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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철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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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E칼럼] 수소경제 막아선 그린수소 우선지원론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1.12.07 10:17

최수석 제주대학교 에너지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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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수석 제주대학교 에너지공학과 교수

최근 사회 전반에 걸쳐 2030세대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특히, 정치권에서는 중요한 자리에 젊은 세대를 기용하는 등 청년들의 마음을 잡기 위한 노력이 과하다 싶을 정도이다. 그러나 실질적 권한이 주어지는 것이 아닌 상징적 의미로 소비되는 청년에 대한 대우는 세대 간의 차이를 다름으로 이해하지 못하고, 시혜적인 입장에서 보상해주려는 미봉책에 가까워 보인다.

타인의 사상이나 행동에 대해 차이를 인정하고 이해하는 관용을 한 국가의 수식어로 사용하는 곳이 바로 똘레랑스의 나라 프랑스이다. 현재 국가 수장인 마크롱이 지난 2017년 만 39세에 대통령에 취임한 것만 보더라도 이 나라가 다양성에 대한 이해와 실천의 폭이 얼마나 넓은지 알 수 있다.

프랑스는 유럽연합에서 인구당 온실가스 배출이 가장 낮은 국가로도 알려져 있다. 마크롱 대통령은 지난 10월 12일 미래산업 육성 투자계획인 ‘프랑스 2030’을 발표하였다. 이 계획의 핵심인 에너지 분야에는 혁신적 원자로 개발, 청정 수소에너지 리더 국가, 산업 전반의 탈탄소화를 주요과제로 우리 돈으로 10조가 넘는 총 80억 유로의 지원이 이루어질 예정이다. 원자력과 수소를 양 날개로 미래 에너지전략을 세운 프랑스의 사례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는 매우 크다.

우리나라에서는 지난 1일 국회 산업통상중소벤처위원회의 소위원회에서 처리될 예정이던, 일명 수소법으로 알려진 ‘수소경제 육성 및 수소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 개정안의 통과가 불발되었다. 수소법은 2020년 2월 4일 세계 최초로 제정되어 수소에너지의 안전하고 안정적 보급을 통해 미래에너지를 확보하고 관련 산업을 육성할 것으로 기대되었다.

이번 개정 법안은 현재 수소법에 명시되지 않은 청정수소에 대한 정의를 비롯하여 국가와 지자체의 책무를 구체화 하는 등 수소사업의 실질적 추진을 위한 기본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런데, 정부도 수소경제 활성화를 표방하고 있고 국내기업들도 수소경제 분야에 40조원이 넘는 투자를 하겠다고 밝힌 상황에서 여당이 절대다수인 국회가 수소에너지의 발목을 잡고 있는 듯한 형국은 매우 이상하게 여겨진다.

수소법 개정안의 심사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다. 지난 7월과 11월에 이어 이번까지 총 3번의 소위원회 심사가 있었지만 여당 내에서도 의견이 갈리면서 의결에 이르지 못하였다. 개정안은 수소 생산과정에서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지 않거나 현격히 적게 배출하는 수소’를 청정수소로 규정하고 있지만, 일부 의원들은 재생에너지 기반의 그린수소 지원 강화가 우선되어야 한다는 주장하고 있다.

수소에너지가 낮은 경제성에도 불구하고 미래에너지로 주목받는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온실가스 감축 때문이다. 이런 관점에서 이산화탄소 배출 저감에 초점을 맞춘 개정법안의 내용은 상당히 합리적으로 생각된다. 반면, 반드시 재생에너지에만 기반하여 수소가 만들어져야 한다는 주장은 다양한 기술의 적용을 어렵게 하여 결과적으로 수소에너지 보급의 실패를 가져올 가능성이 높게 여겨진다.

흔히 수소생산 방법을 색상으로 표현하는데, 사용된 에너지원이나 이산화탄소의 배출 여부에 따라 그린, 블루, 그레이, 블랙, 브라운, 핑크, 터퀴즈, 옐로우, 화이트 등 매우 다양하다. 이중 절반 이상이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지 않지만 현재를 기준으로 기술의 성숙도나 경제성은 다소 차이가 있다. 기술의 발전은 쉽게 예측할 수 없기 때문에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두고, 한편으로는 당장 적용 가능한 기술들이 현장에 활발히 사용되고 개선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는 것이 수소법의 중요한 역할일 것이다.

다양한 방법 중에 이상적이라고 생각하는 한두 가지만 고집하는 것은 똘레랑스가 부족한 고정관념 혹은 낡은 이념으로 비추어 질 수 있다. 천년의 역사를 자랑하며 영원할 것 같던 신라가 무너진 주요한 원인 중 하나로 골품제도를 들 수 있다. 뛰어난 역량에도 불구하고 불합리한 신분제도에 묶여있던 육두품은 고려의 수준 높은 관료문화를 형성하는 주역이 되었다.

우물 안의 개구리 마냥 거기서 거기인 높이뛰기 경쟁을 할 것이 아니라, ‘미래의 친환경 에너지는 원자력을 거쳐간다’는 똘레랑스의 나라이자 온실가스 감축 선진국인 프랑스의 젊은 리더 마크롱의 주장에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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