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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에너지산업 결산 | 전력업계] 주력 석탄발전 감축·재생에너지 확대…"탄소중립 등 정책사업 수행에 허리 휘어"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1.12.26 12:44

- 2050년까지 석탄발전 전면폐쇄, 재생에너지 비중 70% 이상 등 발전업계 변화 불가피

- 한전, 연료비연동제 도입하고도 정상 적용 못해…신재생에너지 사업 확대·에너지공대 개교 등 내년에도 과제 산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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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50 탄소중립을 설명하는 문재인 대통령. 연합뉴스

[에너지경제신문 전지성 기자] 한국전력공사와 한국남동·남부·동서·서부·중부발전 등 발전 공기업은 올해 정부의 ‘2050 탄소중립’ 정책으로 숱한 우여곡절을 겪었다.

문재인 정부 내내 탄소중립 등 정책사업이 쏟아지면서 이를 앞장 서 추진해온 전력 공기업들엔 올해 만큼 부담스러운 해도 없었을 것이라고 업계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올해는 문재인 정부의 임기와 대통령선거 및 지방선거를 1년 여 앞두고 시작됐다. 정책 추진에 정치적 요인의 개입 가능성이 커지는 시점이었다.

정부의 국정운영 결과에 대해 총체적 평가를 받게 되는 대선을 앞두고 성과를 챙겨야 하는 정부로선 새로운 국정 청사진을 제시하거나 기존 역점 국정과제의 추진 속도를 높일 수밖에 없었다.

특히 정부가 2020년 10월 갑자기 선언한 2050년 탄소중립과 출범 초부터 주요 국정과제였던 에너지전환 등 추진에 올해 들어 고삐를 죈 것도 다름 아니었다.

올해는 2050년 탄소중립 추진 원년이었다. 온통 탄소중립 화두가 발전부문을 중심으로 산업계를 강타했다.

탄소중립 기본법 제정, 2030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 상향조정,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 발표 등으로 정부의 탄소중립 추진 움직임은 숨 가쁘게 이뤄졌고 산업계에선 거센 반발이 이어졌다.

전력 공기업들은 이 탄소중립 추진의 최대 영향권에 놓였다. 정부 정책을 뒷받침할 수 밖에 없는 공기업으로서 탄소중립 추진의 전위에 섰다.

그러나 전력 공기업들은 탈석탄 정책에 따라 주력사업인 석탄화력 발전의 비중을 줄여왔다. 대신 발전 효율성은 낮은 반면 비용은 높고 정부 재정 의존적인 재생에너지 확대에 많은 힘을 쏟았다.

또 발전 연료비 변동에 따라 전기요금을 조정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를 도입하고도 연료비 고공행진에 따라 전기요금을 잇따라 올리지 않으면서 수익구조가 취약해졌다.

경영에 타격을 받으면서 정책 사업 추진의 기반이 허약해지는 악순환을 거듭하고 있는 것이다.

26일 상향된 2030 NDC와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에 따르면 2030년 전체 전력에서 차지하는 석탄발전의 비중은 21.8%로 2018년 41.9%의 절반 수준으로 줄어든다. 같은 기간 액화천연가스(LNG) 발전도 26.8%에서 19.5%로 축소된다.

반면 신재생에너지 발전의 비중은 6.2%에서 약 5배 많은 30.2%까지 높아진다. 2050년에는 석탄발전을 아예 전면 폐기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석탄화력발전이 주력 사업인 발전 공기업 5사는 회사의 존립여부가 불투명해진 상황이다. 발전비용이 저렴한 석탄 화력발전소를 폐쇄하면 발전사들은 매출에 직접적인 타격을 받게 된다.

그럼에도 이들 공기업은 석탄발전 전면 폐지와 대규모 해상풍력,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 확산을 위한 사업 개발을 주도하고 탄소중립 핵심기술 확보를 위한 투자 확대에 적극 나서고 있다.

한전은 지난 주 산업통상자원부와 함께 개최한 ‘에너지공기업 탄소중립 간담회’에서 "석탄발전의 단계적 감축과 함께 신재생에너지 대폭 확대, 전력망 선제적 구축 등을 통해 전력 생산의 ‘탈탄소화’를 적극 선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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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승일 한국전력 사장 등 전력 공기업 사장들이 지난 11월 10일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빛가람 국제 전력기술 엑스포 2021’(BIXPO 2021)에서 탄소중립 비전을 선포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승우 한국남부발전 사장, 김호빈 한국중부발전 사장, 박상형 한국수력원자력 부사장, 정승일 사장, 김회천 한국남동발전 사장, 박형덕 한국서부발전 사장, 이승현 한국동서발전 부사장.

◇ 탈석탄·연료비연동제 유명무실 재무부담 속 정책과제 산적

한전과 발전공기업의 고민은 주요 수입원인 석탄화력발전 폐쇄와 재생에너지 투자확대, 내년 한국에너지공과대학 개교 등 잇단 정책사업 강화로 갈수록 재무부담이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한전은 올해 전기요금 연료비 연동제 도입과 함께 지난해 말부터 계속된 연료비 상승에도 내년 1분기 전기요금을 또 다시 동결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정부와 한전이 연료비 연동제를 스스로 무력화하고 있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나아가 한전의 누적된 비용상승이 급기야 3분기만에 1조원대 적자 전환으로 이어졌다.

내년에도 국제유가 등 연료비 상승, 재생에너지공급의무화(RPS)비용, 환경비용 등 증가로 이익 감소 또는 적자가 전망된다. 중장기적으로 한전 수익 기반 확충을 위한 방안이 마땅찮아 한전의 재무구조 개선에 빨간불이 들어온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발전 공기업들은 일제히 정부의 탈(脫)석탄·탈원전 정책에 따라 "발전소 운영의 변동성이 커졌으며 이로 인해 수익구조 유지가 어렵다"는 공시를 내는 등 우회적으로 정부를 비판하기도 했다. 실제 이들 공기업이 올해 국정감사에 제출한 ‘중장기 재무전망 및 계획’ 자료에 따르면 이들 회사는 2025년까지 단 한 곳도 빠짐 없이 2조∼3조 원씩 부채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 발전 공기업 관계자는 "정책 수행을 위한 재무구조 악화와 기업가치 하락, 에너지 안보 약화 등은 무시되고 있는 측면이 없지 않다"고 말했다.

◇ 연료전지·대규모 재생에너지·지능형 전력망 보강

정부는 9차 전력수급 기본계획(2020~2034년)에 따라 2034년까지 태양광·풍력·연료전지·바이오 등 신재생에너지 설비에 총 39조 3054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한전은 최근 ‘2022~2026년 중장기 경영목표’에 "2050 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인프라 확대와 대규모 재생에너지 공급, 밸류체인 형성을 위해 한전의 참여가 필요하다"고 명시했다. 2026년까지 태양광·해상풍력 등 신재생 발전 설비용량을 1102.9㎿로 확대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발전 공기업들은 앞다퉈 연료전지발전을 확대하고 있다.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는 연료전지 발전 비중을 최대 10.1%로 잡고 있다. 안정성과 온실가스 배출, 경제성 등으로 여전히 지역주민 반대와 집권당 내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발전 공기업들은 탈석탄으로 인한 재무부담 악화 속에서 정부정책에 따라 단기간에 재생에너지를 늘리기 위해서는 연료전지가 유일한 대안이라는 입장이다.

또 민간기업 참여만으로는 활성화가 어려운 대규모 해상풍력이나 차세대 태양광 등 자본·기술집약적 사업 개발을 주도할 계획이다. 암모니아, 그린수소 등 수소 기반 발전도 단계적으로 확대한다. 급속히 증가하는 재생에너지를 적기에 안정적이고 효율적으로 수송하도록 전력망도 선제적으로 보강하기로 했다. 에너지저장장치(ESS) 등 유연성 자원을 확보하는 한편 복잡성이 높아지는 전력망의 최적 운영이 가능하도록 지능형 전력공급 시스템을 구축해 나갈 예정이다. 전기화로 인한 전력수요의 증가에 대비해 다양한 수요감축 프로그램 운영, 에너지효율 기술 개발 등으로 에너지 소비효율을 높이고 전력 수요의 분산화도 촉진할 방침이다.

한전 관계자는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선 국내 온실가스 배출량의 37%를 차지하는 발전 부문의 탄소배출 제로화와 재생에너지 발전 확대 등이 필수"라며 "전력산업 밸류체인 전 과정에 걸쳐 역할을 충실히 이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정책 과제 이행을 위해 공기업에 무리한 부담을 주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동욱 중앙대 교수는 "재생에너지로 급격하게 전환할 경우 REC(신재생에너지공급인증서) 부담금과 발전원가, 송배전망 설비 투자 비용이 전기요금에 반영될 수 밖에 없다"며 "현재 송배전망이 마련되지 않아서 재생에너지 발전기를 설치하고도 접속대기물량이 2년 정도 걸리는 경우가 있다. 재생에너지 송전비용은 기존 화석연료 발전보다 3배 이상 비싸 전기요금 인상 없인 한전의 적자가 심화될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jjs@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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