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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전, 신재생에너지 발전 '급제동'…연내 입법 사실상 무산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1.12.09 17:16

- 관련 발의 된지 벌써 1년 반이나 됐는데 아직도 소관 상임위 낮잠



- 정기국회 회기 내 처리 불발 이어 연말 임시국회서 처리도 불투명



- 2022~2026년 중장기 경영목표 ‘신재생E 10배 확대’ 계획 차질 또는 물거품 될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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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본회의장. 연합뉴스


[에너지경제신문 전지성 기자] 한국전력공사(사장 정승일)의 신재생에너지 발전사업 직접 참여를 허용하는 제도 개편이 결국 올해도 무산 쪽으로 기울고 있다.

관련 법안은 올해 정기국회 마지막날인 9일 국회 소관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조차 통과되지 못했다.

이 법안은 지난해 7월 발의돼 벌써 1년 반이나 지났는데도 소관 상임위에서 여전히 논의의 큰 진전을 보지 못해 낮잠을 자고 있는 셈이다.

정부와 한전은 그간 문재인 정부 임기 내 신재생에너지 보급 확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한전의 신재생에너지 발전사업 참여가 필수라고 주장해왔다.

최근 들어 2050 탄소중립, 석탄화력발전 전면폐쇄 등으로 사업 참여 당위성을 연일 강조하고 있지만 국회 문턱을 여전히 넘지 못하고 있다.

집권 더불어민주당이 10일 회기 개시 일정으로 소집한 연말 입법국회에서도 해당 법안이 산자위에 상정될지 여부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올해 입법이 안되면 한전이 내년부터 오는 2026년까지 5년간 중장기 경영목표에서 제시한 신재생에너지 10배 확대 계획도 당장 차질을 빚거나 물거품이 될 수도 있다.

현재 해당 법안(전기사업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한 송갑석 의원이 맡았던 산자위 민주당 간사직을 지난 5월 사퇴하면서 이 법안의 국회 입법 동력이 더욱 떨어지는 모양새다.

이 법안은 지난해 산자위 전체회의 상정 이후 법안소위에 회부, 같은 해 11월 소위 상정됐으나 재생에너지업계의 반발과 및 여야 의원 사이 입장차이로 심사 대기상태에 있다.

송갑석 의원실 측은 이날 "여전히 여당과 야당에서 찬반 의견이 팽팽해 언제 통과될지 모르겠다"며 "소위를 열 때마다 상정 안건이 달라진다. 12월 임시국회 소집이 된다고 해도 산자위 법안소위 개최 여부는 결정되지 않았고, 법안 소위가 열리더라도 이 법안을 안건으로 다루려면 여야 간사의 합의가 필요해 여전히 불확실하다"고 설명했다. 법안을 발의한 국회의원의 임기가 만료되면 해당 법안도 자동폐기된다. 21대 국회의원의 임기는 2024년 5월30일까지다.

송 의원은 간사 시절 법안 통과를 위해 산자위 의원들을 적극 설득했지만 여당 내부에서도 반대가 컸던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김성환·양이원영·이소영 등 당 소속 의원들도 줄곧 ‘망 중립성 훼손’을 이유로 한전의 신재생에너지 발전사업 직접참여를 반대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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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의안정보시스템]


◇ 신재생에너지 사업자·與 의원들도 "망 중립성 훼손"

신재생에너지업계는 물론 여당 내에서도 반대 입장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수력원자력을 비롯한 한전 산하 6개 발전 공기업들이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선점하기 위해 과잉경쟁하고 있는 상황에서 한전까지 신재생에너지 사업에 직접 뛰어든다면 발전사업의 비효율은 물론 송배전망의 중립성 훼손된다는 논리다.

이소영 민주당 의원은 "재생에너지에 한한다고 하더라도 한전에게 다시 직접발전사업을 허용하는 것은 한전이 독점하던 발전, 송배전, 판매를 분리한 전력산업구조개편을 되돌리는 일"이라며 "또한 한전은 독점 송배전 망사업자인 만큼 망 이용자 모두에게 공정한 접근권을 보장하는 망 중립성을 보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망을 갖고 있는 사업자는 앞으로 어느 지역에 어떻게 망이 투자될지 예상할 수 있어 당연히 발전사업에서 우위를 가지게 된다"며 "한전이 아닌 다른 발전사업자가 공정하게 경쟁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한전이 지금까지 6개 발전 자회사와 특수목적법인(SPC)를 통해 재생에너지 사업을 해온 것처럼 하면 되지 굳이 직접 참여할 명분이 없다"고 말했다.

같은 당 양이원영 의원도 "한전에 가장 중요한 공공역할이 송배전망 확충"이라며 "한전이 실제 해야 할 역할을 못하면서 자회사도 있는 발전사업을 직접 하겠다는 것은 공공의 역할을 망각하는 행동"이라고 꼬집었다. 양이 의원은 이어 "공공의 역할은 민간시장 침해가 아니라 민간자본이 마음껏 활동할 수 있도록 적재적소에 공공 인프라를 대응해 주고 투자 길을 이끌어주는 역할"이라며 "망을 제대로 하는 게 한전 본연의 업무이고 그것이 바로 그린뉴딜로 가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 한전 "법안 통과 안되면 재생에너지 확대에 차질"

한전 관계자는 "법안 통과가 안 되더라도 지금처럼 SPC형태로 사업을 계속할 수는 있다"면서도 "그러나 직접 사업을 총괄하는 것보다는 당연히 규모나 행정적인 절차에서 제한이 많다"고 말했다. 이어 "소규모 사업자 중심으로는 규모의 경제 효과를 내기 어렵다. 여기에 난개발, 기술력 부족 등 고비용 구조로 발전원가가 상승하면 전기요금 상승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다"며 "발전 자회사 또는 민간 개발이 어려운 대규모 사업과 한전 보유 기술이 필요한 사업에만 제한적으로 참여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망 중립성에 대한 지적에는 신재생에너지 발전 사업 참여에 따른 민간 사업자들의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자체적으로 사업 규모와 범위를 제한하고 관련 검증 체계도 강화하기로 했다. 한전은 ‘재생에너지 공정성 검토 위원회’(가칭)를 통해 한전 참여 사업의 계통 연계와 공용전력망 보강 방안의 적정성 등을 검토할 방침이다. 위원회는 풍력·신재생에너지 협회 등 산업계와 유관기관, 학계, 정부 관계자 등으로 꾸려질 예정이다.

이는 한전이 신재생에너지 발전 사업에 참여할 경우 망 중립성을 훼손할 우려가 있다는 지적에서 벗어나기 위한 장치다. 민간 발전사 입장에서는 송배전망을 깔아줘야 설비를 원활히 가동할 수 있는데 한전이 발전 설비를 직접 짓게 되면 자신들에게 유리한 곳에만 공용전력망을 우선 설치해 이득을 취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전은 지금도 객관적인 절차를 거치고 있기 때문에 망 중립성을 저해할 우려는 없다는 입장이다. 현재 대규모 발전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서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전기위원회에서 계통 연계·보강 방안 등에 대한 심의를 받아야 한다.

한전 관계자는 "망 정보 공개도 확대하겠다"며 "중장기 전력망 투자 계획에 이를 반영하고 연도별 송전망 여유 정보도 제공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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