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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하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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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침없는’ 정일문 한투證 사장, 고객신뢰 안고 1등 증권사 굳힌다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1.06.25 07:59
[편집자주] 국내 증권사들이 올해 증시 호황에 힙입어 사상 최대 실적을 내며 승승장구했다. 동학개미운동을 시작으로 2030세대가 증시의 새로운 세력으로 부상하면서 증권사들 역시 디지털과 상품에 혁신을 거듭, 역동적으로 변화하고 있다. 에너지경제신문은 메리츠증권,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미래에셋증권, 삼성증권 등 주요 증권사들의 상반기 성과와 과제, 전망을 짚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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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일문 한국투자증권 사장.


[에너지경제신문=윤하늘 기자] "공포를 토대로 발생 가능한 모든 시나리오를 점검하고 이에 철저하게 대비하고 실천을 해야 한다. 철저한 대비가 있다면 욕심을 부릴 수 있는 기회가 더 선명하게 보일 것이다" (정일문 한국투자증권 사장 2021년 신년사 중 일부).

정일문 한국투자증권 사장은 올해 상반기 소비자 보호 측면에서 결단을 내림과 동시에 호실적까지 달성하면서 업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한국투자증권이 판매한 사모펀드에 대한 100% 보상 결정과 함께 1분기 사상 최대 실적을 내며 지난해 미래에셋증권에 빼앗겼던 1위 증권사 자리를 탈환하는 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한국투자증권은 신뢰 회복과 경영효율성 극대화로 실적 호조를 이어가고 있는 만큼 올해 연간 기준 영업이익 1조원은 물론, 1등 증권사 자리를 굳힐 가능성이 높아졌다.


◇ 사모펀드 전액배상 승부수 통했다…팝펀딩 경징계로 마무리

2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투자증권은 최근 판매책임이 있는 라임, 옵티머스, 팝펀딩, 디스커버리 등 10개 부실 사모펀드 상품의 고객 투자금 전액을 보상키로 하면서 투자자들에게 극찬을 받았다. 투자자들은 금융감독원에 한국투자증권에 대한 징계를 완화해달라는 선처를 요구하는 탄원서를 제출하고, 고맙다는 의미를 담아 정 사장에게 화환을 보내는 진풍경도 벌어졌다.

한국투자증권은 판매 책임 소재가 있는 부실 사모펀드를 대상으로 상품 가입고객 전원에게 투자원금 대비 손실을 전액 보상한다. 이달 충당금을 설정, 다음달까지 모든 절차를 마무리할 계획이다.

이번에 보상이 진행되는 사모펀드는 △라임 △옵티머스 △디스커버리(US핀테크) △삼성젠투(Gen2) △팝펀딩(헤이스팅스) △팝펀딩(자비스) △피델리스무역금융 △헤이스팅스 문화콘텐츠 △헤이스팅스 코델리아 △미르신탁 등 10개다. 이 펀드들의 전체 판매액은 약 1584억원(806계좌)이다. 이미 일부 상품이 전액이나 부분 보상이 진행된 점을 감안하면 한국투자증권이 추가로 보상해야 할 금액은 약 805억원이다.

이같은 결정에 금융감독원 제제심의위원에도 팝펀딩 펀드 판매를 판매한 한국투자증권에 대해 사전통보 대비 한 단계 경감한 ‘기관주의’를 내렸다. 정 사장이 부실 사모펀드에 대한 투자 원금을 전액 보상하겠다고 발표한 것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투자증권을 사모펀드 사태의 재발을 막기 위한 노력도 계속하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지난 23일 판매책임 사모펀드 전액 보상의 후속 조치로 ‘투자상품관리부’를 새롭게 열고, 고객에 대한 바른생각, 바른행동 실천 서약식을 개최했다. 서약서엔 고객 신뢰에 반하는 어떤 행위도 하지 않을 것, 고객 신뢰에 맞는 금융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할 것, 불공정·불건전 영업행위를 하지 않을 것, 금융소비자보호법·자본시장법 등 관련 규정 및 절차를 준수할 것 등의 내용이 담겼다.

정 사장과 한국투자증권은 지난해부터 이어진 사모펀드 사태에 한시도 마음을 놓지 못했다. 증시 호황에 역대급 실적을 내고 있음에도 판매사 책임 문제가 불거지자 리스크 관리에 대한 지적이 이어졌기 때문이다. 정 사장은 상반기 동안 판매 과정에서 잘못이 있었던 사모펀드 보상안을 적극 추진하면서 시장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한 리스크 관리 기능 강화에 온 힘을 다했다. 그 결과 한국투자증권은 고객 신뢰를 가장 먼저 회복한 증권사가 됐다. 고객 신뢰부터 탄탄하게 갖춰야 한다는 정 사장의 경영 철학으로 맞아 떨어진 셈이다.


◇ 리딩 증권사로 ‘우뚝’…디지털-ESG까지 ‘총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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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투자증권 본사.


한국투자증권은 올해 1분기 최고 성적표를 받아든 만큼 연말까지 이 기세를 이어가 업계 1등 증권사로서 강한 존재감을 보이는 데 집중할 것으로 전망된다. 수년간 1등 자리를 두고 각축을 벌여온 미래에셋증권을 넘어 명실상부 ‘리딩 증권사’ 자리를 굳히겠다는 각오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가 집계한 한국금융지주의 2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는 3427억원으로 미래에셋증권(2990억원)의 전망치를 웃돌았다. 한국금융지주는 한국투자증권의 모회사다.

이미 1분기 사상 최대 실적을 낸 한국투자증권은 연간 이익 ‘1조 클럽’을 달성할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금융지주는 올해 누적 영업이익 추정치는 1조3788억원, 순이익 1조1514억원이다. 이는 지난해보다 각각 61.0%, 33.9% 급증한 수치다. 앞서 한국투자증권은 1분기 3506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 지난해 2분기(2958억원)을 넘어선 최대 실적을 기록하기도 했다. 매출은 4조6664억원 영업이익은 4236억원을 올렸다.

한국투자증권은 디지털 혁신이 증권사 중점 사업으로 떠오른 만큼 디지털을 바탕으로 한 실적 개선 원동력 확보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정 사장은 이미 올해 중점 추진 전략으로 리스크 관리의 일상화, 디지털 혁신의 일상화, 공정 문화를 위한 공개의 일상화를 주문하기도 했다.

한국투자증권은 현재 내부적으로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 개편에 한창이다. 그동안 꾸준히 해외주식 적립식 투자, 오픈뱅킹 출시, 해외주식투자정보 업그레이드, 국내외주식 관심종목 통합 오픈 등 꾸준한 개편을 해왔지만, 고객 편의를 위해 간편하고 이해가 쉬운 MTS를 만들기 위해 아낌없이 투자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에도 적극적으로 뛰어든다. 한국투자증권은 최근 재무적 성장과 동시에 비재무적 요소인 ESG 경영 강화를 위해 ESG위원회 설립을 의결했다. 정 사장은 ESG 관련 사항을 경영 전반에 적극 반영하기 위해 ESG위원회 위원으로 합류했다.

ESG위원회를 통해 친환경 기업 및 지배구조 우수기업 관련 상품 개발 및 투자와 ESG 관련 채권 인수 및 상품 출시, 포용적 금융과 사회공헌 확대 등 ESG 사업을 추진한다. 첫 ESG채권 발행에서 애초 모집액의 4배 가까운 자금이 몰리면서 최대 1500억원까지 증액 발행을 검토하고 있다. 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금융시장 위기에 대응해 금융시장 안정 펀드에 투자하고 혁신·벤처기업 성장을 지원하는 등 4826억원 규모의 사회적 책임투자를 추진키도 했다.

한국투자증권 관계자는 "철저한 리스크관리와 소비자의 요구에 집중할 것"이라며 "안정적 기존 사업 포트폴리오를 바탕으로 해외시장과 디지털 금융을 신규 성장 동력으로 키워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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