춤이다.
데이터센터는 전력을 많이 쓸 뿐 아니라 부하 패턴도 양호하다. 24시간 돌아가기 때문에 기저 발전기에는 안성맞춤이다. 건설도 1년 안에 가능하며 2년이면 충분하다. 17GW에 달하는 석탄발전소 및 원전과 PPA 직거래를 통해 전력을 싸게 쓸 수 있으면 동해안에 데이터센타가 가지 못할 이유가 없다.
지자체도 높은 고용효과와 지역경제 발전으로 환영할 것이다. 게다가 수도권에 몰리게 될 데이터센터를 동해안으로 분산시켜 송전수요도 현저히 떨어뜨릴 수 있다. 자유로운 전력거래와 지역별로 차등화할 수 있는 전기요금은 장기계약으로 해결하면 된다.
따지고 보면 우리 전력산업의 발전을 가로막은 것이 바로 이런 자유로운 거래와 계약 그리고 요금책정 아니었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