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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철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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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호 칼럼] 러-우크라이나 사태를 보는 시각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2.01.03 10:09

이상호 대전대학교 정치외교학 전공 교수

이상호교수

▲이상호 대전대학교 정치외교학 전공 교수


최근 국제 안보 최대 이슈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가능성이다. 현재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동부 국경선을 따라 10만 명의 병력을 배치했다. 미국 정보당국은 러시아가 병력을 최대 17만5000명까지 증강하여 1월 중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이미 우크라이나는 2014년 4월 발발한 돈바스 전쟁으로 러시아인들이 다수를 차지하는 돈바스 및 크림반도 지역을 잃었다. 사실 러시아가 주도한 전쟁이지만 겉보기에는 러시아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는 친러 성향의 반군이 우크라이나 정부군과 교전한 것으로 꾸몄다. 이 전쟁은 지금도 진행 중이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집착하는 가장 큰 이유는 ‘안전지대(buffer)’ 확보다. 1991년 독일 통일 이후 폴란드 등 과거 소련의 영향권에 있었던 동유럽 국가들이 속속 나토(NATO: 북대서양조약기구)에 가입했고 2004년에는 옛 소련의 영토였던 발트 3국(에스토니아, 라트비아, 리투아니아)까지 가입하며 러시아는 나토 국가와 국경을 맞대게 되었다. 전통적인 서방 시각은 러시아가 항상 잠재적 ‘침략자’이자 유럽 안보의 가장 큰 위협으로 본다. 따라서 나토는 기회 있을 때마다 동진하며 러시아를 포위했다. 소련이 독일 통일을 묵인하는 조건으로 독일 국경 동쪽 러시아 방향으로는 나토를 확장하지 않겠다는 미국 등 서방의 약속이었다고 알려져 있는데, 러시아는 배신을 당한 것이다.

이 상황에서 우크라이나가 나토에 가입하면 러시아는 그나마 남아 있던 믿을만한 ‘안전지대’를 상실하게 되고 모스크바를 비롯한 러시아의 주요 도시가 나토의 위협에 직접 노출되게 된다. 과거 소련 시절에는 서방이 소련의 도발 가능성 때문에 공포에 시달렸다면 이제는 러시아가 서방의 공격을 두려워하고 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반군을 지원하고 비록 주민 자유투표라지만 크림지역을 강제 합병하는 등 서방 입장에서는 불법적인 행위를 저질렀지만, 자국 입장에서는 국가안보 보장 차원의 군사행동이었다. 러시아 입장은 확고하다. 이 결과 러시아는 서방의 경제 제재를 당하고 루블화는 폭락했으며 경제성장은 정체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러시아가 과거와 달리 직접적인 군사행동을 준비하고 있는 이유는 현재 여러 국제 상황이 러시아에 불리하지 않기 때문이다. 우선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장기 집권에 따른 러시아 내 회의적인 기류를 잠재울 필요가 있다. 더군다나 향후 대통령직 퇴임 이후 자신의 안전을 보장해줄 장치가 필요한 푸틴은 정치적 업적이 필요하다. 위대한 러시아를 재건한 장본인을 욕보이긴 쉽지 않을 것이다.

두 번째, 코로나 이후 천연가스와 원유값이 급등하면서 국가재정 반 이상을 유류 수출에 의존하는 러시아의 재정이 개선되었다.

세 번째, 겨울 난방 연료를 대부분 러시아에 의존하고 있는 여러 유럽 국가들을 길들이기 아주 좋은 시기이다. 실제 러시아는 독일·폴란드로 향하는 천연가스 공급량을 급격히 줄이며 이른바 ‘에너지 무기화’에 나서고 있다는 언론 보도가 나왔다. 유럽이 이번 겨울에 매우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낼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러시아는 미국이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국제문제에 대해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고 판단한다. 코로나로 타격을 입은 미국은 중국과의 경쟁에서 더욱더 강경하게 중국을 압박한다고 하지만 사실 큰 효과는 없는 상황이고 미국의 국제사회에서의 지도력이 과거와 같지만 않다는 시각이다.

이런 상황에서 독일을 비롯한 유럽 국가들은 러시아에 대해 강력한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 지리적인 위치 때문에 러시아의 위협을 더 크게 느끼고 있는 우크라이나·폴란드·리투아니아는 소위 ‘반러 3자 동맹’을 결성할 정도로 결의를 다지고 있다. 미국도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그러나 이런 움직임이 러시아의 도발을 잠재울 만큼 효과적이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우선 나토가 러시아를 위협할 만큼 동진해온 것이 사실이다. 러시아 입장에서는 명분이 있는 대응이다. 나토는 2014년 우크라이나가 공격받았을 때 군사적 행동을 하지 않았다. 말로는 보호해 준다고 하고 사실 방치했다. 이번에도 말만 하고 끝날 가능성이 크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전면 침공한다면 나토가 강경한 대응을 하겠지만 2014년 방식으로 우크라이나 영토를 조금씩 야금야금 먹어간다면 전면전을 초래할 수 있는 강력한 군사행동을 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역사는 되풀이된다. 약 8500만 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제2차 세계대전의 발발 원인인 유럽과 나치 독일의 갈등이 지금 유럽과 러시아 사이 문제와 크게 다르지 않다. 유럽과 러시아 사이 전면전 발발 가능성은 적지만 근본적인 갈등의 원인을 해소할 수 있는 양측 인식의 전환과 노력이 필요한 시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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