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경제 포토

전지성

jjs@ekn.kr

전지성기자 기사모음




[이슈분석] "전기료 4월부터 인상, 대선의식 아냐" 관련 당청 반박에도 꺼지지 않는 논란 불씨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2.01.13 15:36

김종갑 전 한전 사장 "1분기에 올리지 않고 4월부터 올리는 이유 설명할 수 있어야" 지적



기재부, 당청 "코로나19 물가안정 고려, 에너지전환에 따른 인상 아냐"



산업부 "1분기까지의 시장 상황을 지켜보기 위함, 대선 의식 아냐"

한전

[에너지경제신문 전지성 기자] 한국전력공사(사장 정승일)의 올해 4월과 10월 두 차례 전기요금 인상 결정을 둘러싼 논란의 불씨가 여전히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정부의 전기요금 4월 이후 인상 예고는 3.9 대선을 의식한 결정이라는 전문가 등의 지적에 대해 당청이 반박하자 전문가들이 재반박에 나섰다.

특히 김종갑 전 한전 사장까지 이 논란에 가세해 전기요금 인상을 4월까지 미루는 것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면서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김 전 사장은 최근 한겨레신문과 인터뷰에서 "정부가 전기요금을 1분기에는 올리지 않고, 4월부터 올리는 이유를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며 "전기요금 인상을 통제하면 결국 한전의 적자 누적으로 국민이 더 큰 부담을 지게 된다"고 지적했다.


◇ 당청 "물가안정 고려…인상도 에너지전환 결과 아냐" vs 전문가 "대선 의식 말곤 납득 안돼…나스닥 상장사 적자 강요"

논란의 핵심은 전기요금 인상 시기를 왜 4월 이후로 미뤘냐는 것이다. 당청은 연초 전반적인 물가불안 조짐 속에서 핵심 공공요금인 전기요금의 인상 유보가 불가피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당정의 설명을 납득할 수 없다고 입장이다. 당청의 설명이 설득력을 얻기 어려운데다 대응도 주먹구구라는 것이다.

정부는 지난해 전기요금의 연료비 연동제 도입과 그 이후 연료비 고공행진 속에서도 연동제 도입 전 2020년 4분기 요금 보다 낮춘 수준으로 1∼3분기를 유지했다. 그 사이 공기업인 한전과 6대 발전 자회사 등의 적자 폭 확대 등 경영악화가 이어지고 전기요금 인상 목소리가 높아졌다. 이런 전기요금 인상 압력 속에서 정부는 지난해 4분기 요금을 2020년 4분기 수준으로 올렸다. 정부는 인상이라고 표현했지만 1년 만에 원상회복한 것이다. 그런데도 정부가 새해 들어 갑자기 물가안정을 이유로 1분기 요금 인상을 유보한 것이다. 그 사이 연료비 상승은 계속됐다. 이에 전문가들은 물가안정과 전기요금 조정 관련 입장이 1분기 만에 달라진 점을 이해하기 어렵다고 주장한다. 물가불안 조짐은 이미 지난해 하반기부터 나타났는데 정부가 지난해 4분기엔 물가안정과 무관하게 전기요금을 1년 전 수준 회복이지만 인상 조치해놓고 새해 1분기엔 물가불안 억제 차원에서 전기요금을 묶은 것을 어떻게 납득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더 나아가 국민생활이 새해 1분기에만 어렵고 2분기부터는 안 어렵냐는 지적도 내놓는다.

전기요금 인상의 원인도 논란이다. 당청은 최근 전기요금 인상이 문재인 정부의 에너지전환 정책 추진에 따른 게 아니라 연료비 상승의 결과라고 설명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전기요금 인상이 에너지전환의 핵심인 탈원전·탈석탄과 신재생에너지 확대를 빼놓고는 얘기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기저전원인 탈원전·탈석탄을 하면 연료비 상승에 가장 큰 영향을 받는 액화천연가스(LNG) 발전기를 많이 돌릴 수밖에 없고 그렇게 되면 발전 단가가 높아져 전기요금이 오르는 게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발전 효율성 대비 비용이 많이 소요되는 신재생에너지가 늘어나면 그에 대한 보조금 등 지원금은 고스란히 전기요금 고지서를 통해 청구된다.

전문가들은 특히 정부가 연료비에 연동해 전기요금을 제때 조정하지 않는 것은 또 다른 정책방향인 물가안정 필요성을 인정하더라도 그보다 상위개념인 시장경제 질서를 훼손할 뿐만 아니라 나스닥 상장사인 한전에 정부가 투자자 손실을 초래할 수 있는 적자를 강요하는 것이라고 비판한다. 한전은 이미 지난해에만 4조원 넘는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한전은 지난해 5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보고서에 "전기사업법과 물가안정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전기요금은 당사에 적정원가를 보상하고 적정 투자보수를 보장하는 수준에서 결정된다"면서도 "다만 때로 전기요금 조정에는 시차가 발생하며, 정부의 입장에서 물가상승과 같은 기타 고려사항이 존재해 기대수준에 부합하는 요금조정이 이루어진다는 보장은 없다"고 설명한 바 있다. 한전은 당시 이 보고서에 "정치적 압력으로 정부가 전기요금 낮춰 재정상태에 부정적 영향"이란 문구를 넣었다가 삭제한 바 있다. 13일 기준 한전은 나스닥 주가는 9달러 수준에 머물러있다. 국내와 마찬가지로 2016년 이후부터 가파른 하락세를 피하지 못하고 있다.


◇ "거수기 전기위원회 아닌 독립적 에너지요금 결정 기구 설치해야"


조성봉 숭실대 경제학과 교수는 "가장 큰 문제는 전기요금 결정 절차·과정의 합리성·투명성, 정치적 중립성·독립성 결여"라며 "정부 ‘들러리’ 산업부 전기위원회 아닌 독립기구 만들어 결정토록 해야 신뢰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 국내 전기요금은 사실상 산업통상자원부-기획재정부-청와대가 깜깜이로 결정하고 발표만 한전이 한다. 지난 12월 27일 산업부 산하 전기위원회에서 ‘기본공급약관 변경안’ 심의하자마자 한전이 같은날 인상안을 발표했다. 산업부 측은 "한전과, 기재부, 당정청의 의견을 수렴해 산업부 전기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산업부장관이 인가했다"며 "1분기까지의 시장 상황을 지켜보기 위한 것이며 대선 등을 의식해 일부러 4월에 하겠다고 한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전기요금에 산업부와 기재부, 청와대가 관여하는 이유는 전기사업법과 물가안정법 때문이다. 전기사업법 16조에 따르면 전기판매사업자(한전)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전기요금과 그 밖의 공급조건에 관한 약관(기본공급약관)을 작성해 산업부 장관의 인가를 받아야 한다. 또한 물가안정법 제4조(공공요금 및 수수료의 결정)에 따라 주무부(산업부)장관은 다른 법률에서 정하는 바에 따라 결정ㆍ승인ㆍ인가 또는 허가하는 사업이나 물품의 가격 또는 요금(공공요금)을 정하거나 변경하려는 경우에는 미리 기재부장관과 협의하여야 한다. 기재부 장관은 공공요금 및 수수료에 관한 협의를 할 때에 원가 산정의 적절성, 소비자 부담, 국민경제에 미치는 효과 등에 관하여 전문가에게 자문할 수 있다. 기재부장관과 협의하여야 하는 공공요금의 산정 원칙, 산정 기간 및 산정 방법 등은 대통령령으로 정한다. 다만 한전, 산업부, 기재부, 청와대는 합의 내용과 전문가 자문 내용 등은 공개하지 않고 있다.

박진표 변호사는 "에너지 분야에 대한 정치적 의사결정은 에너지 산업의 생태계를 빈번하게 교란하며 에너지 산업의 경제적 지속가능성을 해치고 있다"며 "정부가 에너지 소비자를 보호한다는 명분으로 가격 결정에 개입하는 경우 소비자들이 수급상황에 대응하여 각자의 소비 규모와 패턴을 바꿀 하등의 이유가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에너지산업의 구조 전환을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정치의 입김으로부터 자유로운 에너지 규제기관을 설립하는 것이 절실하다"며 "미국의 경우 독립적이고 전문적인 기관이 에너지 규제를 담당하고 이해관계자들이 위법부당한 정책에 대해서는 과감하게 맞서 제소하며 법원이 공정한 판결을 내리고 있다. 따라서 법원리를 무시한 채 그때그때 정권 입맛에만 맞춘 정책을 강행하는 것을 상상하기 힘든 것이 선진 법치주의국가의 에너지 거버넌스"라고 덧붙였다.

jjs@ekn.kr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