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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트리아 빈에 위치한 OPEC 본부(사진=로이터/연합) |
[에너지경제신문 박성준 기자]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 등 비(非) OPEC 산유국들의 협의체인 OPEC+가 5일(현지시간) 오스트리아 빈에서 만나 산유량 정책에 대해 논의한다. 이번 정례회의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첫 대면 회의라는 점도 있지만 최근 글로벌 원유시장을 들썩이게 만든 ‘역대급 감산’ 여부의 측면에서 더욱 주목을 받는다. 회의 결과에 따라 국제유가 전망에 어떤 변화가 따를지도 관심이 집중된다.
4일 블룸버그통신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23개 주요 산유국으로 구성된 OPEC+는 5일 빈에 있는 OPEC 본부에서 정례회의를 대면 형식으로 진행한다. 2020년 3월 이후 첫 대면회의로, 산유국들은 11월 원유 생산량을 두고 논의할 예정이다.
특히 이번 회의에서는 우크라이나를 침공해 국제사회로부터 경제 제재를 받고 있는 러시아가 참석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알렉산더 노박 러시아 부총리의 참석으로 러시아와 사우디아라비아간 지속적인 결속력이 부각될 것으로 보인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시장에서도 이번 회의를 통해 대규모 감산이 확정될지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다. 그동안 OPEC+는 정례회의를 매달 화상으로 진행해왔고 최소 올 연말까지 대면 회의를 갖지 않을 것으로 예상됐다고 블룸버그가 짚었다. 그러나 당장 이달부터 대면으로 정례회의를 진행한다는 것은 더 이상의 유가 하락을 용납하지 않겠다는 OPEC+의 의도로 풀이된다.
실제로 각국 중앙은행들의 공격적인 금리인상과 이에 따른 세계 경기침체 우려로 지난 3분기 동안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25% 가까이 빠졌다.
피커링 에너지 파트너스의 댄 피커링 최고투자책임자(CIO)는 "OPEC 장관들이 2년 만에 처음으로 오스트리아에 와서 빈손으로 끝내지 않을 것"이라며 "역대급 감산이 예상된다"고 CNBC에 말했다. 이어 "OPEC+는 배럴당 50∼60달러 선에서 유가 부양이 이뤄지지 않을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며 "(유가 지지선은) 더 높은 수준이고 산유국들은 가격을 보호하겠다는 결의를 보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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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개월간 WTI 가격 추이(사진=네이버금융) |
시장에서는 OPEC+가 이번 회의에서 하루 100만 배럴 이상 감산할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OPEC+는 지난달 정례회의를 통해 10월부터 산유량을 하루 10만 배럴 줄이는 데 합의한 바 있다. 만약 감산 규모가 100만 배럴로 확정된다면 기준 규모의 10배 이상이 글로벌 원유시장에서 빠지게 된다.
글로벌 금융권에서도 기존보다 큰 폭의 감산을 점치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UBS, JP모건 등은 유가 안정을 위해선 하루에 최소 50만 배럴이 감산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골드만삭스는 하루 100만 배럴 이상 감산되면 투자자들이 시장에 되돌아올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를 반영하듯, 전날 뉴욕상업거래소에서 11월물 WTI 가격은 전장보다 5% 넘게 폭등했다. 이날 상승률은 지난 5월 11일 이후 최대치이며 종가인 83.63달러는 9월 20일 이후 최고치다.
일각에선 세계 경기 둔화 우려가 커지는 만큼 상승 랠리가 지속되기 어려울 것이란 의견도 제기됐다.
BOK 파이낸셜의 데니스 키슬러는 보고서에서 "인플레이션 압력으로 미국의 침체 위험이 상당하며, 금리의 추가 인상이 달러를 계속 지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원유는 달러로 거래되기 때문에 통상 달러화가 강세를 보일 경우 원유 수요가 줄어드는 경향이 있다.
SPI 에셋 매니지먼트의 스티븐 이네스 매니징 파트너 또한 "달러 강세와 중국과 유럽의 수요 둔화는 상당한 역풍을 불러왔다"라며 "이 때문에 8월 중순 이후 스프레드가 백워데이션 쪽으로 더욱 확대되고, (이는) 세계 경기 전망에 대한 비관론을 보여주고 있다"고 밝혔다.
또 OPEC+ 회원국 중 일부의 원유 생산량은 그동안 꾸준히 목표치를 밑돌았기 때문에 감산 효과가 상쇄될 것이란 의견도 나왔다. 실제로 석유전문매체 오일프라이스닷컴에 따르면 지난 7월 OPEC+의 실질적인 원유 생산량은 목표치를 290만 배럴어치 밑돌았고 지난 8월에는 그 규모가 360만 배럴로 확대됐다. 오일프라이스닷컴은 이번 감산 가능성을 두고 산유국들의 생산 능력에 맞게 목표치를 조정하는 것에 불과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럼에도 전문가들은 글로벌 원유시장에서 공급이 워낙 빠듯하기 때문에 이번 감산이 유가 상승의 재료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PVM 오일 어소시에이츠의 스티븐 브레넉 애널리스트는 이번 감산과 함께 트레이딩이 활발해지면서 유가가 다시 배럴당 100달러로 오를 것이라고 예측했다. 골드만삭스도 향후 3개월 이내 유가가 세 자리 수를 보일 수 있다고 전망했다. WTI의 경우 올 연말까지 배럴당 95달러로 오르고 그 이후 6개월 동안 100달러를 돌파할 것으로 예상됐다.
오일프라이스닷컴 역시 "다른 측면에서 보면 이번 감산에 이어 향후 추가 감산 가능성은 OPEC+이 스윙 프로듀서의 역할을 확고히 할 것"이라며 "이는 유가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