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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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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체크] 英 런던 사례로 본 탄소중립의 진실…시민들 "전기료 급등에 중산층도 타격"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1.11.28 10:47

재생E 확대, 전기료 인상 없이도 가능한가

한참 앞서가는 영국 탄소중립 도전과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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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런던 템즈강에 위치한 블랙프라이어스 다리 위 설치된 태양광 설비. 사진=이원희 기자


[에너지경제신문 / 영국 런던=이원희 기자] "에너지요금(전기·가스 요금)이 이번에 10% 이상 두 차례 올랐고 내년 초에도 그 이상 올라갈 거로 사람들은 봐요." "에너지요금이 인상이 저소득층의 문제만이 아닌 중산층에도 큰 부담으로 다가오고 있어요."

영국에 런던에 거주하는 앤드류 테일러씨는 현지를 취재 중인 기자가 "런던 전기요금, 최근 얼마나 올랐냐"고 묻자 이렇게 답했다. 영국 시민들은 일반적으로 전기와 가스 요금을 함께 내다보니 따로 생각하지 않고 둘을 합쳐 에너지요금(Energy Bill)이라고 부른다.

우리 정부는 2050년 탄소중립 목표를 위해 재생에너지 전력 비중을 2050년까지 70%까지 늘릴 계획을 세웠다. 이 과정에서 전기요금이 얼마나 오를지 논란이 일고 있다. 이에 대해 우리 정부는 재생에너지 확대에 따라 전기요금 인상 요인이 있지만 재생에너지의 발전단가 하락 등으로 전기요금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설명한다. 특히 에너지전환에 따른 탈원전 정책이 적어도 문재인 정부 임기 내엔 오르지 않을 것으로 그동안 줄곧 강변해왔다.

이에 에너지경제신문은 서울대 팩트체크센터의 지원으로 지난 15일부터 5박7일간 영국 현지를 직접 방문, 탄소중립이 전기요금에 얼마나 영향을 미쳤는지 알아봤다.

영국 현지 분위기는 실제로 전기요금 인상이 시민들에게 미치는 영향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탄소중립을 향한 재생에너지 확대 과정에서 전기요금 인상은 피하기 어려운 것으로 파악된다.

영국은 2050년 탄소중립을 목표로 이미 국가 전체 전력 발전량의 40∼50%를 재생에너지로 채울 만큼 에너지전환에서 앞서 있는 나라 중 하나다. 우리나라 재생에너지 비율 7%에 비하면 무려 약 7배나 높다. 2050년 탄소중립 시나리오에서 제시된 우리나라의 재생에너지 비율 최대 목표 70%에 영국은 이미 가까이 가고 있다. 영국이 이처럼 탄소중립에 앞서나가고 있지만, 최근 풍력발전량이 줄어들면서 전기요금 인상의 직격탄을 맞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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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드류 테일러씨의 에너 요금 고지서. 지난달 요금으로 총 68.96파운드(11만원)가 나왔다.


◇ "풍력 발전 감소 등으로 영국 전기요금 인상 중산층에도 타격"

최근 외신을 통해 영국의 전기요금이 7배 이상 올랐다는 건 현지 취재 확인 결과 전기 도매요금을 기준으로 한 것이다. 그러나 전기 소비자들이 실제로 부담하는 소매요금은 약 20% 정도 올랐다고 한다. 영국의 전기 소매요금엔 상한선이 있다. 현재 그 상한선은 연간 1277 파운드(약 202만원)다. 영국 정부는 4월과 10월 두 차례 상한선을 정해서 발표한다.

재생에너지 발전소 비중이 큰 영국의 전기도매요금은 대체로 높은 편에 속한다. 그런데 최근 기후변화로 북해 바람이 줄어 풍력발전이 감소했고 액화천연가스(LNG) 공급 부족으로 가격 상승 등이 겹치면서 전기도매요금이 급격히 올랐다는 게 현지 언론의 분석이다. 전기도매요금이 급상승하면서 소매요금의 인상압력도 커진 것이다.

하지만 상한선에 묶여 소매요금이 도매요금 인상 폭 만큼 오르지 않았다. 영국에서는 실제로 올해 전기요금이 계속 올랐고 이에 따라 시민들도 상당한 부담을 느끼고 있다.

앤드류 테일러씨는 1인 가구지만 지난달 에너지요금 68파운드(11만원)을 냈다. 테일러씨는 에너지요금을 최대한 아끼기 위해 노력하더라도 상당한 요금이 나온다고 말한다. 날씨가 아직 춥지 않아 가스요금은 많이 나오지도 않았는데 그렇다. 그는 겨울이 되면 이거보다 두 배 가까이 에너지요금이 더 나온다고 말했다.

역시 런던 시민인 플로렁 자일스씨는 2인 가구로 생활한다. 그는 3개월에 에너지요금으로 240파운드(40만원) 가량을 낸다. 영국은 여러 민간기업이 참여하다 보니 에너지요금을 낼 수 있는 기간을 선택할 수 있다. 기업마다 요금도 다르다. 그 또한 한 번에 수십만원씩 내야 하는 에너지요금 부담이 크다고 했다.

런던의 두 시민 모두 전력도매요금 상승세가 심상치 않아 에너지요금이 더 올라갈 것을 걱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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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석탄발전소를 현대미술관으로 탈바꿈한 영국 런던의 테이트모던. 사진=이원희 기자


하지만 테일러씨는 최근 인상 폭이 부담스럽다면서도 영국의 에너지요금이 기본적으로 비싼 이유를 영국 전력시장의 민영화에서 찾는다. 영국 정부가 계속되는 전기요금 인상으로부터 시민들의 생계를 보호해야 한다고 그는 주장한다.

영국은 전력 소매를 우리나라처럼 한국전력 같은 하나의 공기업이 담당하는 게 아닌 다수의 민간기업들이 참여하는 구조다. 6개의 주요 기업과 더불어 수백 개의 중소 민간업체도 전력 판매 시장에 들어와 있다.

그는 민간기업들은 정부나 공기업과 달리 수익을 내야 하기 때문에 에너지요금이 비쌀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민간 기업들이 전력 소매를 담당할 경우 경쟁을 통해 전력 요금을 낮출 수 있다. 그런데 테일러씨 얘기대로 민간기업은 수익을 우선시해 대체로 전력 요금이 높은 편이다. 영국에 에너지요금 상한선이 있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테일러씨에 따르면 최근 전기도매요금이 급격히 올라가면서 망하는 전력소매기업이 잇따르고 있다. 소매가격 상한선 이상으로 도매가격이 크게 오르면서 그 도매가격 인상분을 모두 소매가격에 반영하지 못하니까 손해를 보는 민간 전력소매회사들이 문을 닫고 있다는 것이다.

테일러씨에게 한국의 전기요금은 4인 가족으로 한 달에 5만원 정도고 하나의 공기업이 전력판매를 담당하고 있다 설명해줬다. 그러자 그는 굉장히 인상 깊다며 영국인들이 한국의 전기요금을 알면 깜짝 놀랄 거라고 말했다.

런던에 거주하는 교민 안정민씨는 영국의 에너지요금 고지서가 너무 복잡해 잘 이해하기 어렵다며 현지인들도 자세히 알아보기보다는 나오는 대로 요금을 내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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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런던의 탄소제로마을 ‘베드제드’에 태양광이 설치된 모습. 사진=이원희 기자


◇ 탄소중립 방안으로 떠오른 ‘탄소제로마을’, 에너지전환 숙제

"앞으로 짓는 탄소제로마을은 바이오에너지가 아닌 지열에너지와 태양광을 에너지로 활용하고 시멘트와 벽돌 대신 목재(Timber)로 건물을 지을 겁니다.

영국 런던의 탄소제로마을 ‘베드제드’를 설계·운영하는 기업 ‘바이오리즈널’(bioregional)의 패트릭 클리프 커뮤니케이션실 최고 담당자는 탄소제로마을의 미래에 대해 이처럼 설명했다.

에너지 요금이 비싼 영국에서 대안으로 떠오르는 건 탄소중립마을이다. 세계 첫 탄소중립마을은 영국 런던 베드제드(Bedzed)로 탄생했다. 그는 에너지효율을 높인 결과 베드제드에서 다른 마을과 비교할 때 전기소비는 27%, 가스소비는 36%까지 줄일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세계 최초의 탄소제로마을인 만큼 시행착오도 있었다.

베드제드의 에너지원은 바이오에너지다. 나뭇가지를 태워서 에너지를 만드는 것이다. 탄소를 배출한다는 것이다. 베드제드가 탄소제로마을로 알려졌지만 탄소를 배출하는 바이에너지를 사용하는 만큼 완전한 친환경 마을로 볼 수 없다는 뜻이다. 벽돌과 시멘트는 튼튼하더라도, 생산과정에서 탄소를 목재보다 더 배출한다고도 지적한다.

키니아 다이어 윌리엄스 바이오리저널 담당자는 "베드제드의 아이디어는 1997년에 나왔고 2002년에 본격 짓기 시작했다"며 "런던 브릭스톤과 노스트웨스트 비스터에 새로운 탄소제로마을을 만들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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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 베드제드을 설계·운영하는 기업 ‘바이오리즈널’의 패트릭 클리프 커뮤니케이션실 최고 담당자(왼쪽)와 키니아 다이어 윌리엄스 담당자가 베드제드에 위치한 회사 앞에서 기념촬영하고 있다. 사진=이원희 기자


베드제드가 막 시작할 때에는 아직 재생에너지 발전이 제대로 자리잡지 못한 시기였다.

탄소제로마을에서 또 한번의 진화가 이들에게 새로운 도전 과제로 남아있다. 날씨에 발전량이 영향을 받지 않는 바이오에너지와 달리 태양광은 날씨에 따라 발전량이 달라질 수 있다. 이에 따른 비용 문제도 이들이 해결해야 할 숙제다.

패트릭 최고 담당자는 영국 정부가 이를 위해 탄소중립마을 보급정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직 홍보도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탄소제로마을의 시행착오를 거울 삼아 탄소중립마을 확대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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