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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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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원자재 결산] ‘슈퍼 사이클’ 진입한다던 구리…내년 가격 전망 더 떨어진다?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1.12.23 11:30
구리

▲구리(사진=픽사베이)

[에너지경제신문 박성준 기자] 올해 시장의 큰 주목을 받았던 구리 가격이 내년부터 떨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올해 초부터 가격이 연일 최고치를 경신하면서 구리의 슈퍼 사이클(장기 호황) 진입에 대한 기대감이 모아졌지만 앞으로 공급이 확대돼 펀더멘털이 변할 것이란 분석이다. 여기에 코로나19의 새 변이인 오미크론 확산으로 세계 경제가 침체 위협을 받고 있는 점도 경기의 바로미터로 불리는 구리에겐 악재다.

구리 가격은 연초부터 무섭게 치솟기 시작했다. 당시 백신 보급 덕에 코로나19 위기를 벗어난 미국과 중국 등에서의 경기 회복 속도가 빨라지면서 구리 수요도 덩달아 급증했기 때문이다. 탄소중립에 대한 세계적 공감대도 구리 가격 상승세를 키웠다. 구리는 전기차에서 태양광 패널, 풍력 터빈 등에 반드시 필요한 원자재로 꼽히고 있기 때문에 친환경 에너지가 늘어나는 것이 구리의 몸값을 더욱 높일 것이란 분석으로 이어졌다.

이런 흐름으로 인해 구리 가격은 지난 5월 6일 1만 달러선을 넘어섰고 같은 달 10일에는 1만 724.5달러까지 치솟았다. 2011년 2월 역대 최고가를 10년여만에 넘어선 뒤 사상 최고가를 경신한 것이다. 당시 골드만삭스는 "구리는 새로운 석유"라고 부르며 1년 안에 가격이 톤당 1만 1000달러에 도달할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었다.

그 이후 한동안 횡보장세를 이어왔지만 런던금속거래소(LME) 재고가 1974년 이후 최저점을 기록했다는 소식에 구리 가격이 지난 10월 또다시 급등했다.

이에 지난 10월 19일에는 1만 652달러까지 오르면서 반등에 성공한 듯 했으나 가격이 또 빠지기 시작해 현재 9600달러대 수준까지 내려왔다. 이를 두고 블룸버그통신은 중국 부동산 시장의 위기, 델타 변이의 확산, 에너지 대란 등이 맞물렸다고 진단한 바 있다. 구리 가격 급등에 따른 피로감도 영향을 끼쳤다는 해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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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구리 가격 추이(사진=네이버 금융)

 

내년부터 구리 과잉공급...불확실한 세계 경기 전망도 부담 

 


그러나 전문가들은 내년 구리 가격 전망을 두고 비관적인 시각들을 제시하고 있다. 가장 큰 이유는 공급이 확대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구리 생산국들의 모임인 국제구리연구그룹(ICSG)에 따르면 글로벌 정련 구리(refined copper) 시장에서 4억 7900만 톤 어치의 공급 부족이 지난 2020년에 발생했고 올해는 그 폭이 4200만 톤으로 줄었지만 내년엔 3억 2800만 톤 가량이 과잉으로 공급될 것으로 전망됐다. 신규 채굴 프로젝트들이 내년에 완료되고 기존 광산들도 확대되면서 구리 생산량이 내년에 4% 가까이 급증하는데 이는 8년래 최고 수준이라는 분석이다. 반면 구리 수요 증가량은 2.4%에 그칠 것으로 예측됐다.

영국 원자재 중개업체인 마렉스 스펙트론은 최근 투자노트를 통해 "칠레와 페루에 새로운 광산들이 열리면서 2억톤 가량이 새로 수급되고 콩고와 인도네이사에서 생산량이 확대돼 공급량이 각각 7000만톤, 1억 1000만톤 추가로 늘 것"이라며 "향후 2년 동안은 공급량이 남아돌 것"이라고 밝혔다.

코메르츠방크의 다니엘 브리스만 애널리스트는 구리 스크랩의 생산량 또한 늘어날 것이란 점을 지목하면서 "수요가 증가하지만 공급을 따라가지는 못할 것"이라고 밝혔다.

구리 최대 소비국인 중국의 경기침체 위기도 구리 시장에 악재다. 22일(현지시간) 미 CNN에 따르면 세계은행은 내년 중국 성장률 전망치를 5.4%에서 5.1%로 하향 조정했다. 중국에서의 오미크론 변이 출현과 심각한 부동산 침체가 경제 전반에 파장을 불러일으킬 것이란 분석이다.

오미크론 변이는 중국 뿐만 아니라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을 가중시키는 요인으로 꼽힌다. 골드만삭스는 내년 1분기 미국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3%에서 2%로 낮췄고 프랑스와 독일 중앙은행 역시 성장률을 각각 0.1%포인트, 1%포인트 내렸다.

 

구리 가격 내년 7500달러까지 빠질 수도...중장기 전망은 상승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내년부터 구리 가격이 떨어질 것으로 예고하고 있다. 영국 리베럼은 구리 가격이 내년과 내후년에 각각 톤당 7800달러, 6698달러까지 빠질 것으로 예상했고 스탠다드 차터드 역시 같은 기간 구리 가격이 각각 9150달러, 8300달러를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프랑스 대형은행인 소시에테제네랄은 특히 코로나19 사태를 지목하면서 내년 상반기에 가격이 최대 7500달러까지 빠질 수 있다고 예상했다. 은행은 다만 내년말 8500달러까지 반등할 수 있다는 의견도 제시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내년 평균 가격이 9813달러 수준을 보일 것이라면서도 2023년에는 8375달러까지 빠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슈퍼 사이클 기대감에 힘입어 지난 5월 구리의 톤당 목표가를 2만 달러로 제시했던 것과 상당히 대조적이다.

낙관론도 제시됐다. 시장조사업체 패스트마켓츠는 "세계 구리 생산량 증가율이 올해 2%에서 내년 7%까지 급등할 수 있다"면서도 "그러나 공급이 큰 폭으로 확대되기에 그만큼 공급차질이 발생할 가능성도 높아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패스트마켓츠는 내년 구리 가격이 톤당 1만 달러선 위에 안정적으로 머무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중장기적으로 보면 구리 가격은 오를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린다. 친환경 에너지의 확대가 구리의 최대 수요처로 자리잡을 것이란 분석이다. 소시에테제네랄은 2025년엔 구리 가격이 톤당 1만 2500달러까지 오를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고 JP모건은 에너지전환에 따른 구리의 총 수요가 현재 180만 톤에서 2025년에는 300만 톤 이상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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