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08월 10일(수)



공급부족 짓누른 ‘R의 공포’...구리 등 경기 민감 원자재 ‘와르르’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2.06.27 12:14
구리

▲구리(사진=로이터/연합)


[에너지경제신문 박성준 기자] 글로벌 경제 침체(recession)에 대한 우려가 짙어지면서 경기 흐름에 민감한 원자재들의 가격이 폭락하고 있다. 가격 상승을 부추기는 공급부족이란 요인이 시장에 여전히 남아있지만 세계 경제가 침체에 빠질 것이란 ‘R의 공포’가 시장을 짓누르고 있는 모양새다.

26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지난 24일 기준 런던금속거래소(LME)에서 구리 가격은 톤당 8122.50 달러까지 떨어져 16개월만에 최저치를 경신했다. 구리값은 지난 3월 1만 845달러까지 치솟는 등 지난 2년 동안 상승곡선을 그려왔지만 4월에 톤당 1만 달러 선이 무너졌다.

특히 이달에는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6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이후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끌어올리자 구리는 톤당 9000달러 선이 붕괴되면서 약세장에 진입했다.

이로써 구리는 이달에만 가격이 11% 가량 폭락했는데 월간 기준으로 봤을 때 30년 만에 최악의 퍼포먼스를 보일 수 있다고 블룸버그가 지적했다. 경기 흐름의 선행지표로 여겨지는 구리는 각종 산업 분야에 필수적으로 사용되기 때문에 ‘닥터 코퍼’로도 불린다. 이에 따라 경기 침체 전망이 더 뚜렷해졌다는 관측이 나온다.

경제 흐름에 영향을 받는 다른 원자재들도 폭락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광물자원공사에 따르면 LME에서 알루미늄 선물 가격은 지난 24일 기준 톤당 2450.5달러를 기록했는데 이는 지난 3월 최고점인 톤당 3968달러 대비 40% 가까이 빠진 상황이다. 지난 4월 톤당 4400달러 선에 머물렀던 아연 역시 현재 3300달러대로 무너졌고 니켈은 지난 주에 13% 빠졌다.

주석은 지난주에 21% 급락하면서 지난 3월 고점으로부터 50% 이상 떨어졌다.



이에 따라 금속 가격 추이를 보여주는 ‘블룸버그 산업용 금속 현물 지수’도 이번 분기 들어 26% 급락, 금융위기 직후인 2008년 말 이후 최대 분기 하락 폭을 기록할 가능성이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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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년 구리 가격 추이(사진=네이버금융)


실제로 주요 경제국들의 수요 둔화와 경기 침체 조짐은 이미 나타나고 있다. S&P글로벌에 따르면 미국의 제조업·서비스업 합성 구매관리자지수(PMI)는 5월 53.6에서 6월 51.2로 떨어졌다. 이 지수가 50.0을 초과하면 경기 확장을, 그 미만은 경기 위축을 나타낸다. 미국 소매판매도 지난 5월에 올해 들어 처음 줄었고, 주택 판매도 4개월 연속 감소했다.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의 PMI 역시 5월 54.8에서 6월 51.9로 하락했다.

경제 전반에 영향을 받는 원유의 경우에도 국제유가가 이달 고점에서 12% 가량 빠진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구리 등의 가격이 하락 폭을 확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특히 최대 구리 소비국인 중국이 도시 봉쇄 정책을 해제하더라도 구리 가격이 오르지 못할 것이란 의견도 나왔다.

뱅크오브차이나인터내셔널(BOCI)의 아멜리아 후 원자재 전략 총괄은 "중국이 하반기에 회복하더라도 (구리 가격이) 최고점으로 올라가지 않을 것"이라며 "주요 경제국들이 침체로 빠져들기 시작하면 중국 역시 예외적인 속도로 성장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블룸버그는 "구리 등 산업용 금속의 매도세가 가속화되고 있다"며 "이는 투자자들이 앞으로 몇 주 동안 수요가 급감할 것이란 전망에 베팅하고 있다는 것을 암시한다"고 밝혔다.

주목할 점은 구리를 포함한 원자재 공급이 여전히 타이트한 상황에서 가격이 떨어지고 있다는 부분에 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원자재 시장이 구조적인 공급 부족에 직면해 슈퍼 사이클(장기 호황)에 진입할 것이란 관측이 수요 위축과 경기 침체 우려에 큰 폭으로 꺾인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이유로 금속 가격이 앞으로 탄탄히 유지될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후 총괄은 "일부 투자자들이 시장에서 발을 뺐고 트레이딩 관점에서 봤을 때 이는 타당한 움직임"이라면서도 "펀더멘털로 봤을 때 시장은 여전히 공급이 타이트하다"고 했다.

세계 최대 구리 생산업체인 칠레 국영기업 코델코의 마시모 파체코 이사회 의장은 로이터통신과 인터뷰에서 단기적인 가격 급변동이 일어나고 있지만 중요한 것은 펀더멘털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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