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05월 19일(일)
에너지경제 포토

박성준

mediapark@ekn.kr

박성준기자 기사모음




청정에너지 '그린 수소' 대중화 비관론...."재생에너지·전해조 비용하락 관건"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1.06.01 13:40
2021060101000039800001171

▲수소차 충전소인 서울 마포구 상암수소스테이션의 모습(사진=연합)

[에너지경제신문 박성준 기자] 재생에너지를 활용해 생산한 ‘그린 수소’가 세계적 탈(脫)탄소를 이끄는 핵심 에너지원으로 거론되고 있는 가운데 그린 수소 대중화 가능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시각이 나와 관심이 집중된다.

1일 석유전문매체 오일프라이스닷컴은 ‘수소혁명을 가로막는 두 가지 주요 장애물’이란 제목으로 보도해 이같이 밝혔다.

태양광, 풍력 등과 전해조의 비용감축이 그린 수소의 경제성을 좌우하는 관건이지만 이런 추세가 앞으로 지속될 수 있을지를 지적하는 것이다. 이에 오일프라이스닷컴은 "글로벌 에너지 수요를 차지하는 그린 수소의 비중이 주요 기관들마다 전망치가 제각각이다"며 "유럽연합(EU)은 2050년까지 세계 에너지 수요의 24%를 그린 수소로 대체할 것으로 목표로 삼았지만 국제재생에너지기구(IRENA)와 수소위원회는 그린 수소의 비중을 각각 12%, 18%로 제시했다"고 꼬집었다. 수소위원회는 수소경제 관련 글로벌 최고경영자(CEO)의 협의체이다.

업계에 따르면 태양광 비용은 지난 10년에 걸쳐 90% 가량 하락했고 수전해 관련 기술 역시 효율성 개선과 함께 비용이 하락했다. 그러나 오일프라이스닷컴은 그린 수소 대중화를 위해선 이 같은 움직임이 역부족이라고 주장한다.

매체는 "현 시점에서 짚어봐야 할 부분은 수소 생산을 위한 수전해 비용이 지난 10년 동안 태양광이 보여준 비용하향 곡선을 앞으로 따라갈 수 있는지 여부다"며 "그린 수소는 탄소포집 기술이 적용된 ‘블루 수소’와 가격 경쟁을 해야 하는데 블루 수소가 이미 저렴하다"고 덧붙였다. 오일프라이스닷컴에 따르면 그린 수소의 생산비용이 화석연료 기반의 수소보다 두 배 이상 더 높다.

비용 뿐만 아니라 그린 수소 생산에 수반되는 재생에너지 발전설비 규모 또한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재생에너지로 생산된 전기로 물을 분해해 그린 수소가 생산되기 때문에 결국은 재생에너지 경제성 개선으로 태양광과 풍력 등의 발전설비가 늘어나야 그린 수소 대중화가 이뤄질 수 있다.

오일프라이스닷컴에 따르면 현재 미국에서 화석연료로 기반된 수소생산량은 연간 1000만톤으로 집계됐다. 그러나 그린 수소로 이같은 생산 규모를 기록하기 위해서는 해상풍력 발전설비가 115 기가와트(GW)까지 불어나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미국이 2030년까지 해상풍력 발전설비를 30GW로 목표삼은 것을 고려하면 그린 수소 대중화가 만만치 않다는 점을 보여준다.

아울러 전기로 물을 분해하는 수전해 설비 규모 역시 앞으로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야 한다는 전망도 나왔다.

국제재생에너지기구(IRENA)가 제시한 2050년 에너지전환 로드맵에 따르면 수전해 설비가 5 테라와트(TW)까지 증가해 그린 수소 생산량이 4억톤에 이르러야 한다. 지금까지 세계에서 설치된 수전해 설비는 총 8GW에 불과하다.

문제는 대부분의 해외 수전해 설비 제조업체들이 용량을 크게 늘릴 생각이 없다는 것이다.

실제로 미국 엔진, 발전기 분야 전문 기업인 커민스는 2년 전 캐나다 하이드로제닉스를 인수해 연료전지와 그린 수소 산업에 뛰어들었다. 데니스 토마스 커민스 글로벌 사업개발 총괄은 "몇 년전까지만 해도 10MW급 전해조를 운영하는 게 우리의 목표였지만 현재는 20MW 규모의 수전해 설비가 가동 중이다"며 "다음 단계는 100~500MW 수준으로 늘려 점차적으로 기가와트 범위까지 오르는 것이 타당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그러나 핵심 질문은 증설의 타이밍인데 수소산업이 초기 단계에 머물고 있는 만큼 생산능력을 늘릴 이유가 없다"며 "1GW 급 수전해 시설을 요구하는 고객들도 없다"고 덧붙였다.

오일프라이스닷컴은 "영국의 ITM 파워, 노르웨이의 넬 ASA, 덴마크의 할도 톱소, 스페인의 아이버라이저 등의 업체들 또한 수전해 설비 증설을 앞두고 있지만 이들 중 어느 회사도 가까운 미래에 생산능력이 1GW를 초과할 준비가 돼있지 않다"고 진단했다.

그럼에도 그린 수소에 대한 낙관적인 전망도 제기됐다. 두바이 소재 컨설팅업체 디 데저트 에너지의 코넬리우스 메튜스 CEO는 "전해조의 경우 수동 조립에서 대규모 자동 생산으로 이어지는 등 기술혁명이 일어날 것"이라며 "또 현재 진행 중인 수소 프로젝트들이 결국엔 전해조 증설을 유도시켜 비용감축이 촉진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다만 현재 수소 프로젝트들에는 보조금이 지원되고 있는 만큼 정부 지원 없이는 기술혁명이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