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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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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죽의 ‘킹달러’, 경기침체 확률 98%로 높아졌다…"금융위기 수준"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2.09.27 11:20
GLOBAL-FOREX/DOLLAR

▲미 달러화(사진=로이터/연합)


[에너지경제신문 박성준 기자]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매파적인 스탠스와 달러 강세가 글로벌 금융시장을 덮치면서 투자자들의 공포가 극에 달고 있다. 연준 주요 인사들은 그럼에도 지속적인 통화긴축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강조하고 있다. 이에 따라 글로벌 경기가 침체에 빠질 확률이 98%로 높아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26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은 각국 중앙은행의 매파적인 통화정책에 글로벌 증시는 날개없는 추락을 이어가고 있고, 시장에서의 약세 심리가 사라지기까지 한참 멀었다고 보도했다. 블룸버그는 또 "세계 곳곳에서 악재들이 쌓이자 증시에서 매도 압박은 가팔라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이날 뉴욕증시에서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지난 1월 4일 전고점에서 종가 기준으로 20% 이상 급락해 약세장(베어마켓)에 공식 진입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이날 연중 최저치를 갈아치우면서 경기침체에 대한 경고음이 커지고 있다.

특히 이날에는 준(準) 기축통화인 파운드화가 무너지면서 전 세계적으로 달러 선호 심리가 확산됐다. 블룸버그는 "오늘(26일) 미국 달러화는 주요국 통화대비 일제히 강세를 보였다"고 전했다.

미 달러화 초강세에 영국의 감세 정책이 맞물려 파운드화는 이날 한때 사상 최저인 1.03달러까지 추락했다. 그 결과 블룸버그 달러 스팟 지수는 이날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달러 강세와 경기침체 우려에 주요 원자재 시장도 맥을 못추고 있다. 원유, 구리, 밀 등 주요 원자재들의 선물가격을 추종하는 블룸버그 원자재 스팟 지수는 이날 1.6% 떨어지면서 지난 1월 24일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지난 6월 고점대비 22% 가량 폭락했으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한 상승폭이 모두 반납된 셈이다.

블룸버그는 주요 원자재들의 글로벌 재고는 여전히 빠듯한 상황이지만 수요 둔화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글로벌 금융시장은 경기침체 공포에 요동치고 있지만 긴축정책에 대한 연준 인사들의 입장은 단호하다.

로레타 메스터 클리블랜드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는 "인플레이션의 현수준과 전망을 고려하면 기준금리의 추가 인상이 필요할 것이라고 믿는다"며 "이는 실질금리가 플러스 수준에 당분간 머무르는 등 통화정책이 제약적인 수준에 있을 필요가 있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수전 콜린스 보스턴 연은 총재도 "물가 안정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고용 성장이 둔화하고 실업률이 다소 올라가야 할 것"이라며 "추가 긴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래피얼 보스틱 애틀랜타 연은 총재는 "인플레이션을 억누르기 위해 필요한 일이 가장 중요하다"면서 "그때까지 우리는 사방팔방에서 시장의 변동성을 많이 목격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특히 보스틱 총재는 영국의 감세 정책 제안으로 파운드화가 급락한 데 대해 "제안된 계획(감세)에 대한 반응은 정말로 우려스럽다"며 이러한 조치가 경제에 불확실성을 더할 것이라는 공포가 초래됐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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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연준 건물(사진=로이터/연합)


전문가들은 글로벌 경기침체를 경고하는 목소리를 지속적으로 내고 있다. 조사업체 네드 데이비스 리서치는 자체 개발한 모델을 돌려본 결과, 세계가 경기침체에 빠질 확률이 98%로 나왔다는 결과를 공개했다. 네드 데이비스 리서치는 수치가 이정도로 높았던 경우는 2020년(코로나19 팬데믹 본격화), 2008∼2009년(글로벌 금융위기) 뿐이었다며 글로벌 증시의 추가 하락 가능성에 대해 경고했다.

모건스탠리 자산관리는 "약세장이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투자자들이 급격한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영향을 과소평가할 경우 부정적인 서프라이즈에 직면할 것"이라며 4분기에 약세장 반등이 나올 때마다 매도를 권고했다.

일각에선 시장이 경기침체를 완전히 반영하지 않았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홈리치 버그의 스테파니 랭 최고투자책임자는 "연준은 (긴축을) 멈추지 않을 것이고 시장은 이에 맞게 가격을 반영해야 한다"며 "경기침체가 곧 온다는 전망이 여전히 있기 때문에 하락 가능성이 여전히 있는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부동자금 규모는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미국 머니마켓펀드(MMF) 잔액이 4조 6000억 달러, 초단기 채권펀드 잔액이 1500억 달러로 각각 급증했다. 이를 두고 블룸버그는 "투자자들은 위험자산 가격이 낮은 수준임에도 자본 투입을 서두르지 않고 있다"며 "시장 참여자들은 연준이 매파적인 정책을 조만간 포기하지 않을 것이란 사실을 마침내 깨닫고 있다"고 밝혔다. 블룸버그는 이어 "이런 혼란을 극복하는데 있어서 최적의 자산은 결국 현금"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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