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04월 14일(수)

[EE칼럼] 감사원 한계만 드러낸 탈원전 감사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1.03.08 11:17   수정 2021.03.08 18:04:07

박상덕 서울대 원자력정책센터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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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원은 지난 5일 정갑윤 의원 및 547명이 2019년 6월 24일 청구한 공익감사에 대한 결과를 발표했다. 감사원은 감사 결과 보도자료를 통하여 "에너지 전환 로드맵 분야 등 3개 분야 6개 사항에 대하여 관련 법률과 법원 판례, 법률 자문 결과 등을 토대로 위법하거나 절차적으로 하자가 있는 것으로 판단되는 사항은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원래 감사원에 청구된 감사에는 위의 공익감사 청구 사항을 포함한 4개 사항과 지난해 11월 18일 310명이 별도로 청구한 8개 사항 등 모두 12개 사항(중복 제외 시 10개 사항)이 있었는데 그중에 ‘에너지기본계획 수립절차의 적정성’만 감사를 실시했고 10개는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은 채 모두 기각했다.

왜 이렇게 한계를 미리 정한 감사를 실시했을까. 정부와 민주당의 부당한 공격을 이겨내지 못하고 스스로 물러선 것으로 보인다. 절차의 문제와 정책의 문제 중에 국가에 미치는 영향이 어느 것이 크겠는가. 당연히 절차보다는 정책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책적인 것은 제외하고 쉽게 갈 수 있는 길을 택한 것이다.

탈원전 감사를 준비할 당시에 이미 월성1호기 경제성 조작 문제로 온 나라가 시끄러웠고 감사원이 많은 공격을 당했으니 자신감 있게 탈원전 감사를 진행할 수 없는 분위기였다. 아니나 다를까 탈원전 감사를 시작한다고 감사원이 발표하자 민주당이 일제히 최재형 감사원장에 맹폭을 가했다. 여당이 나서 헌법기관인 감사원의 독립성을 흔드는 것은 ‘선’을 넘었다는 비판도 나왔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지만 집권당의 수준이 그러니 어쩌겠는가. 물이 새는 곳이 어디 이곳뿐 인가. 

애초에 신뢰를 잃어버린 감사이지만 발표된 감사 결과에는 어떤 문제가 있는지 살펴보자. 제일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신고리5,6호기 공론화위원회에서 원전 축소를 권고한 사항이다. 공론화위원회 훈령에 공론의 범위를 신고리5,6호기에 한정한다고 했는데 이것을 어기고 원전 축소를 권고했다. 감사원은 원전축소 권고가 구속력이 없는 자문 사항이기에 문제없다는 식으로 기술했지만 이 권고사항이 바로 에너지 전환 로드맵에 반영되었고 이에 따라 각종 계획이 변경되어 에너지산업이 어그러지고 있다. 이런 심각한 문제에도 불구하고 ‘당부를 판단하기에 적절하지 않다’는 말로 판단을 보류해 버렸다. 나라의 에너지 체계가 무너지고 있는 상황에서 참으로 무책임한 결론을 내었다.

두 번째로 지적하고 싶은 것은 ‘에너지기본계획과 전력수급기본계획이 국민의 권리·의무에 직접 영향을 미치지 않는 비구속적 행정계획’이라는 판단이다. 산업자원부의 주장을 받아들여 단순히 되풀이한 것에 불과하다. 실질적으로는 그 행정계획에 따라 발전사업이 존폐된다는 사실에 눈을 감았다. 신규원전이 다 폐지되었고 기존 원전의 계속운전까지도 모두 중지되었는데 도대체 구속력 없는 계획이라는 말을 그대로 반복할 수 있는지 한심하기까지 하다. 더구나 산업자원부는 울진군에 ‘제8차 전력수급계획에 따라 신한울3,4호기가 취소되었음’을 공문으로 알렸다. 이렇게 국민의 권리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명백한 근거가 있는데도 어떻게 비구속적 행정계획이라고 판단하는지 알 길이 없다.



세 번째는 원자력진흥종합계획과의 관계이다. 보고서에서는 ‘제5차 원자력진흥종합계획에서 원자력발전에 대해 별도로 심의한 것이 아니고 제7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따라 원전건설을 추진하기로 한 것이기에 절차적으로 하자가 없다’고 판단했다. 감사원이 놓치고 있는 (아니면 일부러 놓친 것인지도 모르지만) 사항은 7차 전력수급계획을 작성할 때는 원자력 산업계의 의견이 이미 반영되었기에 진흥종합계획에서는 심의할 필요가 없었다는 사실이다. 반대로 8차전력수급계획을 만들 당시에는 원자력계의 의견을 전혀 반영하지 않았기에 원자력진흥종합계획에서는 마땅히 필수적인 주제로 다루었어야 한다는 사실을 간과한 것이다.

그나마 월성1호기 경제성 평가의 왜곡을 지적한 감사원에 희망을 걸고 있었는데 탈원전에 대해서는 정치적 결정을 내려 버렸다. 참으로 황망하다. 독일이 왜 20년간의 논의를 통하여 탈원전을 결정했겠는가. 대통령 공약사항이기에 집행에 문제가 없다고 하는 수준 낮은 국회의원도 있다. 액면 그대로 받아들인다면 실천하지 않은 공약은 범죄행위가 아닌가.

과학적 경제적 접근을 막고 이념적으로 산업을 끌고 가는 나라는 미래가 없다. 50년 쌓아온 기술이 무너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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