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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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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원자재 결산] ‘코·리·니’, 내년도 또 오르니?...전기차 업계 ‘한숨’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1.12.24 14:14
전기차

▲충전중인 영국 전기차(사진=신화/연합)

[에너지경제신문 박성준 기자] 전기차 배터리에 들어가는 소재 원료인 리튬, 니켈, 코발트 등의 가격이 올 들어 눈에 띄는 급등세를 이어온 가운데 내년에도 상승 랠리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원재료 공급이 쉽게 늘어나지 않을 것으로 예고된 상황에서 전기차 수요는 계속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이 같은 현상은 결국엔 배터리 가격 상승으로 이어져 전기차 대중화가 차질을 겪을 수 있다고 우려한다.

올 들어 가장 주목받는 배터리 원료는 단연 리튬이다. 24일 한국광물자원공사에 따르면 현재 탄산리튬 가격은 1㎏당 230.5위안으로 올해초 4배 넘게 뛰는 등 연일 신고가를 경신하고 있다. 작년 최저점인 33.5 위안과 비교하면 거의 7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또 다른 주요 원자재인 코발트 역시 최근에 톤당 7만 달러선을 돌파했다. 역대 최고가인 과거 2018년 3월 21일의 9만 5500달러에 비해 가격이 25% 가량 빠진 상황이지만 올해에만 벌써 두 배 넘게 급등했다. 니켈도 올 들어 20% 넘게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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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년 리튬가격 추이(자료:한국광물자원공사)

이처럼 리튬, 코발트, 니켈 등의 가격이 상승한 배경엔 수요 대비 공급이 따라가지 못했기 때문이다. 미국을 필두로 세계 각국이 잇따라 탄소중립을 선언하는 와중에 전기차가 탄소배출을 감축시키는 유력 수단으로 꼽히자 테슬라를 비롯한 글로벌 완성차 업체가 전기차 증산에 나서면서 리튬 등의 수요가 빠르게 증가했다.

에너지 정보업체 S&P 글로벌 플래츠에 따르면 글로벌 전기 승용차 판매량은 지난해 310만대를 기록했지만 올해는 600만대로 증가하고 내년엔 650만대까지 기록될 것으로 전망됐다. 2025년에는 전기차 판매량이 무려 1050만대까지 급증할 것으로 예측됐다. 친환경차 시장 규모가 가장 큰 중국에서도 올해 전기차 판매량이 작년 대비 두 배 넘게 뛸 것이란 전망도 나왔다.

그러나 광산 기업들의 투자 부족으로 공급량은 좀처럼 늘지 못했다. 특히 리튬의 경우 최근 몇 년간 가격이 낮아진데다 코로나19까지 겹치면서 업체들이 신규 투자에 나서기를 꺼려했다. 블룸버그통신은 가격이 침체된 상황에서 수년간의 과소투자가 이어져왔지만 올해 청정에너지 시장의 활기가 올해 리튬 공급을 타이트하게 만들었다고 진단했다.

여기에 리튬은 채굴 과정에서 환경파괴 우려가 크기 때문에 신규 투자를 반대하는 지역사회를 극복하는 것도 업계의 또 다른 난관으로 꼽힌다.

실제로 24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글로벌 광산 기업 리오 틴토는 세르비아에 리튬 광산 개발사업을 추진하고 있지만 환경 보호 등의 이유로 현지 주민들이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자 결국 사업이 중단됐다. 미국의 경우 미 연방법원은 네바다주 리튬 광산 개발사업에 대한 도널드 트럼프 전 행정부의 승인을 번복할지 내년에 결정한다. 또 노스캐롤라이나주는 지난 9월 리튬 개발 사업에 대한 규제를 강화했다.

인력난 또한 리튬 공급부족을 가중시키는 또 다른 요인으로 꼽힌다. 마이닝닷컴에 따르면 호주 광산업체 필베라 미네랄스는 호주 서부 필강구라 광산의 생산능력을 확대시킬 계획이지만 숙련된 노동자가 부족해 리튬 주요 원료인 스포듀민 잠정 공급량 전망치를 최근 하향 조정했다. 또 리오 틴토, BHP그룹 등도 코로나19로 이동이 제한되면서 외국인 노동자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리튬

▲칠레 리튬광산(사진=로이터/연합)

 

배터리 원료 상승세 지속 전망에 ‘가격 패리티’ 위협 

 


이에 따라 리튬 가격 상승세는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벤치마크 미네랄 인텔리전스의 카메론 퍼크스 애널리스트는 "글로벌 리튬 가격은 향후 몇 년 동안 오를 것"이라며 "2025년이나 2026년에 수요공급에 균형이 갖춰질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 배터리 재료 생산업체인 청신 리튬 그룹 역시 "당분간 가격이 높은 수준대에 유지될 것"이라며 "타이트한 글로벌 시장에 공급이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S&P 글로벌 마켓 인텔리전스의 앨리스 유 애널리스트는 코발트 가격 전망과 관련해 "코발트는 최대 생산국인 콩고민주공화국에서 공급이 이뤄지지만 공급망 차질을 겪고 있다"며 "최근엔 오미크론 변이 출현으로 물류 대란에 대한 리스크도 있어 가격 조정이 늦춰질 수 있다"고 밝혔다.

다만 니켈의 경우 인도네시아가 적극적으로 공급량을 늘리고 있어 내년엔 과잉 공급이 발생할 것으로 전망됐다. 블룸버그통신은 "최근 중국 칭산 그룹이 인도네시아 니켈메트의 생산 시작을 발표하면서 12월부터 가격이 빠지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이렇듯 배터리 원재료 가격이 쉽게 빠지지 않을 것이란 전망은 전기차 업계에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전기차가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선 배터리 비용 하락이 필수인데 배터리에 들어가는 광물 가격이 계속 상승하면 배터리는 물론 전기차 가격 역시 덩달아 오를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심지어 에너지 조사업체 블룸버그 뉴에너지파이낸스(BNEF)는 내년 배터리 가격이 올해의 키로와트시(kWh) 당 132달러에서 135달러로 오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럴 경우 배터리 가격은 10년만에 처음으로 상승 전환하게 된다. BNEF에 따르면 전기차와 내연기관차의 가격이 비슷해지는 ‘가격 패리티’가 달성되기 위해선 배터리 비용이 kWh당 100달러 미만으로 떨어져야 한다.

BNEF의 제임스 퍼스 애널리스트는 "올해는 배터리 산업에 경종을 울리는 해"라며 "배터리 가격이 계속 빠질 수 없다는 점이 현실화됐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2030년에는 배터리 가격이 현재 대비 절반으로 떨어질 것으로 확신한다"면서도 "향후 18개월 동안은 교통의 전기화가 지속될 수 있도록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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