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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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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이츠·베이조스가 눈독들이는 '철 배터리'...ESS시장 뒤집는 게임체인저로 부상할까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1.08.27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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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창업자


[에너지경제신문 박성준 기자] 에너지저장장치(ESS) 용도로 철, 물, 공기를 소재로 한 배터리가 주목받고 있다. 리튬 이온 배터리와 달리 철 배터리는 소재가 저렴하고 풍부하기 때문에 상용화될 경우 에너지전환의 걸림돌로 꼽히는 비용을 획기적으로 끌어내릴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전력이 장기간에 걸쳐 공급될 수 있다는 점도 또 다른 장점이다. 태양광·풍력의 고질적인 단점인 간헐성도 이를 통해 개선될지 관심이 집중된다.

27일 미 경제매체 CNBC는 "스타트업 폼에너지는 100시간 동안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새로운 형태의 충전용 배터리를 개발하고 대규모로 생산할 수 있도록 움직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배터리는 공급이 풍부하고 가격도 저렴한 철과 물, 그리고 공기가 주요 소재 이며 철에 녹이 스는 과정을 원리로 작동한다. 금속철은 산소와 결합해 방전 사이클에서 에너지를 방출하면서 녹이 슬고, 충전 과정에서 이 녹에 에너지가 가해지면 다시 금속철로 변환되면서 산소가 방출된다. 이 배터리가 탑재된 하나의 배터리 모듈은 크기가 세탁기만한데 수천 개의 배터리 모듈이 뭉쳐 ‘파워 블록’이 형성되고 필요에 따라 수십에서 수백 개에 달하는 파워 블록이 발전그리드에 연결된다.

테슬라 부회장 출신의 마테오 자라밀로 폼에너지 최고경영자(CEO)는 "녹은 항상 생기기 때문에 녹슬게 만드는 건 쉽다"며 "적은 비용으로 이 프로세스를 효과적으로 제어하는 건 별개의 문제"라고 CNBC에 설명했다.

CNBC에 따르면 폼에너지는 철 소재의 ESS용 배터리를 개발해 단가를 키로와트시(kWh)당 20달러 미만으로 끌어내리는 것을 목표로 두고 있다. 현재 상용화돼있는 리튬 이온 배터리의 비용 대비 10분의 1에 불과한 수준이다.

철 배터리가 상용화에 성공할 경우 재생에너지 시장에 이어 세계적인 탈(脫)탄소 움직임에 큰 변화를 불러일으킬 것으로 예상된다. 석유전문매체 오일프라이스닷컴은 "탈탄소와 ESS 역할에 대한 논의 주제를 완전히 바꿀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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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폼에너지의 ESS 배터리 시스템 조감도(사진=폼에너지)


세계가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해선 앞으로 태양광과 풍력 발전이 더 많이 요구될 뿐더러 ESS 보급 확대를 통해 재생에너지의 간헐성 문제가 해결되어야 한다. 하지만 리튬 기반의 ESS 배터리는 가격이 비싸 현재 기술력으로는 에너지전환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와 관련해 미 스탠포드대학의 마크 제이컵슨 교수는 "리튬배터리 가격은 kWh당 100달러에서 200달러 범위에 속해 20달러짜리의 배터리는 돌파구가 될 것"이라며 "전 세계의 모든 전기를 청정에너지로 빠르게 전환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20달러 배터리는 예비 전력을 위해 천연가스 또는 기타 화석연료의 필요성을 제거한다"며 "발전용 석탄, 석유, 천연가스가 사실상 사라지고 원전의 필요성도 없어지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오일프라이스닷컴은 "미국 발전시장은 지금까지도 규모의 경제성, 공급 안정성 등을 고려해서 천연가스를 중점으로 두고 있지만 100시간 지속되면서 저렴한 발전소급 ESS는 발전산업에 있어 그 어떤 것보다 파격적"이라고 밝혔다.

이처럼 철 배터리가 재생에너지 시장의 게임체인저로 주목받자 폼에너지에 자금을 지원하는 투자자들도 늘어나고 있다. CNBC에 따르면 지금까지 폼에너지는 총 3억 6000만 달러를 조달했으며 이중 2억 4000만 달러는 지난 24일(현지시간) 자금조달이 이뤄졌다.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가 설립하고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창업자, 마윈 알리바바 창업자, 리드 호프만 링크드인 회장 등의 유명 인사들이 참여하는 ‘브레이크스루 에너지 벤처’(BEV)가 주요 투자자로 꼽힌다.

폼에너지는 또 현재 1메가와트(MW) 급 ESS 시운영을 위해 미 미네소타주 소재 발전업체 그레이트 리버 에너지와 협력 중이다. 작년에는 캘리포니아주 에너지위원회로부터 200만 달러를 지원받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그러나 철 배터리 ESS가 중단기적으로 상용화될 가능성에 회의적인 시각도 나온다. 네스터 세펄베다 에너지 컨설턴트는 "20달러 배터리가 탄소배출 저감에 의미있는 기술로 부상하기 위해선 재생에너지 보급량이 현대 수준대비 매우 높아야 한다"며 "배터리 기술을 활용하기 위한 재생에너지 시장이 언제 마련될 것인지가 쟁점"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kWh당 20달러는 저렴한 수준이 맞지만 장기적인 에너지 공급 가능성 등을 고려하면 10달러 미만으로 내려가야 기존 에너지원을 의미 있게 대체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철 배터리가 리튬에 비해 전력을 오래 공급하더라도 결국엔 배터리이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봤을 때 수요공급 측면에서 천연가스 등보다 경제성이 떨어질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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