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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킹 달러’에 애플 인앱결제 25%인상…게임·웹툰업계 직격탄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2.09.25 10:45

국내 이용자 콘텐츠 가격도 급등…업계 대응책 마련 고심

애플앱스토어

▲애플은 자사 앱마켓인 ‘앱스토어’에 입점한 개발사들에게 다음 달 5일부터 한국을 포함한 일부 국가의 앱 및 앱 내 콘텐츠 구입 가격을 인상한다고 공지했다. 사진=애플 앱스토어 홈페이지 캡처

[에너지경제신문 윤소진 기자] 애플이 앱스토어 현지 결제 통화 가격을 25%나 깜짝 인상하면서 국내 게임·웹툰 등 콘텐츠 업계가 당혹감에 휩싸였다. 인앱 결제 가격이 오르면 앱 내 콘텐츠 가격도 덩달아 오르게 된다. 비용 부담 증가로 인한 소비자 불만이 콘텐츠 제공자에게 향할 수 있기 때문에 대응책 마련에 업계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 애플의 예고 없는 기습 인상…강 달러 때문

25일 정보기술(IT)업계에 따르면 애플은 다음 달 5일부터 한국, 일본, 유료화 사용국의 앱스토어 내 결제 통화 가격을 0.99달러당 1200원에서 1500원으로 인상한다. 개발사들은 애플 앱스토어 정책에 따라 앱이나 앱 내 콘텐츠 가격을 1티어(0.99달러) 단위로 설정할 수 있는데, 이 1티어 가격을 300원 인상하는 것이다. 2500원이었던 2티어도 3000원으로, 3900원이었던 3티어도 4400원 등으로 다른 구간 가격도 각각 인상된다.

애플은 정확한 가격 인상 이유를 밝히고 있지 않지만, 가격 인상 대상 국가에 미국은 빠져있고 최근 환율이 크게 오른 우리나라와 일본, 유럽국가 등이 포함돼 있어 업계에서는 최근 계속된 달러 강세를 감안해 조정된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 22일 13년여 만에 1400원을 넘어서며 고공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이에 관련 업계는 이번 애플의 기습 인상을 두고 달러 강세가 이유는 될 수 있겠지만 그렇다고 25%에 달하는 인상 폭은 이해할 수 없다는 분위기다. 환율 상승 폭 보다 애플의 가격 인상률이 더 높아 원화로 결제하는 한국 소비자들은 더 높은 비용을 지불하고 콘텐츠를 이용해야 하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애플이 달러화 강세를 반영해 가격 인상을 결정했다고 해도 애플의 가격 인상률이 현재 환율 상승 폭보다 더 높은 것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 환율이 이유라면 공지에 설명하면 될 일"이라고 지적했다.

◇ 콘텐츠 가격 줄인상 우려…게임·웹툰 업계 ‘울상’

갑작스러운 애플의 가격 변동 발표에 게임·웹툰 등 콘텐츠 업계는 당황하고 있다. 콘텐츠 결제 가격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정책을 시행 약 2주 전에 일방적으로 통보한 탓에 대응책 마련도 어려운 상황이다. 게다가 이 같은 애플의 정책은 구글플레이 앱 가격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어 콘텐츠 가격의 도미노 인상도 우려된다.

앞서 구글은 지난 6월 인앱결제를 의무화하면서 수수료율을 15%에서 최대 30%까지 인상했다. 이에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이용권과 음원 스트리밍 이용료, 웹툰 가격 등도 15~20%가량 올랐다. 이번에 애플이 결제 통화 환율을 반영해 결제 금액을 인상했다면 구글 역시 통화 환율을 반영해 재차 가격 인상을 결정할 수도 있다. 또 개발사들이 마켓별 가격 차별 해소를 위해 앱 내 콘텐츠 가격을 인상할 가능성도 있다.

문제는 콘텐츠 가격이 갑자기 오르게 되면 이용자들의 불만이 가장 먼저 콘텐츠 제공자를 향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적절한 대응책을 마련할 시간도 턱없이 부족한데다 특히 소비자들이 과금 모델 등에 민감한 게임의 경우는 결제 상품을 바꾸거나 금액을 인상하기도 쉽지 않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갑작스러운 기습 통보에 업계 전반적으로 당황스럽다는 반응이다. 시간적 여유도 없어 다급히 대응책을 검토 중"이라며 "명확한 이유도 설명하지 않은 채 일방적으로 통보한 방식이 가장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앞서 인앱결제 정책을 변동해 비판받았던 구글도 수개월 전부터 관련 내용을 예고하는 등 이 정도로 기습적이진 않았다"고 덧붙였다.

웹툰 업계 역시 난감해 했다. 이미 구글의 인앱 결제 의무화로 한차례 소비자 결제 금액을 인상했기 때문이다. 이에 네이버웹툰은 결제 구간을 조정해 1개당 120원인 ‘쿠키’ 가격을 유지하기로 했다. 예를 들어 10티어(현행 1만2000원)로 설정된 쿠키 100개의 판매 테이블을 10월 5일 이후부터 8티어(정책 변경 후 1만2000원)으로 조정해 쿠키 1개 가격을 유지하는 방식이다. 다른 웹툰 업체도 결제 당 코인 개수를 조절하거나 티어 단위 자체를 조정하는 등 소비자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여러 방안을 고민 중이다.

웹툰업계 관계자는 "가격 인상으로 1티어에 제공하는 코인 개수를 늘리거나 낮은 금액의 결제 상품을 없애는 등의 방식으로 해결할 수밖에 없다. 그렇게 되면 소규모 결제를 원하는 이용자들이 피해를 볼 수도 있다"며 "짧은 시간에 변동 사항을 앱 내 적용하는 것도 부담이지만 갑작스러운 가격 변동을 이용자들에게 납득시키기도 어려운 일"이라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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