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05월 12일(수)

[데스크칼럼] 수소경제·탄소중립과 '士林의 禍'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1.04.12 17:22   수정 2021.04.12 18:38:30

에너지경제 김연숙 에너지환경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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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중기 신진사류들이 훈신·척신들로부터 받은 정치적 탄압인 ‘사화(士林의 禍)’. 무오사화, 갑자사화, 기묘사화, 을사사화 등 당시 나라를 뒤흔든 일련의 사건은 계속됐다.

사화는 경제상황이 급변하는 가운데 사회질서 문제를 놓고 일어난 정치적인 마찰로 규정된다. 집권 훈신·척신 계열의 권력을 이용한 사적 치부 현상이 심화되고, 이를 비리로 규정한 사림 측이 신랄한 비판을 가하면서 오히려 정치적 보복을 받게 된 사건들이다. 당대 수많은 인재들이 희생되면서 사화는 역사의 비극 가운데 하나로 기록되고 있다.

이러한 사화가 21세기 대한민국에서 재현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일부 호사가들에 의해 제기됐던 적이 있다. 이른바 ‘수소사화’다.

2017년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수소경제로의 전환’에 대한 강력한 정책적 드라이브가 이어지자 우려 반, 걱정 반 부정적인 시각이 더해지면서 생긴 말이다.

언감생심 수소정책에 ‘사적 치부’가 개입됐을 리 만무하지만, ‘경제적 현실성이 담보되지 않은 무모한 정책’ ‘정권이 바뀌면 언제든 뒤집어질 허울뿐인 정책’ 등 온갖 비판에 시달려 온 게 사실이다.

2019년 정부의 구체적인 수소경제 로드맵이 발표되고, 기후변화를 우려한 탄소배출 저감 필요성이 날로 높아지면서 이제 이러한 비판은 더 이상 찾아볼 수 없게 됐다.



오히려 정부의 정책적 의지나 노력에 비해 탄소배출 저감을 위한 에너지 산업구조 등은 여전히 뒤쳐져 있다는 비판을 받는다. 정부의 강력한 재정적, 제도적 지원 없이는 수소경제의 자립 또한 장담할 수 없다.

해외에서도 한국은 에너지 혁신을 위한 정부 정책의 뒷받침은 높은 수준인 반면, 탄소배출과 산업구조는 상대적으로 부정적인 것으로 평가된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WEF(세계경제포럼) 등에 따르면 한국의 탄소집약도(0.29)는 G7(주요 7개국) 평균(0.19) 대비 높은 수준이다. 프랑스(0.11), 영국(0.12), 이탈리아(0.14), 독일(0.17) 등 유럽 국가는 물론 일본(0.21), 미국(0.25) 보다도 높다. 탄소집약도가 높다는 것은 상대적으로 탄소함유량이 높은 에너지 사용 비율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특히 탄소배출을 일으키는 산업구조 지수는 G7 국가 중 꼴찌다. 탄소배출에 대한 한국(26.3)의 산업구조는 G7 평균(13.6) 대비 두 배 가량 높다.

탄소중립(넷제로) 목표 실현을 위한 준비기간은 턱없이 부족하다.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이 분석한 ‘주요국 탄소배출 감축전략’에 따르면 2050년 탄소중립을 목표로 유럽 등 EU(유럽연합) 국가는 1990년, 미국·캐나다는 2005년을 기준연도로 하지만 한국의 기준연도는 2017년이다.

2050년 탄소중립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정부뿐만 아니라 기업, 국민 등 각계의 참여를 유도하고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보다 구체적인 방안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국내 온실가스 배출량은 2018년을 정점으로 감소할 것으로 전망되지만, 산업구조 및 에너지믹스를 고려해 볼 때 탄소중립 실현은 어려운 과제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탄소중립 시대, 수소경제 시대로 나아가기 위한 직접적인 수단이 현재 지나치게 천연가스에 의존하고 있다는 점도 재고해 봐야 한다.

김성환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발표한 휘발유차와 수소차의 탄소배출량 분석 결과에 따르면 천연가스 추출수소를 연료로 쓴 수소차의 경우 비슷한 급의 휘발유차에 비해 연간 탄소배출량 감소율이 16%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천연가스에서 수소를 추출해내는 과정에서 추출된 수소 양의 8배가 넘는 이산화탄소가 나오기 때문이다.

국내 생산 수소 대부분이 천연가스를 이용한 추출수소로 이뤄진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수소경제로의 전환과 탄소중립은 이제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소명이다.

‘사림의 화’를 무릎 쓸 용기까지는 아니더라도, 현실성과 일관성 있는 정책적 의지는 분명히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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