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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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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전환 붐에도..."세계 탄소중립 2050년 달성 어렵다"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1.08.23 08:26

글로벌 IB JP모건 '2021년 연간 에너지 보고서'



"전력, 최종에너지 소비 비중 18%불과"



태양광·풍력 기록적 성장해도 탄소 중립에 작은 부분



"화석연료 직접적 사용 여전히 핵심 원동력"

태양광

▲태양광(사진=로이터/연합)

[에너지경제신문 박성준 기자]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세계 각국이 친환경 에너지로 전환하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여전히 화석연료에 크게 의존하는 만큼 탄소중립 달성이 쉽지 않다는 경고가 나왔다. 탈(脫)탄소를 위해 요구되는 변화가 극도로 과소평가되고 있기에 이러한 현실이 에너지전환의 이상과 충돌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에 따라 세계가 탄소중립을 달성하는 시점이 2050년을 넘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은 ‘2021년 연간 에너지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밝히며 "탈탄소에 따른 충격을 완화해주는 방안이 나오지 않는 이상, 인류는 이들이 원했던 것보다 더 오랜 기간동안 석유 등 화석연료와 공존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재생에너지 등이 탈탄소에 따른 에너지 공백을 매울 수 있는 방안으로 꼽히지만 이는 예상보다 쉽지 않기 때문에 세계는 석유, 천연가스 등에 오랫동안 의존할 수 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현재 세계 주요 국가들은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2050년까지 탄소중립를 선언한 상태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2005년 수준 대비 50% 감축하고 전기차 비중이 40∼50%에 이르도록 하는 목표를 제시하면서 세계적 탈탄소 대열에 본격 합류했다. 이처럼 재생에너지와 전기차 비중이 확대되고 탄소포집 및 수소에너지 등 친환경 에너지 기술이 개발되면서 향후 수 십 년간 에너지 분야에 큰 변화가 올 것으로 국제에너지기구(IEA)를 비롯한 주요 기관들이 낙관하고 있다.

하지만 JP모건의 마이클 셈발레스트 시장 및 투자 전략 총괄은 이를 두고 "너무 앞서 나가지 말라"고 경고했다.

셈발레스트 총괄은 "세계는 여전히 화석연료에 많이 의존한다"며 "전력은 최종 에너지소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8%에 불과한 만큼 앞으로 태양광 및 풍력발전 시장이 기록적인 수준으로 성장한다 해도 전체적인 탄소발자국 문제의 아주 작은 부분만 해결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이어 "화석연료의 종말이 섣불리 선언되고 있지만 화석연료의 직접적인 사용이 여전히 현대 세계를 이끌어나가는 핵심 원동력"이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보고서에 따르면 2019년 기준 미국은 최종 에너지소비에서 화석연료가 80% 가량 차지했다. 또 산업의 전기화 비중이 12%에 불과하는 등 유럽과 중국에 비해 매우 낮고 운송수단의 전기화는 사실상 존재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은 산업부문에서 에너지 소비량이 미국과 유럽을 합친 수준을 웃돌지만 절반 이상이 석탄을 통해 충원되는 등 석탄 의존도가 매우 높다. 특히 중국은 작년에 석탄발전소를 늘린 유일한 국가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석탄발전 설비가 29.8 기가와트(GW) 증가한 반면 중국을 제외한 나머지 국가들은 총 17.2 GW어치 줄었다.

강력한 환경규제를 도입하는 유럽에서도 최종 에너지 소비를 놓고 보면 화석연료에 대한 의존도가 재생에너지 등에 비해 월등히 높다.

한국의 경우에도 최종 에너지원별 소비 중 화석연료의 비중이 높다. 이날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지난 5월 월간 기준으로 최종에너지 소비량은 1852만 7000 toe(석유환산톤)으로 나타났는데 이중 석탄, 석유, 천연가스, 도시가스가 총 1409만 6000 toe으로 집계되는 등 76% 차지했다. 전력 소비는 350만 7000 toe로 집계된 만큼 전체 대비 19%에 불과했다.

뿐만 아니라 화석연료에 크게 의존하는 개발도상국의 에너지 소비는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보고서는 "지난 10년 동안 유럽과 일본의 1차 에너지 사용량은 4∼6%가량 줄었지만 개도국의 증가량은 이들의 감소량에 비해 6배 높았다"며 "중국과 인도 에너지 소비는 고공행진하고 있고 아프리카의 인구당 에너지 소비량은 19세기 유럽 수준"이라고 밝혔다.

JP모건은 "개도국에서 풍력, 태양광, 원전 등의 대중화 여부가 미래 세계 배출량을 결정짓는 핵심 요인으로 떠오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를 고려했을 때 세계가 탄소중립을 달성하게 되는 시기가 많은 국가들이 목표삼은 2050년을 훌쩍 뛰어넘을 것이란 시각도 제기됐다.

발전을 제외한 다른 부문에서의 탈탄소는 난제에 직면해있을 뿐만 아니라 정책 입안자들이 청정 에너지로의 전환에 필요한 비용과 노력을 과소평가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와 함께 보고서는 탈탄소 사회 실현을 가로막는 요인으로 △더딘 전기차 대중화 △청정 에너지 전송을 위해 막대한 인프라 요구 △지질학적인 탄소 배출 억제의 한계성 △산업의 전기화에 대한 어려움 등 4가지 장애물을 꼽았다.

신차 판매의 60%를 전기차가 차지하고 있는 노르웨이가 대표적인 모범 사례로 거론되고 있지만 이는 세계 평균에 비춰볼 때 이례적인 일이며 미국에서 신규 경차 판매에서 전기차의 비중은 2%에 불과하다고 JP 모건은 꼬집었다.

또 재생에너지 대중화를 위해선 발전과 전송 인프라 확대가 요구될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를 두고 보고서는 "미국에서는 비용, 복잡성, ‘님비(NIMBY)주의’ 등이 큰 골칫거리"라고 밝혔다.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리려는 탄소 포집의 경우 절차가 매우 복잡할 뿐만 아니라 이를 활용할 수 있는 지역은 매우 국한되어 있다고 보고서가 지적했다.

마지막으로 화석연료 사용이 가장 많은 산업계와 관련해 셈발레스트 총괄은 "재생에너지를 통한 전력사용이 늘어난다고 가정하더라도 일부만 전기로의 전환이 쉽게 가능하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유리, 벽돌, 시멘트 등 비금속 재료의 경우 1400도가 넘는 고온환경이 필요할 뿐더러 전기를 전도하지 않기 때문에 생산과정에서의 전기화가 어렵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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