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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분석] 에너지 공기업 정책 ‘미봉’…전기·가스료 ‘찔끔’ 자구노력 요구만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2.09.05 16:25

- 전력·가스 도매 가격 연일 최고치 치솟아…에너지 대란 영향,우리나라에 본격 상륙



- 정부는 이런 상황에서도 공기업 개혁한다며 자산매각 등 자구노력만 강조



- 전문가 "효과 불투명하고 근본대책도 아냐...요금 현실화가 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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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전력거래소]


[에너지경제신문 전지성 기자] 정부가 에너지가격 및 환율 급등세에도 요금 현실화는 뒷전으로 미뤄놓은 채 공기업 ‘쥐어짜기’에 집중하고 있다.

고물가 속 물가불안을 우려해 전기·가스요금은 찔끔찔끔 올리면서 공기업 개혁을 명분으로 한국전력공사와 한국가스공사 등 에너지공기업의 고강도 자구노력만 닦달하고 있는 것이다.

그 사이 에너지 공기업은 눈덩이 적자 등 재무구조 악화로 멍들고 있다. 그 파장이 벌써부터 나타났다. 한전은 1조원 규모의 소비자 혜택을 축소키로 했고 가스공사는 재정 투입으로 이어질 수 있는 채권 발행 및 정부 참여 유상 증자를 추진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국제 에너지 시장 불안의 태풍이 국내에도 본격 상륙하고 있는데 정부가 제 때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할 경우 에너지 소비 및 공급 시장의 왜곡, 전송망 확충 등 전력 기반 시설 투자의 차질을 부르고 국민 부담만 가중시킬 수 있다고 한 목소리로 지적했다. 에너지 공기업이 비틀거리면 결국 에너지 소비자인 국민들의 손해를 초래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오는 20일 올해 4분기 전기요금의 연료비 조정단가 결정이 예정된 가운데 한전과 가스공사의 전력·가스 구입 도매가격이 또다시 역대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전기·가스·열 요금 추가 인상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효과가 미미한 공기업 자구노력도 필요하지만 요금 현실화 등 근본대책이 시급히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가스공사의 가스 열량단가 9월분 도매가격이 Gcal당 14만원을 웃돌아 1년 만에 2.4배가 됐고, 가스 가격에 연동되는 전력도매가격도 덩달아 급상승하고 있다.

5일 전력거래소에 따르면 전력도매가격인 계통한계가격(SMP)은 지난 2일 KWh당 245.42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바로 전날인 1일 228.96원으로 2012년 2월 8일(225.17원)의 종전 기록을 10년 7개월 만에 경신했는데 하루 만에 또다시 기록을 갈아치운 것이다. 이후 3일(235.53원), 4일(205.48원), 5일(233.59원)에는 소폭 하락했지만 여전히 평균 225원을 웃돌고 있다. 월평균 기준으로는 올해 4월(201.58원)에 유일하게 200원을 넘었는데 최근의 가스 도매가격 상승분을 고려하면 9월에도 200원을 훌쩍 넘을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상황에도 정부가 물가안정 우선론에 밀려 요금 현실화 등 근본적인 대책 마련 대신 자산매각 등 언 발에 오줌 누기식 대책만 내세워 공기업 부실을 키우고 결국 국민 부담으로 전가될 것이라 우려하고 있다.

이덕환 서강대 명예교수는 "한전의 적자는 문재인 정부에서 에너지전문가들의 충분한 의견 수렴 없이 탈원전 등을 밀어붙여 결국 정책실패를 낳은 결과다. 정치권이 문제를 저질러 놓고 한전 경영위기가 전기요금 인상만으로 쉽지 않으니까 새 정부와 한전이 자산 매각 등을 통해 설거지하는 광경을 언제까지 봐야 하나"라며 "당연히 전기요금 인상을 통해 국민의 부담을 지우려면 선행적으로 에너지정책 전면 재검토 또는 전환, 한전 자구노력 등이 선행돼야 한다. 그럼에도 무차별 자산처분으로 돌아오는 피해는 국가 자산의 손실을 가져올 수 있다는 점을 잘 인식해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노동석 서울대원자력정책센터 연구위원은 "기재부(기획재정부)는 고유가·에너지믹스 변화에 의한 대규모 적자 발생, 해외투자로 인한 자산손상, 저수익성 사업구조에 의한 손실 누적이 원인이라며 수익성 제고 및 비용구조 분석을 통한 지출 효율화, 사업구조 조정 등 고강도 처방을 내 놓았고 5개년 ‘재정건전화 계획’을 수립·시행토록 요구했다"며 "이행실적은 경영평가에 반영된다. 에너지 공기업 임직원에게 고통의 시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럴 때마다 등장하는 것이 공기업 방만 경영, 특히 ‘적자 공기업 연봉·성과급 잔치’가 단골메뉴"라며 "방만경영도 공기업 부실화의 원인이겠지만 주범이 될 수 없고 그 비중은 아주 작다. 방만경영이 있었다면 정부도 관리책임을 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대부분 원인은 정치인들에게 있다. 에너지 공기업의 투자 규모와 가격을 주물러 손쉽게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려 이용하기 때문"이라며 "이런 경향은 어느 정부도 예외가 아니다. 세금을 쓰려면 정부 예산편성에 반영되어야 하고 국회를 통과해야 하니 쉽지 않다. 하지만 공기업은 인사권을 가진 정치인에게 고분고분할 수 밖에 없다. 근본적인 요금 정상화 외에는 방법이 없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한전은 상반기에만 15조원에 육박하는 적자를 기록했으며 올해 전체로 적자규모가 30조원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겨울철 러시아의 가스공급 축소로 유럽의 에너지대란이 더욱 극심해지고 이 여파가 우리나라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요금 소폭 인상과 자구노력으로는 부족하다고 우려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이미 2분기에 이어 3분기에도 연료비 조정단가를 인상했다. 연간 5원 한도는 이미 넘어섰다. 에너지업계 일각에서는 전기요금이 10월 한꺼번에 총 KWh당 10원 이상 추가 인상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가스공사의 원료비 미수금(판매손실) 규모도 지난 6월말 기준 5조 1000억원에 달했으며 내년 3월엔 12조 6148억원까지 확대될 전망이다. 이에 10월 가스요금의 추가인상이 검토되고 있다.

산업부 관계자는 "한전이 자구 노력을 통해 전기요금 인상 요인을 흡수할 수 있도록 하되 얼마나 흡수할 수 있을지 등을 살펴보고 있다"며 "만약 인상해야 한다면 인상 폭을 어떻게 할지 다각도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jjs@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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