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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전력거래소] |
[에너지경제신문 전지성 기자] 한국전력공사와 한국가스공사의 전력·가스 구입 도매가격이 또다시 역대 최고치를 갈아치우면서 전기·가스·열 요금 추가 인상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특히 전기요금의 연료비 조정요금이 지난 7월에 이어 10월 다시 오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올해 들어 찔끔찔끔 오르던 전기요금이 10월 한꺼번에 총 KWh당 10원 안팎 추가 인상될 수 있다는 것이다.
1일 전력거래소에 따르면 전력도매가격인 계통한계가격(SMP)은 이날 KWh당 229.02원을 나타내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가스공사의 가스 열량단가도 Gcal당 14만4634원으로 마찬가지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SMP의 종전 하루 평균 최고치는 지난 2월 22일 216.31원이었다. 6개월여만에 최고 기록을 다시 세운 것이다.
SMP의 8월 평균도 KWh당 195.20원으로 치솟았다. SMP의 월 평균은 올해 들어 고공행진을 하다가 지난 4월 201.58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뒤 하락세를 보이더니 7월 반등을 시작, 8월 역대 최고치(4월)에 근접했다. 올해 월별 SMP 평균은 1월 153.82원, 2월 196.93원, 3월 192.34원, 4월 201.58원, 5월 139.06원, 6월 128.84원, 7월 150.60원을 나타냈다. 8월 한 달 새 KWh당 50원 가까이 오른 것이다.
사정이 이렇게 되자 10월 전기·가스·열 요금의 추가 인상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정부와 한전은 이달 중순쯤 4분기 전기요금 중 연료비 조정요금의 추가 인상 관련 결론을 낼 예정이다. 앞서 산업통상자원부는 10월 도시가스 요금을 올리기로 하고 기획재정부와 인상 수위를 논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전기 요금과 가스요금, 열 요금은 이미 몇 차례 인상됐다.
올해 들어 전기요금은 두 차례 올랐다. 지난 4월 전기요금의 일부인 기준연료비와 기후환경요금이 1㎾h당 총 6.9원(기준연료비 4.9원+기후환경비 2.0원) 오른데 이어 지난 7월부터 또 다른 전기요금 항목인 연료비 조정단가가 연간 조정 상한 폭인 ㎾h당 5원 한꺼번에 올랐다.
10월에는 이미 기준연료비 ㎾h당 4.9원 추가 인상이 계획돼 있다. 4인 가구 기준 약 1500원 정도를 더 부담해야 할 전망이다. 이것 만으로도 올해 들어 전기요금이 지난해보다 KWh당 총 16.8원이 오른다.
정부와 한전은 이에 더해 10월 연료비 조정단가를 추가로 올리는 방안에 대해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10월 연료비 조정요금 KWh당 3원 또는 5원 추가 인상이 결정되면 전체 전기요금이 이미 예고된 기준연료비 ㎾h당 4.9원 인상을 포함 10월에만 총 7.9원 또는 9.9원 추가로 오른다. 올 한 해 전체로 봐도 KWh당 총 20원 안팎 추가 인상되는 것이다. 이 상황이 오면 4인 가구의 월 평균(307KWh) 전기요금 청구 총금액(부가가치세 및 전력산업기반기금 포함)은 지난해 4만 5990원에서 5만 1855원으로 늘어난다. 가구당 전기요금은 지난해보다 최소 15% 더 높게 청구된다는 것이다.
한전이 10월 연료비 조정단가를 추가로 올리려면 연간 조정 상한 폭(±5원)을 확대해야 한다.
전기요금은 △기본요금 △전력량요금(기준연료비) △기후환경요금 △연료비 조정요금으로 구성되는데 지난달에는 연료비 조정요금이 인상된 것이고 오는 10월에는 4월처럼 기준연료비가 오르는 것이다.
원래 연료비 조정단가 인상 폭은 직전 분기 대비 1kWh당 최대 ±3원, 연간 최대 ±5원이었는데 한전이 지난 6월 제도를 개편하면서 1년치 최대 인상 폭인 5원까지 올리기로 한 것이다.
도시가스 요금은 올해 정상단가 인상으로 두 차례 올랐다. 도시가스 요금은 발전 원료인 액화천연가스(LNG)의 수입단가인 ‘원료비’(기준원료비+정산단가)와 도소매 공급업자의 공급 비용 및 투자보수를 합한 ‘도소매 공급비’로 구성된다.
정부는 앞서 지난해 말 정산단가를 올해만 세 차례 올리기로 확정했다. 이 결정에 따라 이미 지난 5월 메가줄(MJ·가스사용 열량단위) 0원에서 1.23원으로, 7월 1.23원에서 1.90원으로 올랐다. 10월에는 1.90원에서 2.30원으로 오를 전망이다.
산업부는 앞서 지난 7월 정산단가를 올릴 때 기준원료비도 함께 인상했다. 당시 도시가스 요금 총 인상 폭은 MJ당 1.1원이었다. 정산단가 MJ당 0.67원과 기준원료비 MJ당 0.44원이 각각 오른 결과다.
10월 정산단가와 함께 또다시 연료비에 연동되는 기준원료비 인상이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경우 4인 가구 기준 월 최소 약 800원씩 요금이 인상될 것으로 보인다.
열 요금도 연료비와 도시가스 요금 인상에 따라 올해 들어 지금까지 두 번 올랐다. 한국지역난방공사는 지난 4월 도시가스 요금 인상에 따라 총괄원가 기준 2.35%(사용요금 기준 2.68%) 인상했다. 총 요금 기준으로 인상률은 지난달 9.81%에 이어 오는 10월 1일부터는 7.81% 오를 전망이다.
지난달에는 열요금은 도시가스 민수용 요금조정(평균 7.3%)에 따른 인상요인과 지난해 연료비 정산분 일부와 고정비 인상분을 합쳐 1Mcal당 7.51원으로 결정됐다. 오는 10월에는 1Mcal당 6.11원의 연료비 정산분이 반영된다.
에너지 가격의 10월 동시 추가 인상론이 나오는 것은 연료가 되는 천연가스 가격이 최근 최고치를 찍으면서 한전 적자와 가스공사 미수금 행렬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전은 상반기 역대 최대규모인 14조3033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한전의 연간 적자 규모도 30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됐다. 가스공사의 미수금도 5조원을 넘어선 것으로 알려졌다.
그간 인상됐거나 인상예고된 수준 만으로는 이들 공사의 적자와 미수금 행렬을 해소하기 역부족이란 분석이다.
특히 한전의 경우 연료비가 최근 급등하면서 적자 폭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전기요금 인상이 발전 연료비 상승 속도를 따라가지 못한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됐다. 한전은 현재 전기를 팔 수록 손해 보는 사업구조를 안고 있다. 전력을 발전사로부터 사오는 가격이 전기를 소비자에 판매하는 가격의 두 배 안팎이기 때문이다. SMP는 지난해 상반기 ㎾h당 70원대였지만 올해는 200원을 넘나들고 있다.
실제 한전은 지난 3분기 기재부에 ㎾h당 33원의 전기요금 인상을 요구한 바 있다. 크게 오른 전력구입비를 충당하기엔 여전히 역부족이라는 것이다.
이덕환 서강대 명예교수는 "지난 정부의 에너지 전환 정책으로 재생에너지 등 비용이 비싼 발전 방식의 비중이 늘고 상대적으로 저렴한 원자력 발전 비중이 줄고 연료비 변동이 큰 액화천연가스(LNG)발전이 늘어나는 등 구조가 바뀐 상태에서 해외 연료의 가격이 올라가니 충격을 크게 받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올해 말 한전의 적자가 30조원에 달할 가능성이 큰데 궁극적으로 이를 해결할 방법은 전기요금 인상"이라고 말했다.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교수도 "3분기까지의 인상분은 한전이 연말까지 버틸 수 있는 체력 정도만 제공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며 "결국에는 연말 연초에 대폭 인상이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산업부는 지난 7월 발표한 ‘새정부 에너지정책 방향’에서 ‘시장원리가 작동되는 요금체계 확립’을 강조했다. 정부가 추가적인 전기요금 인상을 예고하고 있는 만큼 연료비 조정액은 4분기에도 5원까지 오를 가능성이 크다. 한전의 올해 적자규모가 30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면서 정부가 연간 조정 한도를 고쳐서라도 전기요금 추가 인상을 검토하겠다는 것이다.
박일준 산업부 2차관도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전기요금 인상 요인이 많이 누적돼 있어 조금씩 요금을 올려야 하는데 물가 상황이 만만치 않아 정부도 고민이 많다"며 "4분기에도 인상 요인과 함께 물가 부담 및 국민 생활에 대한 영향을 같이 검토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아울러 "다만 물가의 영향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전기요금을 점진적으로 현실화하면서 (이와 동시에) 구조조정, 회사채 조달 등 한전 자체적으로도 경영 혁신 노력을 해야 한다고 본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