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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이면 윤석열 대통령 취임과 정부 출범 50일을 맞는다.
대통령 임기 5년에 해당하는 총 1825일에서 보자면 이제 두, 세 발걸음을 뗀 것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윤 대통령과 정부의 50일이 중요한 이유는 이제 시작한 첫 걸음마가 얼마나 땅바닥(국민 지지)을 잘 딛고 튼튼하게 버티느냐, 그리고 한 데로 빠지지 않고 제대로 옳은 길(정책 방향)로 가느냐가 이 시기에 정해지기 때문이다.
그동안 윤석열 정부의 운영할 대통령실과 국무위원 인사가 단행됐고, 여러 분야의 정책들이 쏟아져 나왔다. 여느 정부때와 마찬가지로 구설수와 잡음, 기대와 실망이 나오고 있다.
굳이 50일 동안 드러난 윤석열식 국정운영에 대한 평가를 살펴보려면 여론조사를 인용할 수밖에 없다. 여러 여론조사기관들이 매주 대통령 국정수행 평가 결과를 발표하고 있지만 대표적으로 한국갤럽의 최근 조사 결과(6월 24일)에 따르면, 윤대통령이 직무수행을 ‘잘 하고 있다’(47%)가 ‘잘못하고 있다’(38%)보다 앞선다.
긍정 평가는 취임 직후(5월 2주) 52%에서 떨어졌고, 부정 평가는 취임 직후 37%와 비슷하다.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20대 대통령선거 결과 실망한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 지지자들이 여론조사에 적극 참여하지 않은 점을 들어 윤대통령 긍정평가 하락을 중도층의 이탈로 분석하고 있다.
취임 초반인데다 윤 대통령의 ‘거침없는 과단성’ 스타일로 본다면 여론조사 결과에 일희일비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출범과 함께 맞닥뜨린 난제들이 한 둘이 아닌 엄중한 위기 상황에서 윤 대통령이 매주 오르락내리락 하는 여론조사 결과를 놓고 좌고우면할 처지가 아니다.
일상회복 수준으로 돌아왔다고 하나 코로나19 팬데믹은 여전히 진행형이고, 코로나19로 야기된 글로벌 공급망과 국제 원자재 수급 문제, 코로나 대처를 위해 풀린 과잉 유동성(인플레이션) 문제, 그리고 앞의 두 요인들이 복합작용한 전세계 스태그플레이션(저성장 고물가) 공포가 국가와 국민의 경제생활을 짓누르고 있기 때문이다.
엎친데 덮친 격이랄까, 북한의 무력시위에 따른 한반도 긴장 상승,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장기화, 미국과 중국간 ‘G2 헤게모니 갈등’ 악화로 국민들 불안지수도 높아가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20일 용산대통령실 출근길에서 경제와 정치 위기상황의 정부 대책을 묻는 취재진 질문에 "근본적으로 대처할 방도는 없다", "(국회가) 초당적으로 대응해 줄 것으로 생각한다"고 얼버무렸다. 적절하지 않았고, 매우 실망스런 발언이었다.
윤 대통령은 대선후보나 대통령당선인 시절에 자신의 정치(국정)철학 하나로 ‘실용주의’를 내세웠다.
"새 시대의 정치는 실사구시·실용주의 정치다. 국민의 삶, 공동체의 통합이라는 대의 앞에 지역과 세대, 성(性)과 정파의 차이는 큰 의미를 갖기 어렵다."(지난해 12월 13일 국민의힘 새시대준비위원 출범 관련 개인 페이스북 글)
"정부를 출범하면서 가장 중시해야 하는 것은 실용주의, 그리고 국민의 이익이다."(올해 3월 26일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워크숍 발언)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취임 이후 드러난 윤 대통령의 용인술이나 경제정책은 실용주의와는 거리가 먼 것 같다. 비록 능력주의를 명분으로 삼고 있지만 자신의 친정인 검찰측 인사, 그것도 개인적 친분이 있는 사람들 10여명을 국정요직에 앉혔다.
경제정책도 시장주의에 근거한 ‘규제 철폐’를 내세웠지만 이전 보수·진보 정부에서 구축해 놓은 ‘사회적 합의’를 뒤집는 퇴행 성격이 강하다.
실용주의는 좋게 말하면 문제 해결을 위한 최선책을 얻기 위해 반대세력의 힘을 이용한다는 것이다.
이같은 실용주의의 대표사례로 중국 사회주의를 개혁·개방으로 이끈 덩샤오핑(鄧小平)의 ‘흑묘백묘(黑猫白猫)론’이다.
마오쩌둥(毛澤東) 사후 집권한 덩샤오핑은 수억의 중국 인민들을 미국과 같은 물질적 풍요를 안겨주기 위해 자본주의 경제정책을 도입했다. 즉, 흰 고양이(백묘·자본주의)든 검은 고양이(흑묘·사회주의)든 쥐(가난)을 잡으면 ‘좋은 고양이’라는 논리다.
덩사오핑의 실용주의는 결국 중국을 미국과 맞먹는 ‘G2‘의 반열에 올려놓았고, 그 후예인 시진핑(習近平)은 ’G1의 중화몽‘을 꿈꾸고 있다.
윤 대통령이 실용주의로 대한민국을 부국강병, 공정과 상식의 나라로 만들려면 반대편인 ‘검은 고양이’만 예뻐할 게 아니라 ‘흰 고양이’도 적극 포용하고 이용해야 할 것이다. 윤석열식 21세기 ‘흑묘백묘’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