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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대재해법 시행 D-21…건설사,안전관리 '안간힘'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2.01.06 14:55

오는 27일부터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건설사들, 안전 조직 확대·CSO 선임

"법 해석 여지 따라 법적 다툼 불가피"

건설현장

▲아파트 건설 현장 모습(기사 내용과 무관). 연합뉴스


[에너지경제신문 손희연 기자] 오는 27일부터 시행되는 중대재해처벌법을 앞두고 건설업계가 고군분투 중이다. 안전 조직을 확대 개편하고 최고안전보건책임자(CSO)를 두고 있다. 다만 중대재해처벌법의 모호성 때문에 여전히 경영 불확실성이 크다는 우려가 나온다.

6일 건설·부동산업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대형건설사들이 안전 조직을 확대 개편하고 CSO를 선임하고 있다.

올해 경영목표를 안전으로 둔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안전·보건 담당 조직을 대폭 확대했다.

종전 2개팀이던 안전환경실을 안전보건실로 확대해 7개팀으로 늘렸다. 안전보건실은 안전·보건 정책 수립부터 이행까지 담당하게 했으며, 독립적인 인사·예산·평가 권한을 가진 CSO를 신규 선임했다. CSO는 부사장급으로 안전·보건 업무를 총괄한다.

안전을 전담 연구하는 조직인 ‘건설안전연구소’와 ‘안전보건 자문위원회’도 신설했다.

건설안전연구소는 장비 안전을 비롯해 설계안전성검토, 교육, 컨설팅을 담당하며, 안전한 건설현장을 만들기 위한 솔루션 개발을 주도한다. 협력사의 안전·보건 수준을 함께 높이기 위해 안전관리 컨설팅까지 수행한다. 객관적인 시각으로 회사의 안전 수준을 평가하고 개선방안을 도출하는 ‘안전보건 자문위원회’도 설립했다. 안전분야 교수 등 내·외부 전문가들로 구성되며, CSO 자문기구로 역할한다.

이어 GS건설도 올해부터 CSO 역할을 강화한다. CSO는 전사 안전보건 총괄 책임자로서 안전·보건 분야와 관련해 최종적인 권한과 책임을 갖게 된다. 지난해 8월 ‘안전혁신안’을 발표한 대우건설은 기존 품질안전실을 안전혁신본부로 격상했다.

롯데건설은 안전보건부문 조직을 ‘안전보건경영실’로 격상해 안전보건운영팀, 예방진단팀, 교육훈련팀 3개팀으로 확대 개편했다. 건축·주택·토목·플랜트 등 각 사업본부 내에 본부장 직속으로 안전팀도 별도 신설했다. 안전보건 의사결정기구인 안전보건임원 협의회와 안전상황실 태스크포스(TF)도 운영한다.

DL이앤씨는 준법경영실 산하 안전관리 조직인 품질경영실을 경영위원회 직속 안전지원센터로 재편한다. 토목·건축·플랜트부문 각 부문별로 안전관리 조직을 구축한다. 각 부문별 안전관리 조직을 경영위원회 직속 안전지원센터가 총체적으로 관리하고, 각 사업본부장은 해당 본부의 CSO 역할을 담당한다.

이같이 중대재해처벌법 대응에 열을 올리는 이유는 경영책임자가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나온다.

해당 법은 산업 현장에서 노동자 사망사고 등 중대재해가 발생했을 때 사업주와 경영책임자가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드러난다면 1년 이상의 징역에 처할 수 있다. 처벌 수위는 사업주와 경영 책임자의 경우 1년 이상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 벌금, 법인은 50억원 이하 벌금이다.

제정안에 따르면 27일부터 상시근로자 수가 500명 이상이거나 시공능력 상위 200위 내의 건설사업자는 안전·보건 업무를 총괄하는 전담조직을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한다.

CSO를 둔다고 해도 경영책임자가 형사처벌을 피해가지는 못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고용노동부가 낸 중대재해처벌법 해설서를 보면 "안전보건에 관한 업무를 담당하는 사람이 선임돼 있다는 사실 만으로 사업을 대표하고 사업을 총괄하는 권한과 책임이 있는 사람의 의무가 면제된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이를 두고 업계 내에서는 우려의 시선을 보낸다. 법이 모호해 해석의 여지에 따라 법적 다툼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특히 중대재해처벌법이 당초 입법 취지와는 다르게 안전사고 예방과 동떨어졌다는 지적이다. 사업주와 경영책임자 처벌 강화만으로 안전사고를 근본적으로 예방할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법 실효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규정과 범위가 모호해 인과관계가 애매하다"며 "해석의 여지에 따라 법적 다툼이 발생할 소지가 충분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중대재해처벌법으로 경영 불확실성만 생겨날 수 있다"며 "해당 법은 너무 결과론적인 처벌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고 당초 입법 취지였던 산업재해(안전사고) 예방 부분에서는 경각심은 줄 수 있겠지만, 근본적인 해결 방안은 아니다"고 지적했다.

건설업계 내에서는 보완 입법 마련의 목소리가 나온다. 김상수 대한건설협회 회장은 신년사를 통해 "중대재해처벌법을 기업의 자발적 안전 준수가 가능한 제도로 전환해 안전한 건설현장이 구현될 수 있도록 보완 입법 마련을 추진하겠다"고 전했다.

son90@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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