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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경제신문 전지성 기자] 민간 발전사의 에너지시장 영향력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발전부문 등의 역할과 비중이 점차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이는 최근 발전시장의 탈(脫)석탄 기조로 발전 공기업이 위축되는 모습과 대조를 보인다. 민간 발전사들이 정부 탄소중립 추진의 반사이익을 톡톡히 보고 있는 셈이다.
전체 발전시장에서 차지하는 민간 발전사의 비중은 한국전력공사의 자회사인 6대 공기업에 비할 바가 못 된다.
발전시장의 민간 개방이 확대될 경우 석탄화력발전 위주인 발전 공기업으로부터 발전사업의 주도권을 뺏어올 수 있다는 성급한 관측도 나온다.
민간 발전사들은 이미 액화천연가스(LNG) 발전 분야에서 발전 공기업보다 설비용량과 경쟁력 모두 앞서있는 상황이다.
2030년까지 한국형 녹색분류체계에 LNG가 포함되면서 앞으로 민간 발전사의 관련 사업 추진에도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 민간 발전사, LNG 발전 시설용량·경쟁력서 발전 공기업 한참 앞서
원자력발전 중심의 사업을 하는 한국수력원자력을 제외하고 한국남동·남부·동서·서부·중부발전 등 5대 석탄화력 발전 공기업들은 정부의 탈석탄 강화에 따라 현재 사실상 독점하고 있는 석탄 발전 사업을 점차 줄여가야 하는 형편에 있다. 반면 민간 발전사들은 신규 석탄발전소 7기 중 3기를 지난해 준공, 가동에 들어간데 이어 4기를 오는 2024년까지 순차 준공할 예정이다.
발전 공기업들은 석탄발전을 대체할 LNG 발전도 설비용량은 물론 연료인 LNG도입 경쟁에서도 민간 발전사에 뒤쳐진 상황이다.
석탄화력 5대 발전 공기업들은 석탄발전 설비용량 36기가와트(GW)·LNG복합발전은 15GW를 보유하고 있다.
그동안 국내 석탄화력발전은 사실상 발전 공기업들의 독점시장이었다. 민간 발전사의 석탄화력발전소는 GS동해전력의 1GW규모가 전부였다. 그러나 기존에 시행하던 미세먼지 계절관리제에 더해 자발적 석탄발전 상한제로 수시 발전 제약을 하게 되면서 석탄발전이 주력인 발전 공기업의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해졌다.
LNG발전의 경우 민간 발전사가 1GW 더 많은 16GW를 보유하고 있다. 발전 공기업들이 폐쇄되는 노후석탄화력발전소 일부를 LNG발전소로 전환할 계획이지만 경쟁력 측면에서 민간 발전사에 뒤쳐진 게 사실이다.
SK E&S, GS EPS, 포스코에너지 등은 LNG 수입부터 저장·운송·판매까지 아우르는 LNG 밸류체인(가치사슬) 구축에 여념이 없다. 수입한 LNG를 저장·처리하는 설비인 LNG터미널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LNG터미널 확대에 치중하고 있다. 지난해 말에는 LNG직도입협회를 설립했다. 회원사는 SK E&S, GS에너지, 포스코에너지, SK E&S 계열사인 파주에너지서비스, 나래에너지서비스, GS에너지의 관계사인 GS파워, GS EPS, SK와 GS의 합작법인인 보령LNG터미널 등 8개사다. 이들 민간사는 LNG직도입 뿐만 아니라 LNG터미널사업을 하고 있어 향후 한국가스공사의 천연가스 주배관 민간개방과 이용확대를 위한 법·제도 개선에도 영향력을 행사할 것으로 예상된다. 향후 SK에너지, SK하이닉스, GS칼텍스가 회원사로 참여할 가능성이 높은데다 한양·SK가스·현대산업개발 등 새로운 민간 LNG터미널사업자,에쓰오일·한화솔루션·신평택발전·고려아연 등 신규 LNG직수입자 등이 회원사로 가입할 경우 회원사는 20여개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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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말 민간발전사 중심으로 LNG직도입협회가 발족됐다. 연합뉴스 |
반면 발전공기업은 중부발전만 자체 터미널을 보유하고 있다. 앞으로 LNG발전 확대가 본격화될 경우 민간 발전사에 가격 경쟁력에서 밀릴 가능성이 크다.
전력거래소 관계자는 "LNG발전 내에서도 발전단가가 저렴한 순으로 급전순위가 정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 LNG인프라 앞세워 수소연료전지 사업에도 적극 투자
민간 발전사들은 LNG인프라 구축을 통해 수소산업 육성에도 앞장서고 있다. 청정수소발전의무화제도(CHPS) 도입도 올해 안에 통과가 예상되는 만큼 수소연료전지 발주도 본격적으로 나올 것으로 기대된다. 현대차, SK, 포스코, GS 등 16개 회원사로 구성된 코리아 H2 비즈니스 서밋은 2030년까지 43조원 투자를 확정한 바 있다.
SK E&S는 액화 수소 3만 톤 생산 체제를 달성하기 위해 약 5000억원을 투자해 액화 수소 생산 기지를 건설한다. SK E&S는 SK인천석유화학단지 내 4만2975㎡(1만3000평)의 부지를 매입해 연 3만 톤 규모의 수소 액화 플랜트를 2023년까지 완공할 방침이다. 2025년부터는 친환경 블루 수소 대량 생산 체제도 가동한다는 목표다. SK E&S는 연간 300만 톤 이상의 LNG를 직수입하고 있는 국내 최대 민간 LNG 사업자로, SK E&S가 대량 확보한 천연가스를 활용해 보령LNG터미널 인근 지역에서 이산화탄소를 제거한 25만 톤 규모의 청정 수소를 추가로 생산할 계획이다. 지난해에는 SK E&S 미국법인에 5053억원을 출자해 미국의 레브 리뉴어블스에 투자하고 있다. 레브 리뉴어블스는 미국에서 에너지저장장치(ESS), 태양광발전, 풍력발전 등을 운영하는 친환경 에너지 전문기업이다.
포스코는 부생 수소 3500톤을 자체 활용 중이고 탄소 배출 없이 철을 만드는 수소 환원 제철 공정 상용화에 힘을 쏟고 있다. 2030년까지 10조원을 투자해 연간 매출 2조3000억원, 생산 50만 톤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2050년까지 연간 700만 톤의 수소 생산 체제를 구축해 글로벌 톱10 수소 공급 기업으로 자리 잡겠다는 복안이다.
GS에너지의 자회사인 GS칼텍스는 한국동서발전과 1000억원을 투자해 전남 여수시 호남화력발전소 내 유휴부지에 오는 2023년 완공을 목표로 15MW급 수소 연료전지 발전소를 짓는다. 또 오는 2024년까지 한국가스공사의 LNG 인수기지 내 유휴부지에 연산 1만톤 규모의 액화수소 플랜트를 건설할 예정이다.
jjs@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