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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국회에 따르면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은 내년부터 에너지·제조·운송 등에 쓰이는 화석연료 온실가스 배출량 1t당 4만원의 세금을 부과하고, 2025년까지 8만원으로 상향하는 안을 담은 탄소세법을 발의했고, 장혜영 정의당 의원도 석유·액화천연가스(LNG) 등 화석연료 사용 시 세금을 부과하는 교통·에너지·환경세법 개정안을 냈다. 특히 여권 유력 대권주자인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탄소세 도입 필요성을 주장하면서 관련 논의에 탄력이 붙는 모양새다. 관련 법안인 현실화할 경우 기업들의 환경 비용부당 증가가 불가피하다. 이에 대규모 제조업체들은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 강화에 나서고 있다.
탄소세란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해 탄소를 함유한 제품이나 제조공정 중 탄소를 배출하는 상품 등에 탄소량에 따라 부과하는 세금이다. 각 상품의 탄소 배출량을 정확하게 측정하기 어렵기 때문에 탄소 함유량을 기준으로 과세하며 납세자는 탄소를 배출하거나 함유한 제품을 생산하는 기업이 된다.
상품 원가에 탄소세가 포함될 수밖에 없으며, 고(高) 탄소 제품에 대한 소비를 줄이는 역할을 한다. 제조기술 등의 발달로 저탄소 기술이 적용된 상품의 경우 탄소세가 부과되지 않거나 상대적으로 적은 세금이 부과되기 때문에 상품의 가격은 하락하게 된다. 탄소세는 비시장 재화인 탄소 배출에 가격을 부여해 소비자에게 가격 신호를 보낼 수 있게 되고 이를 통해 상품의 소비 과정에서 나오는 부정적 외부효과를 완화하거나 없앨 수 있게 된다. 즉 탄소세는 소비자에게는 고 탄소 제품의 소비를 줄이고, 저탄소 제품의 소비를 확대하는 유인이 되고, 기업 입장에서는 저탄소 기술의 개발과 적용을 촉진하는 역할을 한다. 탄소세는 1990년 핀란드에서 처음 도입돼 현재 스위스, 스웨덴 등 50개국이 시행 중이다.
미국과 유럽연합(EU)는 이미 탄소 국경세 도입을 추진하기 시작했다. 탄소 국경세란 저탄소 실현을 위해 각국이 도입한 규제가 상이해 많은 기업이 유럽이나 미국과 같이 탄소 관련 규제가 심한 국가에서 규제가 약한 국가로 공장을 이전하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고, EU의 경우 역내 기업들은 저탄소 실현을 위한 큰 비용을 지불하고 있는 것과 달리 규제가 약한 기업들은 비용을 지불하지 않고 있어 역내 기업들이 가격경쟁에서 항상 불리한 상황에 놓여 있는 상황이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우리나라 주요 수출 업종에서 EU, 미국, 중국 등 주요 수출국에 교역을 위해 지출할 것으로 예상하는 추가 금액은 2023년 6100억원, 2030년 1조 8700억원이다. 산업부는 관계 기관과 함께 산업·에너지 분야 탄소중립을 위한 중장기 로드맵을 마련하는 등 전략적으로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한 재계 관계자는 "이미 많은 공정 과정에서 온실가스 감축 노력을 해온 만큼 추가 감축 여력이 크지 않은 상황"이라며 "최소한 배출권 거래제와의 중복규제 문제 등을 해소하기 위한 방안을 제시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호주는 지난 2012년 탄소세 도입을 추진했다 극심한 반대에 부딪혀 2년 만에 폐지했다"며 "호주와 같은 사례가 되풀이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탄소중립을 위해 원자력과 석탄발전위주의 전력산업을 신재생에너지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전기요금 인상이 막히자 탄소세 도입으로 우회하는 전략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충국 한국기후변화연구원 탄소배출권센터장은 "현재 기업들이 배출권에 대해 1조원 정도를 지불하고 있다. 주민들이 내는 전기세에도 0.4% 정도의 배출권 구매 부분이 포함된다"며 "날씨만의 문제가 아닌 먹고 사는 부분에도 변화가 온다. 기후변화가 더 심각해지면 환경에 대해 지불하는 금액도 커질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윤순진 탄소중립위원회 위원장은 "우리의 현재 전기요금은 정상이라고 할 수 없다. 이산화탄소 배출에 대해 별다른 책임을 묻고 있지 않다"며 "전기요금이 인상된다면 그것은 재생에너지 사용으로 인한 것이 아니라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데 대해 아무런 비용을 지불하지 않은 석탄과 LNG 등에 비용을 부과해서 생기는 문제"라고 말했다. 이어 "탄소중립을 위해서는 신재생에너지 확대와 함께 획기적인 에너지 소비구조 변화가 수반돼야 하며, 이는 기업, 일반소비자 등 전국민의 동참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전기요금의 급격한 인상은 물가 등 국민생활에 미치는 영향이 크므로 감내 가능한 수준이 돼야 할 것"이라며 "향후 재생에너지의 확대와 단가하락 등 비용증감 요인과 국민경제에 미치는 영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jjs@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