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경제 포토

여헌우

yes@ekn.kr

여헌우기자 기사모음




풀려나는 이재용, 삼성의 투자시계 언제 다시 돌아갈까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1.08.10 15:15

가석방 결정에도 ‘취업 제한’ 등 아직 걸림돌 많아



전자 美파운드리 투자·SDI 신공장건립 등 결정 시급

2020102101000895200038691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에너지경제신문 여헌우·이진솔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가석방으로 풀려나면서 멈춰 섰던 삼성의 투자 시계가 다시 돌아갈지 여부에 재계의 관심이 쏠린다. 시장에서는 이 부회장이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사업과 전기차용 배터리 부문 등 신사업 투자에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하지만 ‘취업 제한’ 등 걸림돌이 많아 앞날을 예측하기는 힘들어 보인다.

10일 재계에 따르면 이 부회장은 오는 13일 서울구치소에서 풀려난 이후 최고경영자(CEO) 등과 소통하며 현안들에 대한 보고를 받을 것으로 알려졌다.

당장 이 부회장의 결단이 필요한 분야는 반도체 관련 투자 결정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5월 한미정상회담을 통해 미국 신규 파운드리 공장 건설에 170억달러(약 19조 5000억원)를 투자하겠다고 공식 발표했지만, 후보지조차 발표하지 못한 상태다. 공장에 들어설 공정에 대해서도 밝혀진 내용이 없다.

업계에서는 삼성이 내부에서 이미 미국 주 정부와 세금 감면 및 인센티브 관련 협상을 거쳐 부지 선정을 마쳤다고 본다. 사실상 이 부회장 결정만 남은 셈이다. 발표가 지연된 배경에는 총수 부재 지목된다. 김기남 삼성전자 부회장은 지난 6월 "반도체는 대형 투자 결정이 필요한데, 총수가 있어야 의사결정이 신속히 이뤄질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 부회장이 정상적인 경영 활동을 재개할 경우 삼성이 비메모리 반도체 분야에서 주도권을 잡기 위해 추진하는 ‘반도체 비전 2030’도 속도를 낼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삼성은 오는 2030년까지 시스템반도체 분야에 약 171조원을 투입해 세계 1위로 올라서겠다는 전략을 세웠지만, 이 부회장 부재로 주요 의사결정을 내리는 데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파운드리 세계 1위를 달리는 대만 TSMC와 삼성저자의 점유율 격차는 더 벌어지는 형국이다. 지난 4월 향후 3년 동안 1000억달러(114조원)를 투자하겠다고 선언한 데 이어 5월에는 미국 애리조나주에 공장 5개를 짓겠다고 밝혔다. 미국 인텔도 파운드리 시장 진출을 선언하고 몸값 34조원에 달하는 글로벌파운드리 인수에 나서며 경쟁이 고조되는 상황이다.

이 부회장은 신성장동력으로 꼽히는 배터리 분야에서도 신속한 투자 결정을 내려야 하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미국 진출을 앞둔 삼성SDI의 ‘투자 시계’도 이 부회장 복귀로 빨라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업계는 올해 2분기 전기차(EV) 배터리 사업 흑자전환에 성공한 삼성SDI가 이르면 올 하반기 중 북미 신공장 투자를 확정할 것으로 보고 있다.

손미카엘 삼성SDI 전무는 올해 2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미국·멕시코·캐나다협정(USMCA)이 발효돼 2025년부터 전기차와 주요 부품에 대한 북미 생산이 불가피한 상황"이라며 "늦지 않게 미국 진출을 추진할 계획"이라며 투자 계획을 공식화했다.

미국 투자가 확정되면 삼성SDI는 북미에 1조원에서 3조원에 달하는 배터리 생산기지를 갖추게 될 것으로 시장에서는 전망한다. 완성차 업체 스텔란티스와 미국 전기차 기업 리비안, BMW 등이 투자 파트너사로 점쳐진다.

삼성SDI 관계자는 "미국 진출 계획을 밝힌 것은 사실이나 아직 검토 중"이라며 "확정되면 시장에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이 부회장이 사면이 아닌 가석방으로 풀려났다는 점이다. 가석방은 일종의 조건부 석방으로 법무부 보호관찰과 특별경제범죄가중처벌법에 따른 취업 및 거주지 제한을 받는다. 특경가법에 따라 5억원 이상의 횡령 및 배임죄로 징역형에 처한 이 부회장은 형 집행이 종료된 날로부터 5년 동안은 취업이 제한된다. 내년 7월까지 등기임원에 이름을 올릴 수 없다는 얘기다.

가석방 상태에서는 해외 투자를 위한 출장 등 적극적인 활동에 제약이 따른다. 파운드리 공장 건설을 앞둔 미국은 물론 인공지능(AI)·전기차 등 사업 논의를 위해 국내외를 오가기 어렵다. 지난 2018년 2월 이 부회장이 집행유예 선고로 석방된 후 현안을 처리하기 위해 유럽과 캐나다 등을 바쁘게 오갔던 상황과는 다르다.

사법 리스크도 완전히 해결되지 않았다. 삼성물산 합병과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 부정 의혹이 남아있다. 프로포폴 투약 의혹 재판도 이달 공판이 열린다.

재계 한 관계자는 "시민단체 등 일각에서 이 부회장의 가석방에 비판적이라는 점도 삼성 입장에서는 부담"이라며 "대통령이 사면 결단을 내리기 부담스럽다면 법무부 차원에서라도 이 부회장이 정치적 입김에 휘둘리지 않고 경영 활동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고 호소했다.

yes@ekn.kr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