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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지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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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분석] 文정부 탄소중립 재정투입 실효성 논란…"마중물 투자" vs "밑 빠진 독 물 붓기"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1.11.04 16:33

- 기재부, COP26에서 "한국, 그린뉴딜 통해 GDP의 3.8%인 73조4000억원 녹색 분야에 투자" 강조'



- 국회 "전체적인 재정 규모 불명확, 투자 계획 구체적으로 제시해야"



- 산업부 "비용 연평균 90조원 이상 추산, 재원마련 계획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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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3일(현지시간) 스코티쉬 이벤트 캠퍼스(SEC)에서 열린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 26) 기후행동 재무장관 연합’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에너지경제신문 전지성 기자] 2050년 탄소중립 추진을 위한 정부의 대규모 재정 투입 정책을 두고 실효성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정부와 여권은 탄소중립 관련 대규모 공적자금 투입에 대해 탄소중립이 쉽지 않은 도전이니 만큼 마중물 투자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반면 야권 및 업계, 전문가들은 구체적인 실행 계획 및 면밀한 투자 검토 없이 이뤄지는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고 주장한다.

4일 산업통상자원부가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30년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를 2018년 대비 35% 상향할 경우 450조원, 37.5%는 544조원의 비용이 소요될 것으로 추산된다. 산업부는 여기에 철강생산 고로, 석유화학 플랜트 등 생산설비 폐쇄, 반도체·디스플레이 투자 불발 등의 비용 발생도 고려하면 연평균 90조원 이상의 비용이 발생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2050년 탄소중립은커녕 8년 뒤로 예정된 ‘2030년 온실가스 감축 목표’ 달성을 위한 중·장기 재정 규모조차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내년도 예산안에서 ‘탄소중립 예산’으로 11조9000억원을 배정했다. 그러면서 "과감한 재정투입으로 내년을 2050년 탄소중립 이행의 원년으로 삼겠다"고 밝혔다.

정부가 내세운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2030년까지 달성하려면 배출량을 연평균 4.2%씩 줄여나가야 한다. 미국(2.8%)·영국(2.8%)·유럽연합(2%) 등 주요 선진국에 비해서도 훨씬 높은 목표다. 대규모 정부 재정이 투입돼 마중물 역할을 하지 않는다면 현실적으로 달성이 어려운 목표다.

□ 文정부의 주요 탄소중립 재정투입 계획 및 지원정책

구분내용
재정- 2025년까지 73조4000억원
(GDP의 3.8%, 내년 정부예산안 12%)
- 내년 정부예산안 11조9000억원
(전체 2.0%)
- 대외경제협력기금(EDCF) 지원액 6억 달러
(7052억원 / 기존보다 3배 증액)
- 녹색기후기금(GCF) 기여금 3억달러(3526억원)
- 글로벌녹색성장기구(GGGI) 등 기타 녹색 관련 국제기구 지원 1000만달러(118억원)
- 그린 ODA(공적개발원조) 확대
정책- 탄소배출권 시장 활용도 제고
- 기업 기후정보 공시
- 그린 택소노미 도입

국회예산정책처는 지난달 발간한 ‘2022년도 예산안 총괄 분석’ 보고서에서 정부의 탄소중립 추진전략에 대해 "탄소중립경제 관련 사업에 대한 구체적인 중기재정 소요계획은 제시되지 않아 탄소 중립 목표달성에 필요한 전체적인 재정 규모가 불명확한 실정"이라며 "사회 각 분야의 적극적인 탄소중립 이행을 유도하기 위해서는 재정투자 계획을 보다 구체적으로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덕환 서강대 명예교수는 "탄소중립이 아무리 중요하고 기후변화가 심각한 문제라고 동의할지라도 우리가 지불할 수 없는 비용을 필요로 한다면 실행할 수 없는 것 아니냐"며 "정부의 그림을 완성시키기 위해 얼마나 심각한 부담이 기업들에 전가될 지에 대해선 일언반구도 없다"고 비판했다.

홍남기 부총리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3일(현지시간)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 개최에 맞춰 열린 재무장관 간 회의에 참석, 2025년까지 국내총생산(GDP)의 3.8% 규모인 73조4000억원을 신재생 에너지 등 그린 뉴딜에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내년도 정부 예산안 규모 604조4000억원의 약 12.1%다. 또한 대외경제협력기금(EDCF) 사업 지원액을 6억 달러(약 7052억원)로 기존보다 3배 늘리고, 세계 최대 기후기금인 유엔(UN) 산하 녹색기후기금(GCF)에 3억 달러(약 3526억원), 글로벌녹색성장기구(GGGI) 등 국제기구에 총 1000만 달러(약 118억원)를 공여할 예정이다.

다만 구체적 재원 마련 방안은 여전히 없다시피 한 상황이다. 기획재정부가 자금조달을 위해 지난달 초 발행한 외국환평형기금채권(외평채) 유로 그린본드를 런던증권거래소(LSE)에 상장한 것이 전부다. 그린본드란 기후 및 환경 관련 사업에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기 위한 목적에서 발행하는 채권이다. 자금용도는 자원 및 환경 관련 사업에 국한된다.

산업부 관계자는 "NDC 목표달성을 위한 구체적 재원을 어떻게 마련할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계획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자칫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온기운 숭실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그린본드는 금융상품으로서 투자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는 윤리적 투자자의 투자를 유인하기에 적합하지만 그린본드의 발행과 관련해서는 비윤리적인 측면이 있다"며 "실제로는 친환경 경영과 거리가 있지만 녹색경영을 하는 것처럼 홍보하기 위해 그린본드를 발행한다는 경우"라고 말했다. 온 교수는 "또한 환경대책에 용도가 한정되므로 중앙은행이 그린본드의 구입을 우선하면 환경 대책과 관계없지만 필요 불가결한 경제 활동에 자금이 골고루 공급되지 못할 우려도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 점에서 채권을 발행하는 정부나 기업의 윤리성을 담보할 수 있는 투명하고 공정한 룰 마련이 필요하다"며 "발행 목적을 보다 명확히 하고 투자 대상 프로젝트의 평가 및 선정, 자금의 관리, 외부검토 및 사후보고 등에 대한 제반 기준과 절차들을 엄격히 할 수 있는 실효성 있는 룰 마련이 시급하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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