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04월 20일(토)
에너지경제 포토

오세영

claudia@ekn.kr

오세영기자 기사모음




글로벌 에너지대란 태풍, 국내도 본격 영향권…"연말 경제 최대 악재"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1.10.13 16:41

국제유가·원자재 등 가격 급등속

사재기 현상 일며 수급차질 조짐

겨울철 에너지대란 불 보듯

전기

[에너지경제신문 오세영 기자] 우리나라도 글로벌 에너지대란 태풍의 영향권에 본격 들어섰다.

국제유가가 배럴당 80달러를 넘으면서 휘발유 가격이 크게 오르고 석탄 및 천연가스, 원자재 등 가격도 급등세다.

특히 국제시장에서 사재기 움직임까지 나타나는 석탄 및 천연가스 도입에 일부 차질이 빚어져 발전 시장에 혼란도 나타나고 있다.

화력발전의 주요 연료인 석탄 수급 문제가 발생하면서 일부를 바이오매스로 대체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전기·가스 등 공공요금과 각종 공산품 가격 인상 압력이 점점 커지고 있다.

4분기 전기요금이 이미 오른데 이어 전기요금 청구 때 별도 고지되는 기후환경비용의 내년 적용분 인상도 유력하다.

도시가스요금의 경우 주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는 물가 당국인 기획재정부의 연내 불가 방침에도 인상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국내에도 닥치고 있는 에너지대란은 불투명한 연말 경제 상황에서 최대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전문가들의 우려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전기료 인상 등은 당장 산업계에 큰 타격 요인이다. 산업 생산활동 위축과 함께 수출전선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글로벌 공급망에도 위기조짐이다. 중국의 전력난 속에 포스코 현지 공장이 문을 닫은 것도 시작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나아가서 난방 수요가 많은 겨울철 에너지 수급에 문제가 발생할 경우 서민 생활까지 덮칠 수 있다는 경고음이 들리고 있다.

13일 업계 전문가들은 "전기요금 등 공공요금이야 정부 통제에 있어서 당장 크게 오르기는 어렵다"며 "다만 에너지 수급에서 일부 좋지 않은 조짐이 경제에 큰 타격을 줄 수 있다"고 한 목소리를 냈다.

전날 뉴욕상업거래소에서는 11월물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이 전장보다 0.12달러(0.15%) 오른 80.64달러에 마감했다. 지난해 10월 말 이후 125%나 급등한 가격이다.

국제유가 등 연료가격 상승에 정부와 한국전력공사는 4분기(10~12월) 최종 연료비 조정단가를 kWh당 0.0원으로 책정했다. 이는 지난 1·2·3분기보다 kWh당 3.0원 올라 지난해 전기요금 수준을 회복한 수준이다.

국제유가와 원자재 상승에 물가도 크게 올랐다. 통계청이 발표한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9월 공업제품(3.4%)은 지난 2012년 5월 이후 9년 4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올랐다. 특히 휘발유(21.0%)와 경유(23.8%) 가격 상승 폭이 크게 나타났다.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서비스 오피넷에 따르면 이날 기준 전국 평균 휘발유 가격은 ℓ당 1687.46원을 기록했다. 하루 전보다 2.39원 오른 가격이다. 최고가 지역인 서울 평균 가격은 전날보다 3.08원 올라 ℓ당 1773.55원을 기록했다.

천연가스 비용도 고공행진 중이다. 에너지 관련 정보제공업체 ‘케이플러(Kpler)’에 따르면 글로벌 액화천연가스(LNG) 수요는 지난 9월까지 전년 동기보다 5.3% 증가했다.

앞서 6일 동북아 지역 LNG 가격지표인 일본·한국 가격지표(JKM)는 11월 선적분 기준 100만BTU(열량단위) 당 56.326달러로 하루 만에 42.0% 뛰었다.

반면 천연가스 공급은 생산시설 증설에 시간이 걸리고 허리케인 등으로 대응을 못하고 있다. 세계 최대 천연가스 판매국인 카타르는 "시장을 진정시킬 수 있는 물량이 없다"며 "우리는 한계에 다다랐다"고 밝혔다.

유럽에서는 에너지 비축분이 10여년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지면서 LNG 가격은 연초대비 4배 수준으로 크게 올랐다.

우리나라에서도 연말 가스요금 인상에 대한 가능성이 나온다. 이미 한국전력이 전기요금을 KwH당 3원을 인상한데 이어 도시가스·버스·택시·상하수도 등이 줄줄이 오를 가능성도 있다는 관측이다.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지난 5일 열린 국정감사장에서 "물가가 상당히 높게 형성됐기 때문에 하반기 다른 공공요금은 동결하겠다"고 단언했다. 그러나 산업통상자원부는 가스요금과 도시가스 요금 인상 등을 배제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국제유가와 천연가스 등 에너지 연료 가격 급등에 세계 경제 성장률 위기도 거론된다. 세계적인 에너지 대란으로 인플레이션 압력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미국에서 천연가스 가격은 6개월 만에 두 배로 뛰었다. 유럽에서는 세배 가까이 폭등했다. 중국과 인도에서는 발전용 석탄 가격이 급등하면서 전력난이 발생하자 일부 화력발전소들이 발전 원료로 원유를 고려하게 되면서 유가에 반영돼 상승세에 힘을 싣고 있다.

곡물이나 금속 등 국제 원자재 가격도 치솟고 있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지난달 세계식량가격지수는 130.0포인트다. 지난 2011년 9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우리나라도 국제유가 상승 등으로 물가 인상이 우려되고 있다. 어운선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소비심리 반등과 국제유가 상승, 우윳값·전기료 인상 등을 고려할 때 향후 물가는 하방 요인보다 상방 요인이 더 많다"고 전망했다.

올해 연간 물가 상승률은 지난 2012년에 2.2%를 기록한 이후 9년 만에 2%대로 올라설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박호정 고려대 식품자원경제학과 교수는 "국제유가나 천연가스 가격 상승이 장기적으로 지속되지는 않을 것이다. 탄소중립이라는 이슈가 끼어들면서 화석연료에 대한 투자가 줄어들고 몇 십년 뒤에는 화석연료 상품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라며 "문제는 그 조정을 받는 기간동안 따르는 경제적 비용, 즉 단기적으로 에너지 가격 상승으로 인한 물가 인상 그리고 인플레이션과 경제성장 저하 동반되는 스태그플레이션이 이어질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다만 에너지 가격의 경우 연료비가 상승하는 대로 즉각적으로 요금에 반영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이태의 에너지경제연구원 전력정책연구팀 연구위원은 "우리나라도 중국이나 유럽처럼 전기요금이나 가스요금이 폭등할 지는 모르겠지만 어느 정도 물량에 따르는 가격 상승 요인은 있다고 본다"며 "다만 우리나라는 요금마다 상한선이 정해져 있기 때문에 연료비 상승분이 즉각적으로 가격에 반영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claudia@ekn.kr

배너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