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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경주 한국수력원자력 본사.연합뉴스 |
[에너지경제신문 전지성 기자] 한국수력원자력이 신한울 3·4호기 원자력발전소의 백지화 수순에 착수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따라 신한울 3·4호기 백지화는 내년 5월 문재인 정부 임기 내 이뤄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참조기사 : ‘신한울 3·4호기 文정부 임기 내 백지화 가능성’)
21일 기업 종합 전자공시시스템(DART)에 따르면 한수원은 최근 이 시스템에 게시한 올해 사업보고서(재무제표 주석 ‘추정과 판단’)에서 "신규 건설 중인 원전 중 발전사업허가를 받은 신한울 3·4호기는 당사 이사회의 건설 중단 결정에 포함되어 있지는 않지만, 당사는 정부 권고안에 따라 건설 중단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하고 있다"며 "따라서 신한울 3·4호기 또한 당사의 영업환경에 유의적인 변화가 발생했다고 판단하여 관련 유형자산의 손상차손을 인식하였다"라고 명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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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수력원자력의 올해 사업보고서 중 재무제표 주석-재무제표 작성 기준의 ‘추정과 판단’에서 발췌된 일부 내용. |
한수원이 올해 초 산업통상자원부에 지난 2월 26일까지였던 발전사업허가 기간을 연장 신청한 것과 대비되는 행보다. 한수원의 이같은 요청에 따라 산업부가 신한울 3·4호기 발전사업 허가기간을 내후년 12월까지 연장하면서 당초 신한울 3·4호기 백지화 여부 결정을 다음 정부로 넘길 것이란 관측이 나왔다.
그러나 감사원이 지난 5일 "탈원전 정책 수립 절차에 문제 없다"는 감사결과를 발표하자 신한울 3·4호기 백지화 결정 관련 여권 내 기류 변화가 감지되기 시작했다.
한수원의 신한울 3·4호기 백지화 수순은 산업부의 권고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한수원도 "당사는 정부 권고안에 따라 건설 중단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사업보고서에 밝혔다. 정부가 신한울 3·4호기의 사실상 백지화를 요청했고 한수원이 이를 수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한수원 측은 "따로 공문이 내려온 건 없었다"고 말했다.
한수원의 이같은 움직임 배경에는 집권 더불어민주당의 ‘에너지전환지원법’ 입법 추진도 한 몫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법안은 재생에너지 확대 과정에서 기존 발전사업자가 고정 자산을 포기해 생긴 손해를 보상해주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한수원은 사업보고서에 "정부의 에너지 전환정책으로 인한 원전의 단계적 감축과 관련하여, 정부는 적법하고 정당하게 지출된 비용에 대해서는 기금 등 여유재원을 활용하여 보전하되, 이를 위한 근거, 절차 등을 포함하여 관련 법령을 개정할 계획임을 밝힌 바 있다"고 확인했다. 정부로부터 신한울 3·4호기 백지화의 최대 걸림돌이던 매몰비용을 보전받을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한 원전업계 관계자는 "흑자가 난 틈을 타 슬그머니 신한울 3·4호기를 백지화하려는 것으로 보인다"며 "사업보고서만 봐도 정부와 한수원이 비용보전 등 모종의 거래를 했다는 게 확인되지 않나"라고 지적했다.
한편 신한울 3·4호기에는 부지 조성과 주 기기 사전 제작에 이미 7790억원 가량이 투입된 것으로 알려졌다.
jjs@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