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박성우 한국에너지공단 신재생에너지정책실장 |
미국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하고 한 달이 막 지난 지난해 2월 24일 에너지, 방위, ICT(정보통신기술), 운송, 농업 등 핵심 산업과 반도체, 배터리, 핵심광물, 의약품 등 핵심 품목에 대한 공급망 리스크를 점검하고 육성방안을 마련하기 위한 행정명령인 ‘미국의 공급망(America’s Supply Chains)’에 서명하면서 이 속담을 인용했다. 공급망의 한 지점에서 발생할 수 있는 작은 문제가 국가의 안보, 일자리, 지역사회에 커다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의미이다.
행정명령에 따라 미국 에너지부는 정확하게 1년 후인 올해 2월 24일, 2050년 탄소중립에 대비한 에너지산업 기반구축을 위한 종합계획인 ‘강력한 청정에너지 전환을 위한 미국의 공급망 확보 전략‘ 보고서를 발표했다. 여기에는 태양광, 풍력, 원자력, 연료전지, 수력, 전력망, 에너지저장 등 13개 분야에 대한 심층평가를 바탕으로 에너지 제조기반 강화방안이 제시되어 있다.
이중에서 태양광과 풍력 분야의 산업육성을 위해 제안하는 정책을 살펴보자. 우선 태양광은 국내 제조시설을 새로 설치하고 운영하는 것에 대해 세제혜택을 부여하는 법률을 제정할 것을 권고하는데, 특히 잉곳과 웨이퍼 생산에 대해 우선순위를 둘 것을 제안한다. 또한 청정에너지 보급을 위한 생산세액공제(PTC)와 투자세액공제(ITC)를 연장하고 개선하여 국내 생산을 지원하고 일자리를 늘리는 태양광 사업에 대해 더 많은 인센티브를 제공할 것을 제안한다. 마지막으로 미국 정부 전반에 걸쳐 무역 정책을 조정하여 미국 태양광 산업과 근로자를 위한 공정한 조건을 조성해야 한다고 제안하고 있다.
풍력 역시 청정에너지 생산, 신규 제조시설 건설, 시설의 지속적 운영에 대한 세제혜택을 부여하는 법률 제정을 권고하고 있다. 이어 해상풍력 활성화를 위해 해상풍력 항구 및 선박에 대해 우선적으로 자금조달을 할 것을 제안한다. 교통부 및 지방정부와 협력하여 관할 경계를 넘나드는 대형 풍력부품에 대해 운송 개선 자금을 지원하고 운송 허가요건을 표준화할 것도 제안한다. 마지막으로 미국 풍력 공급망 경쟁력을 강화하고 물류 요구사항을 줄이기 위한 기술의 연구개발 및 실증 확대를 제안한다.
바이든 정부는 지난 8월 결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통과시켰다. 이 법은 명목적으로는 인플레이션 완화를 목적으로 하지만, 핵심은 에너지안보이다. 에너지안보를 위해 태양광, 풍력, 배터리 산업 등에 3690억달러(약 500조원)를 투자한다는 계획이다.
국제에너지지구(IEA)는 에너지안보를 적정한 가격에 에너지원을 중단 없이 사용할 수 있는 것으로 정의한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재생에너지는 두 가지 상반된 성격을 동시에 가지고 있다. 특정 에너지원에 대한 지나친 의존은 국가의 에너지안보에 해를 끼칠 수 있다. 두 차례의 석유파동을 겪고 나서 전 세계가 석유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천연가스 사용을 확대한 것이 좋은 예이다.
재생에너지는 에너지원의 다양성을 확보하고, 연료수입이 필요없는 국내산 에너지라는 측면에서 에너지안보에 기여한다. 한편으로는 재생에너지의 변동성과 간헐성으로 인해 에너지저장장치 설치와 전력망 보강이 필요하다.
우리나라도 에너지와 자원 안보의 불확실성에 대응하기 위해 ‘자원안보특별법’을 제정한다는 계획이다. 이 법에는 국가 자원안보 컨트롤타워 구축, 조기경보시스템 구축 및 운영 등과 같은 내용이 담길 예정이다. 자원안보의 개념과 범위도 석유, 가스, 석탄과 함께 재생에너지, 핵심광물, 수소, 우라늄 등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전통적인 석유, 가스 중심의 에너지안보 개념과는 다소 생소하게 생각될 수 있지만, 재생에너지가 에너지안보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이미 15년 전인 2007년 발간된 IEA 보고서에서도 깊이 다루고 있는 주제이다. 앞으로 재생에너지의 역할이 더 커질 때를 대비하여 자원안보특별법에 재생에너지 산업 공급망 확보와 재생에너지의 안정적인 공급과 사용을 위한 내용이 충실히 담기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