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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지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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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정부, 탈원전 외치면서 사용후핵연료 대책 마련엔 '뒷전'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1.12.15 16:57

- ‘원전 위험’ 주장으로 조기폐쇄, 공론화 등 탈원전 강행



- 2019년에야 ‘사용후핵연료 관리정책 재검토 위원회’ 출범



- 지난 4월 정부에 권고안 제출로 활동 종료



- 특별법 제정, 독립적 위원회 신설 권고에 그쳐, 이후 정책 발표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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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후핵연료를 보관 중인 원전 내 저장수조. [사진제공=원자력환경공단]


[에너지경제신문 전지성 기자] 문재인 정부가 안전을 이유로 탈(脫)원전을 강행 추진하면서도 정작 가장 큰 위험요인 중 하나로 꼽은 사용후핵연료 처리 대응엔 임기 내내 사실상 손을 놓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탈원전 정책을 밀어붙인 것과는 대조적으로 이율배반의 정책 행보를 보였다는 것이다.

정범진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는 15일 "정부는 원전의 위험성을 강조하며 월성1호기 원전 조기폐쇄, 신고리 5·6호기 건설중단 공론화위원회, 탄소중립위원회 설립 등은 전광석화로 진행했다"면서 "그런데 전력수요·전기요금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임기 내내 원전을 활용하고서는 사용후핵연료 문제에는 지금까지 입을 꾹 닫고 있다"고 꼬집었다.

정 교수는 이어 "위원회(사용후핵연료관리정책재검토위원회)의 회의 내용이라곤 위험해서 처분장을 마련하기 어렵다는 등 수년 째 같은 얘기다. 결국 정부가 이 문제를 지연시키기 위해 위원회를 운영했다는 의심도 가능하다"면서 "결국 문제 해결에 대한 의지도 없었으며 시간만 끌고 해결은 더 어렵게 만들어 놓고 임기를 끝낸 것"이라고 덧붙였다.

심상정 정의당 대선후보도 전날 "거대 양당 후보들의 탈원전 논쟁은 정말 무책임하다"며 "50만 다발이나 쌓여 있는 고준위 핵폐기물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에 대해 지역 주민과 시민사회가 참여하는 사용 후 핵연료 공론화를 다시 진행할 것을 제안한다"고 말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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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후핵연료 관리정책 재검토 위원회 홈페이지. 올해 4월 9일 정부에 권고안을 제출한 것을 마지막으로 활동을 종료했다.


◇ 사용후핵연료 저장공간 포화 방관…탄소중립 기본법은 전광석화로 통과

실제 정부는 사용후핵연료 저장공간이 포화되고 있음에도 사실상 이를 방관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올해 2분기 기준 원자력발전소의 가동으로 인해 발생하는 사용후핵연료는 부지 내에 설치된 사용후핵연료 임시저장시설에 저장하고 있다. 그러나, 이미 저장용량의 포화로 임시저장시설을 증설한 월성 원전을 포함해 한울·고리·한빛 등 원전이 10년 내로 수용 한계에 도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고준위 방사성폐기물을 영구적으로 처분하기 위한 처분시설의 건설은 부지 선정을 위한 절차조차도 마련되지 않은 실정이다.

이미 발생한 사용후핵연료의 안전한 관리는 물론, 가동중인 원전의 운영을 위해서도 중간저장시설, 영구처분시설 등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시설 건설은 피할 수 없는 과제다. 그럼에도 정부나 국회에서 관련 논의는 지지부진하다. 지난 20대 국회 때도 고준위 방폐물을 안전하게 관리하기 위한 시책과 부지 선정 절차 등을 규정하는 내용의 제정안 3건이 발의되었으나 구체적인 논의 없이 임기만료폐기 된 바 있다.

반면 탄소중립의 경우 지난해 10 문재인 대통령이 국회 시정연설에서 ‘2050 탄소중립’을 언급한 뒤 1년도 안된 올해 8월 탄소중립기본법이 국회를 통과했다.

탄소중립위원회의 경우, 올해 6월 출범됐으며 소속 위원 숫자만 97명인데도 속전속결로 법안이 통과됐다. 정부가 실질적인 논의나 합의 도출보다 결론을 정해놓고 이를 관철하기 위해 탄소중립위원회를 활용했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반면 사용후핵연료와 같이 당장 결정하기 애매한 경우에는 책임회피, 시간끌기를 위한 수단으로 이용한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 5년 동안 ‘재검토위원회’ 활동이 전부, 결론은 또 다른 ‘위원회’ 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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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 출범 후 2년 뒤인 2019년 5월 29일에야 ‘사용후핵연료 관리정책 재검토 위원회’가 출범됐다. 이 위원회는 2년 동안 43차례 회의를 거쳐 지난 4월 정부에 권고안 제출로 활동을 종료했다. 이마저도 ‘방폐장 설립’을 검토하는 게 아닌 ‘정책을 재검토’하는 위원회였다. 고준위 방폐장 입지 선정 등 ‘공론화를 위한 사전 준비작업’을 수행한 것이다. 위원회의 정부 권고내용도 ‘사용후핵연료 관리에 관한 특별법’ 제정, ‘독립적 행정위원회 신설’에 그쳤다. 이후 정부의 관련 뚜렷한 정책 발표는 아직까지 찾기 어렵다. 김성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달에야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에 관한 특별법안’을 발의한 게 전부다. 이 법안 역시 국회 소관 상임위에 계류 중이다.

이 법안의 내용도 결국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또다른 ‘위원회 설립’이 주요 내용이다. 이 법안에는 "재검토위원회는 사용후핵연료 관리정책을 전담하는 제3의 독립적 행정위원회의 신설을 우선적으로 고려하여 사용후핵연료 정책결정체계 개선방안을 마련하도록 권고한 바 있으며 제정안은 이에 따라 국무총리 소속의 독립적 행정위원회를 설치해 고준위 방폐물 관리사무를 수행하도록 하려는 것"이라는 내용이 담겨있다.

산업부 측도 "고준위 방폐물 관리의 업무범위가 광범위해 독립적인 기관이 일관성을 가지고 업무를 수행할 필요가 있고, 해당 업무는 국민의 안전에 심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으므로 원자력발전 관련 기관으로부터 분리하여 별도로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자문위원회는 책임성, 독립성, 연속성 등의 측면에서 한계가 뚜렷하며 재검토위원회도 이를 고려해 제3의 독립적 행정위원회 신설을 권고했다는 의견"이라고 덧붙였다.

사용후핵연료 문제 해결을 위한 위원회가 내린 결론이 결국 또 다른 ‘위원회’를 만드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공무원은 "현재 중앙정부 위원회만 600개 넘는다. 정부가 위원회를 만들었다는 것 자체를 성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라며 "아무 결론 안 내도 회의만 하면 위원당 참석비용 1인당 수십만원이 지출된다. ㅇㅇㅇ위원회들이 사실상 ‘일자리위원회’ 같다"고 자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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